글쓰기 연습/글쓰기 공부

출간 후 상처와 보람

야곰야곰+책벌레 2023. 9. 16.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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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쓰는 것 자체도 어렵지만 책을 출간한 이후에도 어려움은 남아 있다. 책에 대한 비난을 퍼붓는 독자들은 어딜 가나 존재한다. 상처 극복을 위해서는 독자에 대해 알아 두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독자는 때론 자신이 더 많이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것은 넓은 배경 지식의 일부분을 책에 담는 저자와 자신의 지식 전체를 가지고 책을 대하는 독자의 위치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기도 하다. 그리고 저자의 깊은 의도를 파악하지 못한 채 자기식대로 해석한 뒤 비난을 퍼붓기도 한다. 작가는 그야말로 도마 위의 생선과 같다. 일방적인 칼질을 당하는 신세가 된다.

  '부친 상이라 부득이하게 휴재합니다'라고 적은 웹소설 작가의 공지에 '상 받은 건 축하하지만 프로시잖아요'라는 댓글이 달렸다는 말에 기함한 적이 있다. 익명의 세상에는 잔인함이 넘친다. 작가들은 '번 만큼 아픈 거다'라는 우스갯소리로 넘긴다지만 정말 생각 이상의 인간들이 세상에는 넘친다.

  아무리 초연한 마음가짐을 가지게 되더라도 비판은 아픈 것이다. 이럴수록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강의에서는 '아비투스'에 대해 예를 들어주었다. 아비투스는 피에르 부르디외가 만든 개념으로 인간의 성향은 신고전파, 마르크스주의, 실존주의 등과 같이 어느 하나로 설명할 수 없다는 이론이다. 복잡한 요소들이 섞여서 인간의 성향을 결정하게 되는데 예를 들어 과거의 기억, 사회관습, 지역 등이 그렇다. 

  인간은 자신을 구조화하려는 성향과 더불어 타인의 성향조차 자신의 구조처럼 만들려는 경향이 있다. 결이 맞다든지 코드가 맞다든지가 보통 그런 식이다.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 세를 확장하고 타인에게 자신의 생각, 취향, 세계관을 갖도록 전파한다.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빨간 것과 파란 거다. (정치 얘기다) 

  사회는 서로 다른 '아비투스'의 대립, 갈등, 투쟁이 이뤄지는 곳이다. 저자가 독자를 향해 투쟁하자는 얘기는 아니다. 자신만의 아비투스가 있다고 인정하면 되고 독자는 독자 나름의 아비투스가 있다고 인정하면 된다. 결국 서로 설득당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투쟁과 설득의 노력이 필요하지 않다. 저자는 저자의 아비투스를 지키며 자신과 비슷한 아비투스들과 소통과 격려를 주고받으면 된다.

  설득과 확장이라는 개념보다는 글을 쓰는 즐거움 그 자체에 집중하면 비슷한 가치관의 사람들과의 소통의 즐거움에 더 많은 의미를 두게 될 것이다. 진심 어린 칭찬에는 감사를 의례적인 호평이나 의도적인 비난에는 무시로 대해야 한다. 정당한 비판은 겸허히 수용하는 자세도 분명 필요하다.

  책으로부터 오는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결국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 세상의 평판으로부터 거리를 두어야 한다. 자신이 가진 것 이상의 모습으로 연기하며 책을 쓰는 것은 좋지 못하다. 저자의 타락은 그렇게 시작된다. 저자는 생각보다 평범하고 결점이 많은 사람일 수 있다. 독자는 실망할 수 있지만 진솔한 글을 쓰기 위해서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좋다.

  자신의 책을 쓴다는 꿈과 희망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보람 있게 산다면 글 쓰는 즐거움을 잃진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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