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연습/글쓰기 공부

첫 문장 시작하기

야곰야곰+책벌레 2023. 9. 14.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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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이든 시작은 어렵다. '시작이 반이다'라는 속담은 이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간접적으로 알려준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글이 안 써지는 이유는 다양하다. 우선 경험 연습의 부족은 아주 근본적인 문제이며 글쓰기 위한 자료를 정리해 두지 않았거나 자신의 경험을 기록해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금 더 나아가면 글쓰기 법칙에 대해 잘 알지 못해서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글이라는 건 절실해지면 쏟아지는 편이다. 기쁨, 슬픔, 좌절 그리고 실연과 같은 강렬한 감정을 느낄 때 잘 쓰인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 수다스러워지는 것도 바로 이런 경우다. 독자에게 감동을 주고 공감을 일으키는 글은 바로 이런 경우다. 미사여구나 상투적인 문장으로 길게 늘어선 문장은 지겨울 뿐이다.

첫 문장은 전체의 글을 좌우할 만큼 중요하기 때문에 혹은 그런 중압감 때문에 더욱 쓰기 힘든 건지도 모른다. 앞에서 다룬 알베르트 카뮈의 <이방인>은 늘 회자되는 문장이다.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 오르한 파묵의 <내 이름은 빨강>은 어떠한가 '나는 지금 우물 바닥에 시체로 누워 있다' 그야말로 독자의 궁금증을 단숨에 휘어잡는다. 첫 문장은 글 전체의 방향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고민은 깊어진다.

첫 문장은 외부적인 내용과 내부적인 내용으로 나눌 수 있다. 외부적인 요소로는 장소, 행위, 사건, 여정, 역사 등이 있고 내부적인 요소로는 고민, 회상, 바람, 대화, 인용 등이 있을 수 있다. 이런 많은 요소가 있음에도 첫 문장 쓰기가 어렵다면 내면의 생각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아, 오늘은 왜 이렇게 글이 안 써질까?'로 시작하는 글을 적어보다 주절주절 하다 보면 자연스레 글은 하고 싶은 말로 이어져 들어간다. 이를 '현대 상황 묘사 하기'라고 해두자. 한탄을 하다 보면 내면의 것이 끓어 넘친다. 자동차에 예열이 필요하듯 글쓰기에 예열을 하는 것과 같다. '정신의 가열'이라고나 할까. 필요 없는 부분은 퇴고할 때 자연스레 정리된다. 문장은 가슴속에 뭔가 폭발하듯 나오기도 하지만 식물이 싹을 틔우듯 천천히 진행되기도 한다. 글은 엉덩이와 손가락으로 쓰는 게 맞다. 끊임없이 쓰고 편집하자. 

글의 끝맺음은 이야기를 진행하다 보면 자연스레 갈무리된다. 의미 부여나 다짐과 성찰로 마무리되기도 하고 슬픔과 안타까움으로 마무리되기도 한다. 하지만 글을 많이 써보지 않으면 맺음도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많은 작품을 접하며 자신의 글을 평가할 수 있는 안목을 기르는 게 중요하다. 글쓰기란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는 고도의 정신 작용이기 때문에 결국 스스로 터득할 수밖에 없다.

글을 쓰다 보면 처음 기획했던 것처럼 되지 않을 때가 있다. 출판사와 기획 단계를 거쳐 작성하는 글의 경우에는 작가 마음대로 기획을 벗어나는 글을 적어서는 안 되겠지만 홀로 적는 글이라면 자유로운 글 쓰기를 해보는 것도 괜찮다. 때론 자유로운 구성에 의한 창의적인 글쓰기를 가능하게 해주기도 한다. 기획이 되지 않았을 때에는 첫 문장이 방향을 잡아주게 된다. 중심을 잡고 흥이 나는 방향으로(혹은 영감에 따라) 접근해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

특히 에세이의 경우에는 기획의 틀에 영혼이 갇혀 버리는 걸 조심해야 한다. 하지만 출판사는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신뢰하는 편이 좋다. 작가 스스로 수많은 실패와 버려지는 시간을 아까워하지 말고 쓰고 고치기를 반복하다 보면 자연스레 체득하게 될 것이다. 작가는 고통받고 깨지면서 성장한다. 시간과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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