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연습/글쓰기 공부

문장의 법칙들

야곰야곰+책벌레 2023. 9. 13.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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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읽다 보면 유려한 글귀에 감탄하는 일이 종종 생긴다. 어떻게 이런 문장을 생각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면서 역시 글은 감각이 있어야 해라는 결론으로 마무리되곤 한다. 작품의 문장은 작가의 스타일을 품고 있고 우리는 작가만을 보고 작품을 선택하기도 한다. 나만의 스타일이 있다는 것은 글을 쉽게 쓸 수 있는 바탕이 되며 때론 작품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자신만의 문체 찾기

문체는 작가나 주인공의 생각과 감정을 담는 글의 스타일을 의미한다. 문체는 '글이 입는 옷'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자신의 상황과 감정에 따라 정장, 트레이닝 복, 잠옷 경우에 따라서는 알몸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의 꾸밈은 상황을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게 한다. 예전에야 간결체, 만연체, 강건체, 건조체 등등의 분류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 분류가 크게 의미가 없다. 스타일을 분류할 수 없을 만큼 개성 있는 옷을 입는 사람이 많아진 것처럼 문체도 아주 개인적인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표현, 주제, 소재 등에 따라 유동적으로 바뀌기도 한다. 예쁘거나 간결하거나 아름다운 문체만이 좋은 것은 아니다. 처절한 싸움 뒤의 주인공이 너무 말끔해도 이상하지만 호위호식하는 귀족이 허름한 옷을 입은 것도 이상하기 때문이다.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
양로원으로부터 전보를 받았다.
'모친 사망을 애도함, 장례 명일'
그것만으로는 아무런 뜻이 없다. 아마 어제였는지도 모른다.

알베르트 카뮈의 <이방인>의 도입부는 궁금증을 자아내는 강력한 도입부지만 그 훌륭함을 느끼기 위해서는 주인공 '뫼르소'를 알아가야 한다. 세상을 거부하고 자신의 의지대로만 살아가는 그의 무심한 태도는 엄마가 언제 죽었는지도 관심이 없는 듯한 간결체와 기가 막히게 어울린다. 하지만 작품의 후반부. 사형 집행을 기다리는 부분에서의 문체는 길고 거칠게 바뀐다. 주인공의 감정선이 변한 것이다.

거리에는 무서운 더위가 깔려 있었다. 게다가 숨이 막히고, 사람은 들끓고, 가는 곳마다 석회, 건축 공사용 발판, 벽돌, 먼지, 별장을 얻을 능력이 없는 뻬제르부르그 시민이라면 누구나가 다 아는 독특한 여름의 악취 - 이것들이 모두 하나가 되어, 그렇잖아도, 쇄약해진 청년의 신경을 더 한층 불쾌하게 자극하는 것이었다.

표도르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의 문장은 복잡한 사색과 인간관계 그리고 거칠고 험한 세상, 인간 군상을 표현하고 있기에 멋지고 깔끔한 문체가 어울리지 않는다. 도스토옙스키는 자신만의 문장으로 이런 분위기를 만들어 냈고 이런 분위기는 카뮈의 문체로는 만들어내기 힘들 거다.

문장의 시점

시점은 화자가 대상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시점에 따라 문장의 주어뿐만 아니라 표현할 수 있는 한계도 명확하게 바뀐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시점은 1인칭과 3인칭 시점이다. '너는~'이라고 문장이 시작되는 독특한 형태의 2인칭 시점은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에서 만날 수 있지만 흔한 시점은 아니다.

1인칭은 주인과 시점과 관찰자 시점으로 나눠진다. 1인칭이지만 타인을 설명, 묘사하는 관찰자 시점은 3인칭 관찰자 시점에 비해 강점이 없기 때문에 잘 쓰이지 않는 걸로 알고 있다. 1인칭 주인공 시점은 주인공 자신이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을 서술해 나가기 때문에 주인공의 섬세한 감정이나 상황을 실감 나게 표현할 수 있다. 하지만 저자는 아는 상대방의 감정과 생각을 은연중에 표현해 내야 하기 때문에 좁은 표현의 폭에서도 독자가 알아챌 수 있게 만드는 필력이 필요하다.

3인칭 시점은 오롯이 관찰하고 서술하는 관찰자 시점과 전지 전능함을 가지게 되는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나눌 수 있다. 전지적 작가 시점은 작가가 등장인물의 모든 것을 서술할 수 있기 때문에 표현의 폭이 넓고 설명이 상세할 수 있다. 독자가 답답하게 생각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언제나 답을 내어줄 수 있다.

예전에는 한번 선택된 시점에 대해서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정석과 같았지만 최근에는 그런 시점 파괴는 일반적인 것 같다. 챕터를 나눠 시점을 바뀌는 방식은 이미 일반적이며 웹소설의 경우에는 일인칭에서도 갑자기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캐릭터의 생각을 폭로하기도 한다. 아마 재미라는 독자와의 일차원적인 교감이 더 중요하기 때문일거다.

문장의 시제

시제는 과거형, 현재형, 미래형으로 쓸 수 있다. 과거형은 말 그대로 과거 사건을 서술하거나 지난 일을 회고하는 형식을 취할 수 있다. 감성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낼 때 좋다. 현재형은 현실감 있는 장면이나 심리 묘사를 하기에 좋다. 현장감을 높이기 위해 과거 사건을 현재형으로 쓰기도 한다. 신문, 잡지, 사보가 그렇다. 미래형은 미래의 일을 묘사할 때 쓸 수 있다.

자신만의 스타일을 갖는 일은 많은 시행착오와 실험적인 시도가 필요하다. 좋아하는 작품을 필사하며 자연스레 스타일이 습득되기도 하지만 해당 작품과 너무 비슷하면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 그럴 경우 여러 작품을 두루 섭렵해 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너무 많은 필사는 좋지 않은 것 같다. 결국 자신만의 스타일은 자신이 만들어 가는 것이다. 남을 보며 배우는 것은 당연하지만 결국 남에게 보여야 하는 것은 그것과 달라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자신만의 노력이 필요하다.

결국 자기만의 글을 쓰기 위해서는 많이 읽고 많이 쓰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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