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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르몽드 디플로마티크(Le Monde Diplomatique)(한국어판)(2023년 9월호) - 르몽드

야곰야곰+책벌레 2023. 9. 14.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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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9월호는 일본의 일본해 주장과 윤석열 정부의 사대주의 대한 비판이 있어 관심이 갔다. 이념이 사라진 지금의 시대에 연일 이념을 강조하는 정부를 보면서 우리나라의 실익은 무엇인가라는 생각을 계속해보게 된다. 하지만 9월호는 조금 더 넓은 범위를 취하고 있다. 여러 국가의 실용주의 노선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가져온 부작용과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나라들의 스텐스도 알 수 있었다. 

  역동하는 국제 사회의 무게 중심의 이동과 이에 적응하지 못하는 듯한 국내 정치권의 상황을 판단해 볼 수 있는 이 책은 르몽드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이 시작되면서 두 나라는 자신의 진영을 갖추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미소 때처럼 이념이 명확하게 분류되지 않고 이념보다는 실리가 중요시되면서 많은 나라들의 스텐스는 어정쩡하다. 두 나라에게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모두 얻겠다는 것이 보통의 선택이다. 그런 와중에 BRICS는 6개의 신규 회원국 가입을 승인했다. 이들은 치열하게 추격하고 있는 개발도상국들이다. 이제는 미국의 중재안은 그렇게 파워가 있지 않고 국제기구 또한 그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다. 많은 국가는 다자주의를 내세우며 경쟁 관계에 있는 상대와도 협정을 맺기에 이르렀다.

  어제의 적과 동맹을 맺을 수 있는 것은 현실이다. 상대를 '기회'로 인식하는 순간만큼은 그 동맹이 유효하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쟁 중임에도 불구하고 곡물 수출조약을 체결했다. 이스라엘은 러시아 비공식적인 협정을 체결했고 덕분에 러시아군을 신경 쓰지 않고 시리아군과 헤즈볼라를 덮쳤다. 이런 특권은 이스라엘이 러시아 제재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다. 미국이 꽤나 압력을 행사했음에도 말이다. 개발도상국은 선진국의 이념에 동조하지 않는다. 그들은 곡물 가격 상승으로 가난한 국민들이 고통받는 이유를 서구 정책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러시아의 석유를 저렴하게 쓸 수 있는 기회를 마다하지 않는다. 미국이 낙인찍고 제재했던 방법은 이젠 잘 통하지 않는 것 같다.

  그에 비해 우리 정권은 비굴할 정도로 미국과 일본에 굽신거리는 스텐스를 취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정학적으로 미국에게도 중국에게 중요한 위치에 있기에 발란스만 잘 맞추면 꽤 괜찮은 실리를 취할 수 있다. 죽어도 중립을 외치는 오스트리아의 정책에서 힌트를 얻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다. 잡은 물고기에는 먹이를 주지 않고 국제 관계는 정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다. 많은 부분에서 우리가 패싱 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런 면을 메뚜기떼에 비교한 것은 적절하다. 메뚜기는 동종포식을 한다. 뒤에서 덮치는 메뚜기는 앞에 있는 메뚜기를 잡아먹는다. 그래서 메뚜기는 끊임없이 앞으로 뛴다. 이는 포식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계속 한 방향으로 이동하게 만든다. 지금 이 상황이 꼭 대통령실과 여당의 모습 같다. 검사가 계속 덮치니 여당이 계속 몰려 가는 형상이다. 고작 몇 년 전에 자신이 했던 말을 뒤집는 것에 부끄러움이 없다. 마치 단체로 기억 상실에 걸린 것 같은 기분이다. 돌아가고 싶지만 끊임없는 메뚜기가 너무 적절한 비유 같았다.

  보수와 극구의 득세는 전 세계적으로 기류가 포착되고 있다. 제국의 흥망사를 보면 제국이 생긴 지 오래되면 양극화가 심해지고 부패하게 된다. 제국의 해체와 새로운 탄생은 이 부조화를 원점으로 돌려주곤 했다. 그동안 카르텔을 형성했던 부르주아들은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부유층들은 언론을 사들여서 자신을 보호하는 용도로 쓴 건 우리나라의 만의 일은 아니다. 

  스페인의 국민당은 다시 프랑코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고 프랑스는 시위자에 대해 과거 영국을 보는 듯한 무관용 재판을 내리고 있다. 폭동이 일어나면 그 사안에 대해 궁금해하기보다는 선을 긋고 불순분자로 분류하기 바쁘다. 폭동 현장에 떨어진 생수 한 병 주웠을 뿐인데도 징역 6개월을 받았고 '짭새 치킨'이라는 말 한마디에 12개월형을 받았다. 경범죄에 대해 관용을 보여하는 것은 교도소가 범죄자를 양성한다는 보고서를 보면 알 수 있다. 중범죄나 더 가혹하게 재판하면 좋겠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경제사범은 재기를 못하도록 해야 하는데 법이 가진 자에게 너무 느슨하다.

  그러고 보면 보석제도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보석 제도는 불평등을 야기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수익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은 보석금을 내지 못한다. 운이 없으면 죄의 경중을 떠나 구치소에 남아 있어야 한다.

  현재 정권의 사대정책 덕분에 미군은 지도에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했다. 분쟁 지역의 경우 병기하는 것이 보통인데 갑자기 일본해 단독 표기를 했다. 이에 우리 정부는 아무런 입장도 내어놓지 않았다. 서경덕 교수가 국가의 일을 대신해 줬다. 동해는 광개토태왕비문에도 표기되어 있듯 2000년 넘게 사용한 우리 지명이다. 뿐만 아니라 동해는 늘 'Sea of 조선'이었고 일본 남쪽이 '대일본해'였다. 그걸 떠나 여러 나라가 접한 바다에 특정 국가의 이름을 넣는다는 것 자체가 배려가 없다. (그런 면에서 중국도 배려 없는 듯, 남중국해) 미 국방부에서 일본해 단독 표기하는 것은 명백한 월권이므로 분노할 수 있다. 하지만 더 화나는 건 그에 대해서 일언반구도 하지 않는 우리 정부의 태도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들어선 최초이면서 유일한 나라다. 우리나라는 많은 개발도상국에게 해줄 얘기가 많으며 그들을 주도할 수 있는 리더의 자격이 충분했다. 하지만 이번 정부는 그들이 가장 싫어하는 선진국에 대한 사대주의를 취함으로써 그 지위를 내던졌다. 조선은 일본이 필리핀은 미국이 지배권을 갖다고 했던 태프트-가츠라 밀약이 생각나지 않을 수 없는 요즘이다. 우리 문제는 우리가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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