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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상대성이론의 결정적 순간들(김재영) - 현암사

야곰야곰+책벌레 2023. 9. 1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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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은 그 패러다임을 바꾸며 발전해 왔고 과학자들은 그것에 당연하다는 듯 방향을 맞춰 왔다. 지금은 양자역학이나 초끈이론이 대세가 되었지만 여전히 걸음마 단계인 것도 사실이다. 그에 비하면 중력에 관한 현상을 방정식으로 깔끔하게 정리한 아인슈타인의 업적은 대단하다. 비록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라고 말하며 양자역학을 하나의 수식으로 만들어 보고 싶었지만 '신이 주사위 가지고 뭘 하든 이래라저래라 하지 말라'라는 보어에게 그럴듯한 한방을 보여주진 못했지만 그의 업적을 살펴보는 것은 언제나 유익하고 뜻있는 일이다.

  뉴턴부터 양자역학까지 이야기를 펼쳐 그 속에서 상대성이론이 만들어지는 순간들을 살펴보는 이 책은 현암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과학이야 말로 인류의 학문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전대의 업적을 등에 업고 앞으로 나아가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훌륭한 업적에 대한 소감에는 '제가 거인의 어깨에 올라탔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라는 말이 자주 등장하는 것도 바로 그 이유다. 대중은 스타에 열광하지만 정작 학계 내부의 분위기는 차분하다. 대부분의 과학사 책들이 그랬고 이 책 또한 마찬가지다.

  뉴턴이나 아인슈타인의 업적을 폄하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이론을 깔끔하게 갈무리했다는 것은 박수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그가 하지 않았어도 누군가는 했다. 그것이 과학사의 일반적인 시선 같다. 뉴턴이 미분법이나 중력에 대해 업적을 쌓을 수 있었던 것은 로버트 훅이나 배로 같은 학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케플러가 방정식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튀코 브라헤의 천문 기록이 있었기 때문이다. 허블은 어떤가? 허블이 발견한 내용들은 르메르트가 이미 정리한 내용들이었고 허블의 법칙을 증명할 수 있었던 것은 허머슨의 관측이 컸다. 뒤늦게 허블-르메르트 공식으로 바뀌었지만 르메르트-허블로 하는 게 맞을 것 같다. 과학 또한 정치적인 이유로 영웅이 만들어진다. 하지만 언제나 과학은 모두의 노력을 결실이다.

  한 천재의 이야기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 중심에 '아인슈타인'이 없다면 누굴 세워야 할까? 과학에 관심 없는 사람도 아인슈타인은 다 안다. 심지어 우유 이름에도 학습지 이름에도 아인슈타인은 존재한다. 하지만 아인슈타인 역시 홀로 이 대단한 업적을 세운 건 아니다. 충분히 빛나는 스타가 되었으니 그 역사를 살펴보는 건 중요한 일이다.

  관찰자의 입장에서 현상을 관찰한 고전 물리학은 오랜 시간 주류였다. 하지만 인간은 우주 안에서 우주 안을 관측하고 있기 때문에 절대적 관측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관측하는 우리 조차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성 이론의 등장은 그동안 상식이라고 여겨졌던 뉴턴 물리학이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사건이었다. 하지만 언급되는 만큼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고 한다. 워낙 어려운 방정식이기도 하고 이미 완성형의 학문이라 많은 학자들이 핫한 양자 역학으로 쏠리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인슈타인이 첫 논문부터 세상을 놀라게 한 건 아니다. 그는 어떻게든 연구시간을 늘리고 싶었기에 박사학위와 함께 교수 자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후로 광전효과, 중력장이론 그리고 특수/일반 상대성 이론을 계속해서 만들어 냈다. 그는 그 과정에서 여러 도움을 받았다. 중력장 이론은 힐베르트의 유도과정과 흡사했지만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것이라 했고 명망 높은 수학자 힐베르트는 그 공로를 양보했다. 특히 아인슈타인이 수성의 세차 운동을 설명하는 방정식에 오류가 있음을 알아챈 슈바르츠실트는 아인슈타인에게 여러 조언을 해주며 일반 상대성 이론을 완성시키는 것에 도움을 주었다. 하지만 그는 아인슈타인의 논문이 발표되는 그 해 젊은 나이에 전장에서 운명했다.

  이 책은 상대성 이론이라는 하나의 테마에 대한 과학사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과학사라는 것이 그때그때 등장하는 이론에 대해 설명도 곁들여야 하기 때문에 과학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서문에도 상대성 이론에 대한 관심과 초보적인 배경지식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실제 책에는 뉴턴의 운동 방정식이나 만유인력 방정식도 등장한다. 유클리드, 비유클리드 좌표계에 민코프스키의 4차원에 대한 설명도 등장한다. 물론 공식에 대한 이야기를 다 걷어내고 읽어도 책이 읽히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독자에게는 넘을 수 없는 허들이 되어버릴지도 모르겠다.

  어차피 눈으로 본다고 이해할 수 없는 공식들이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읽어나가면 과학이라는 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얽혀서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것인지 느낄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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