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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마니에르 드 부아르(Maniere de voir Vol 12) - 르몽드

야곰야곰+책벌레 2023. 8. 11.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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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 기술의 발전에 '기대 심리'가 강하게 발현한 학문이라고 해도 될 만큼 SF(Science Fiction)은 그 세력을 넓혀 왔다. 현재가 암담할수록 미래는 뭔가 달라야 했기에 유토피아적 미래를 그리기도 하고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그려 현재를 비판해 왔다. 그 역할은 SF의 것이었다. 최근 세계가 <아바타>, <듄>을 비롯해 여러 SF 작품들에 열광하는 이유도 그런 이유에서가 아닐까 싶다. 이대로는 안된다는 심리는 <포스트 휴머니즘>에 강한 드라이브를 거는 느낌이다.

  SF의 매력은 다가올 미래를 그려볼 수 있다는 것이다. 글은 만화가 되고 만화는 다시 영화가 되고 그렇게 어느새 현실이 되어 있다. 그리고 과학은 인간의 상상을 증명해 내고 있다. 우주로 향했고 금성과 화성 그리고 달에 속속들이 착륙을 하고 있다. 비록 연구시설이지만 우주정거장도 가지게 되었다. 냉동인간, 마인드 스캐닝 등도 기술이 진보하고 있다. 그리고 AI와 로봇의 미래는 그렇게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 SF는 먼 미래를 내다보며 쓰여왔지만 지금은 멀지 않은 미래 혹은 현실을 담는 느낌이 강해졌다.

  SF는 '만약에?'라는 가정을 두고 철학하는 학문과도 같다. 무궁무진한 상상력에 과학적 논리를 결합시켜야 한다. 모든 SF작가가 열정적인 진보주의자이지는 않겠지만 기본적으로 이 장르를 한다는 것 자체가 포기를 모르는 것과 같다. 어떻게 보면 SF는 혁명이며, 종교와 다른 종류의 '메시아'를 구하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미래는 달라야 한다는 유토피아적 열망은 이 유행에 큰 원동력이다.

  이런 상상력을 결합한 문학적 장르는 사실 하나 더 있다. 바로 '판타지'다. 단순히 과학적이다는 이유만으로 SF와 판타지를 나눌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포스트 휴먼은 불을 부리고 천둥을 부를지도 모른다. 지금의 인간의 몸으로는 불가능하겠지만 말이다. 어떻게 보면 SF는 Speculative Fiction이라고 불리는 게 맞다. 사변소설은 비리얼리즘을 나타내는 용어로 써였고 SF뿐 아니라 판타지, 호러, 대체역사, 위어드 픽션 등을 포함하고 있다. 그런데 SF는 또 현실이 되어 버리니 용어가 주는 모호함은 여전하다.

  SF의 하위 장르로는 사이버펑크, 시간 여행, 대체 역사, 밀리터리 SF, 초인물, 아포칼립스, 스페이스 오페라 그리고 사회 과학 등이 있다. 더 쪼개는 경우도 많지만 SF의 주류라고 할 수 있는 대분류는 대체로 이렇다. 사회적으로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은 AI와 노화의 종말이다. AI는 점점 발달하고 있고 언제 '특이점'을 넘어설지가 관건인 듯하다. 그리고 냉동인간과 안드로이드로 대두되는 트랜스휴머니즘 또한 과학의 발전으로 점점 가속화되고 있다. 

  SF에서 던지는 가장 큰 질문은 바로 '새로운 종'이 아닐까 싶다. 생물학적 진화 속도를 넘어서려는 인간의 진화 노력으로 인해 어느새 '호모 사피엔스'라는 단어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게 아닐까 싶다. 생식하지 않더라도 번식할 수 있게 되며 더 이상 번식하지 않아도 될 만큼의 영생을 얻는다면 생식 기능이 퇴화해 버릴지도 모른다. 마인드 스캐닝으로 자신을 계속해서 복제하며 살아가는 인간을 뭐라 불러야 할까. '호모데우스'라고 해야 할까. '호모 클로니우스'라고 해야 할까 (웃음) 인간은 지금도 복제하는 인간 아닌가.

  SF가 인간에게 지속적으로 던지는 질문이 바로 '인간다움'이다. 무엇이 인간다움인가? '번식' 가능하다? 그 능력을 잃는다면 인간이 아닌가? '공감'을 할 수 있어서? '공감'하지 못하는 사이코패스는 인간이 아닌가? 기술이 발달할수록 그 경계는 점점 모호해진다. 그런 답을 찾는 짧은 글이 인상 깊다. 인간은 '존재를 인식하는 것'이고 로봇은 '존재를 계측하는 것'이라는 표현이 마음에 들었다. 인간의 마음은 모두 상대적인 것이다. 사랑, 증오, 절망, 뿌듯함 모두 상대적이다. 계측할 수 없다. 그것이 어설픈 무언가라고 할지라도 그 어설픔이 삶의 전부일지도 모르겠다.

  러시아의 우주론, 아바타에서 SF가 주는 메시지, 현대판 귀족 메리토크라트에 대한 이야기 모두 흥미로운 주제다. SF를 사랑하는 독자 입장에서는 여러 방면의 접근이 신선했다. 더불어 정치적인 지형과 사회의 가치의 변화까지 끌고 가는 건 문학이 사회에 영향을 주는 걸 보여주려는 의도 같았다. 

  인간은 사물과 무엇이 다른가? 얼마나 다른가? 그런 과학의 가장 밑바닥에서 할 수 있는 근본적인 질문을 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 르몽드코리아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에 대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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