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으로 아내와 얘기를 나눈 중에 '엘리멘탈'이 보고 싶다 얘기가 나왔다. 영화도 워낙 비싸서 애들이 보고 싶은 건 대부분 집에서 해결하는 편인데 한 번씩 영화관에서 보는 것도 필요할 것 같아 아주 가끔 가긴 한다. 특히 나 자신이 영화를 그다지 즐기지 않은 편이서 더 그런 면이 있다. 그에 비하면 서점은 정말 문턱 닳도록 다니는 것 같다. (인터넷 서점을 이용하는 횟수에 비하면 말이다) 오늘도 영화관에 가기 전에 교보문고를 들렀다.
한번 쓰윽 훑어보기만 한다. 이미 많은 책을 샀고 인터넷 교보문고에 이미 많은 책들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원하는 게 있으면 사곤 하는데, 얼마 전에 전천당을 비롯한 몇 권을 안겨준 상태라 그다지 흥미를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빈손으로 가기 그래서 <내게 무해한 사람>을 집어 들어 아내에게 건넨다. (사실은 내가 읽고 싶지만) 아내의 주문 책인 <끝없는 우주 이야기>와 <울지 않는 열다섯은 없다>은 바로 드림으로 받았다. 책에 관심이 없던 딸아이가 바로 드림으로 받은 <울지 않는 열다섯은 없다>를 빠르게 잡아채 간다.
<엘리멘탈>은 정령들의 이야기면서 아이들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어떻게 두면 두 정령이 어려움을 이겨내며 사랑을 이루는 내용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겠지만 자신의 길을 가기 위해 고향을 떠난 아빠와 엄마. 부모님은 가족의 지지를 받지 못한 채 그렇게 자신만의 발걸음을 내디뎠다. 그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는 아빠의 꿈을 열렬히 이어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것이 자신의 꿈이 아님을 알아 버렸을 때의 혼란을 영화는 얘기하고 있었다.
사실 상투적인 장면과 때로는 오그라드는 대사가 거슬리는 면도 있었다. 조금 억지스럽다고 해야 할까. 그럼에도 중간중간의 기발한 생각이 돋보였고 영상미가 좋았다. 그리고 마지막 꿈을 이루기 위해 떠나는 딸이 아빠에게 예를 표하고 아빠가 그에 대해 최고의 예를 표하는 장면에서 눈물이 흐르고 말았다. 충분히 예상했는데도 당했다. 대사도 없이 땅에 엎드려 마주 절하는 장면이 영화의 모든 것을 담고 있었다.
이전에 봤던 <나쓰메의 문단속>이 초입 5분의 압도적인 전개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면 <엘리멘탈>은 마지막 1분으로 모든 것을 수긍하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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