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침부터 부산한 하루였다. 7시에 일어나 밥을 하고 챙기다 보니 도무지 8시에 출발을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7시 반에 아이를 깨우고 차키를 들고 집 앞 뚜레쥬르로 향했다. 원래는 아들 방과 후 수업에 데려다주고 9시쯤에 방문하거나 세차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 들리기 때문에 충분히 많은 빵이 있지만 7시에 도착한 뚜레쥬르는 빵이 한참 나오고 있는 상태였다.
우선 탕종식빵을 확인하고 바로 집어 들고, 하나 남은 모카빵도 담았다. 아내는 샌드위치를 먹여야 해서 샌드위치 하나 들고 계산대로 향했다. 계산대 옆에서 갓 나온 빵들이 열기를 식히고 있었다. 따뜻한 빵을 바로 주문할 수 있는 건 아침 빵집의 묘미다.
"소금빵 두 개랑, 소보로 두 개 주세요. 아 그리고 봉지에 담아 주세요"
아직은 몇 군데 없지만 뚜레쥬르는 애플페이를 쓸 수 있기에 핸드폰으로 결제를 해본다. 삼성페이가 그렇게 편하다는데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다. 무거운 핸드폰을 꺼내는 것보다 얇은 카드를 내미는 것이 아직은 더 편한 것 같다.
7시 40분에 집에 도착해서 아이들에게 먹으라 하고 옷을 갈아입으러 간다. 식빵에 잼을 발라 하나 먹곤 딸내미 자격증 시험을 위해 경북대학교로 향한다. 조금 늦게 나와서 시간이 아슬아슬하다. 제 딴에도 조금 초조한 지 네비를 연신 쳐다본다.
"10분 늦게 나오니까 빠듯하지?"
"앞으론 시간되면 출발할 수 있게 하자"
다행히 막히는 구간이 없어 입실보다 5분 빠르게 도착했다. 아이를 안아주고 고사장으로 들여보냈다.
"아빠 저 건너편 벤치에 있을 테니까 안 보이면 전화해"
"응"
갓길에 세워둔 차를 빼서 벤치 옆 주차장에 세웠다. 그리고 바람이 솔솔 부는 벤치에 앉았다. 오랜만에 맑은 하늘에 시원한 바람이었다.
"아아.. 책을 안 가지고 왔네"
다른 아이들이 속속 나오는 가운데 딸애의 모습이 보이질 않는다. 벤치에서 일어서 목을 쭉 내밀고 아이를 찾는다. 그러길 십여분이 지나니 횡단보도를 건너는 딸애를 만난다.
"잘 봤어?"
"응. 네 문제 다 했어"
"너는 집에서는 연습도 안 하는데 잘했네"
"아니야, 연습했어~"
"알았어. 이제 가자"
차로 향하는데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딸애 생일이라고 처제가 선물 사준다고 딸애를 자기 집에 데려다주면 안 되다는 것였다. 경북대학교에서 처제 집까진 십 분도 걸리질 않는다. 처제와 통화하고 딸애를 처제네 집에 데려다줬다. 그리고 홀로 집으로 향했다.
"커피 사갈까?"
"어쩜 내 맘을 그렇게 잘 알까?"
"알았어. 있다 봐"
집에 가는 길에 스타벅스로 향했다. 바닐라 라떼는 핸즈 커피, 토피넛 라떼는 이디야 그리고 돌체 라떼는 스타벅스라는 개인적인 공식이 있다. 토요일 아침 한산한 드라이브 스루에 들어선다.
"돌체 라떼 아이스 두 잔. 톨 사이즈로 주세요"
"더 필요하신 건 없으신가요?"
"둘 다 두유로 해주세요"
"네에. 진입해 주세요"
주문 창을 쳐다봤는데, '두유'나 'soy'가 보이질 않고 '돔리드'라고 적혀 있다.
'돔리드? 돔리드가 뭐지?' 물어볼까 했는데, 뒤에서 차가 밀려와서 그냥 진입했다.
"음료 받으시고요. 캐리어는 필요하세요?"
"아뇨"
이번에도 주문창을 보니 '돔리드'라고 적혀 있다.
이미 커피가 나왔으니 그냥 받아 들었다. '돔 리드'는 스타벅스에서 쓰는 두유의 또 다른 용어인가. 그냥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얼마 전에 '오트밀'로 바꿔 달라는 말에 '귀리는 있는데 오트밀은 없어요'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난색을 표하며 주만을 받아주던 다른 점원의 표정에 웃음이 났지만 나무라지는 않았다.
집에 도착해서 '스타벅스 돔리드'를 검색했다. 돔리드는 케이스 뚜껑이었다. 평소에 받는 납작한 것이 '리드', 휘핑 잔뜩 올릴 때처럼 둥근 뚜껑이 '돔리드'였다. 그제야 둥근 뚜껑이 눈에 들어왔다.
'뭐가 다르긴 했는데, 그게 뚜껑이었을 줄이야'
별거 없는 뚜껑 바꾸는 별난 사람이 된 건지, '돔리드'라는 뭔가 생소하고 좀 있어 보이는 말을 쓰는 스벅인싸가 된 건지는 모를 노릇이지만 오늘의 에피소드로 또 하나 배웠다. 그리고 다행히 두유로 바꾸지 않았지만 나의 장은 우유를 잘 받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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