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나님의 등공예 자격증 시험을 위해 5시간을 운전해 일산에 도착했다. 미리 잡아둔 소노캄 고양에 짐을 푸니 금방이라도 자야 할 것 같은 시간이었다. 맥주 한 캔을 사고 아이들은 목욕을 시켰다. 매번 리조트만 다녔던 아이들은 방이 너무 좁다며 난리다. 그도 그럴 것이 노블레스 리조트에 비하면 반도 안 되는 크기니까. 그리고 바닥이 카펫이라 슬리퍼를 신고 다니는 것이 너무 불편해했다.
원래는 걸어서 킨텍스로 가려했는데, 걸어서 20분가량 걸려서 그냥 차를 가지고 가기로 했다. 하루종일 요금 1만 2천 원을 그냥 쓰는 게 여러모로 맞을 것 같았다. 아내가 시험을 마치고 나오면 바로 연천으로 갈 계획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빵을 사 온다는 게 깜빡해서 아침부터 식당을 검색했다. 숙소 앞에 김밥집이 있어서 김밥을 샀다. 한 줄에 5천5백 원. 대구보다 천 원이나 더 비싸다. 그런데 후기는 저렴하단다. 이해할 수 없음.
킨텍스 콘퍼런스 홀 앞에 작은 협탁에서 간단한 간식 정도는 먹을 수 있어서 김밥을 들고 갔는데, 주차장부터 보이는 코스어들이 심상치가 않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갈수록 많아지는 코스어들. 플레이엑스포는 단순히 게임 박람회가 아니었다.
3층까지 가득 채운 코스어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4층은 등공예 시험으로 탁자를 사용할 수 없었다. 아내는 시험 전이라 체할 것 같다고 간단한 에너지 바 하나만 가지고 시험장으로 들어갔고 아이들을 데리고 킨텍스 구석으로 가서 김밥을 먹었다. 밥을 먹고 있는데, 줄이 점점 길어진다. 혼자였다면 그냥 밖에서 코스어들 구경이나 했을 텐데 아이들이 있어서 들어가서 체험이라고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자마자 티켓팅을 해두는 건데, 밥까지 먹고 나니 줄이 세 번을 굽어 있다. 티켓팅을 마치니 또 5번은 구부러져 있는 입구로 향했다. 그래도 생각보다 빠르게 이동할 수 있어서 한 시간쯤 걸려 들어갈 수 있었다. 그냥 간단한 게임 박람회일 거라고 생각하곤 아이들이랑 구경하면서 기다리면 되겠다는 판단은 착오였다.
평소에 게임을 잘 못하게 하기에 아이들에게 박람회는 천국이었다. 재미가 없는 게임이 없었다. 인기가 없는 게임도 진득하니 빠져들어했다. 아이들을 챙기며 4시간가량을 걸었다. 애들이야 게임한다고 앉아라도 있었지만 계속해서 서 있자니 다리가 묵직했다. 1만 4 천보를 걸었다.
친절한 분들의 설명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저거 어떻게 100점에 넣지?"
라는 말이 무색하게 아들은 한 번에 잭팟을 터트렸지만 동영상을 찍어야 사은품을 준다고 해서 사은품은 받지 못했다.
아내가 시험을 마칠 때가 될 때가 되어서 슬슬 나가자고 했다. 무려 네 시간을 놀았으니 순순히 따라나선다. 아내도 빨리 나올 줄 알았는데 시간을 꽉꽉 채워 시험을 봤다.
기법 하나가 헷갈렸다며 아쉬워하는 아내와 아이들을 차에 태우고 연천에 있는 전곡리 선사박물관으로 향했다. 그야말로 북쪽 끝으로 향했다. 통일동산을 지날 때 아빠가 살던 곳이라고 하니 딸아이가 "아빠 서울 살았어?"라며 놀랜다. "여긴 서울이 아니라 파주야"라고 웃는다.
선사 박물관은 생각보다 크진 않았지만 깔끔했고, 주위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분명 유적지까지 봤으면 좋았겠지만 시간도 시간이고 피곤해하기도 해서 가볍게 즐기기로 했다. 대형 스크린에 나오는 영상의 퀄리티는 꽤 좋았다. 산책길을 둘러 내려오는데 캠핑장이 있었는데, 너무 좋아 보였다. 깔끔하고 예쁜 곳이다.
오랜만에 파주에 들려 저녁을 먹기로 했다. 헤이리 근처에서 사오 년 살았기에 동네가 익숙했지만 프로방스가 꽤 넓어져서 놀랬다. 하지만 여전히 비싼 밥 값에는 놀라지 않았다. 대구에서 먹었으면 메뉴 두 개는 더 추가할 수 있는 가격이었다. 그래도 맛있게 먹고 선물도 사서 숙소로 복귀했다.
다음 날 결혼 후 코빼기도 보여주질 않는 막내 처제네와 밥을 먹었다. 태국 음식 꽤 맛있군. 피골이 상접하다던 큰 이모님의 말과 다르게 둘은 꽤 정상(?)이었고 낯빛도 좋았다. 괜히 걱정했네. 밥을 사주러 갔는데, 밥 값으로 티격태격하다가 결국 얻어먹었다. 그래도 오랜만에 얼굴 보니 좋다. 시엄마 역할 한 거 아닌지 조금 걱정스럽지만.. ㅎㅎ
책을 두 권이나 가져갔지만 두 장밖에 못 읽었다. 집에 도착하면 더 열심히 읽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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