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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식 호흡과 스타카토 (목소리는 발성이래)

야곰야곰+책벌레 2023. 6. 16.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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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소리를 그다지 신경 쓰지 않고 살았는데, 회사에 한 이후로 굉장히 많이 신경 쓰게 되었다. 원래도 다른 사람 앞에서 발표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데, 그래도 그게 꽤 많이 누적되어서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점점 더 어려워짐을 느낀다. 일부러 발표를 자처해해보기도 하지만 발표가 익숙할 만큼 잦은 게 아니라서 긴장, 패배감의 굴레를 벗어날 수가 없다.

  말이 안 되다 보니 계속 글만 팠다. 현실에서 만나는 것보다 텍스트로 만나는 온라인 세상이 더 편했다. 글은 수려하지 않다고 생각되면 다시 거둬 수정이 가능했다. 말은 라이브라서 순간순간이 중요하다. 그런 긴장감을 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도 살다 보면 말을 잘해야 할 때가 분명 필요하다. 그래서 일부러 말을 꾸준히 해야 하는 환경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스타그램에서 매일매일 말하는 걸 녹음해서 '하루 학습 - 읽기'로 해서 올린다. 처음에는 굉장히 떨렸는데, 사실 사람들은 나에게 그다지 관심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렇게 떨렸나 보다. 공격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 그건 인류가 함께 살기 시작하면서 생긴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것 같다.

  그래도 좀 더 체계적으로 말하는 걸 배우고 싶었다. 그리고 우연히 알게 된 '흥버튼' 채널. 처음엔 예쁘장한 여성 분 이름이 '정흥수'라는 게 조금 재밌었고 강의를 너무 즐겁게 해서 그게 또 좋았다. 많은 말하기 강의가 있었지만 이렇게 즐거워 보이는 사람의 강의가 듣고 싶었다. 그래서 정흥수의 책을 구매했다.

  '목소리가 나쁜 사람은 없다' 단지 발성이 안 좋을 뿐이라고 얘기하는 저자는 매일 9시간 9년을 연습해서 일 년 만에 아나운서가 되었다고 한다. 예쁜 목소리라기 보단 시원하고 통쾌한 목소리에 더 가까워 기자나 아나운서가 어울리는 목소리였지만 예쁜 목소리도 얼마든지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책을 열고 첫 번째, 두 번째 챕터가 바로 '복식 호흡'과 '스타카토'였다. 매일 1분 이상 연습하면 도움이 된다고 했다. 나는 늦게 시작했으니까. 운전하면서 계속 연습하기로 했다. 입을 적당히 열고 배로 숨을 들여 마셨다가 배를 조이며 숨을 내뱉으며 소리를 내는 방법이 '복식 호흡'이라면 들이 마신 숨을 한 번에 '훅~' 내뱉는 게 스타카토였다. 예전에 오디션 프로그램 보면서 트레이너들이 하는 것도 많이 비슷해서 이해하긴 쉬웠다. (물론 동영상도 제공한다)

  매일 회사를 오고 가는 차 속에서 연습하다 보니 가장 중요한 점은 '목소리의 크기'였다. 복식 호흡보다 중요한 게 아마 목소리를 크게 낸다는 것이었다. 나처럼 말 수 적고 조용한 걸 좋아하는 사람은 일단 목소리를 크게 내는 걸 잘 못한다. 노래방처럼 시끄러운 장소에서야 소리 지르는 게 어색하지 않지만 고요 속에서 소리를 낼 때 큰 소리를 잘 못 낸다. 식당에서 아주머니 부르는 것도 조심스러운 나에겐 목소리를 크게 내는 습관을 만드는 것이기도 했다.

  사실 배를 조이며 소리를 내는 방법이라곤 하여 흉내를 내어 보지만 이게 입에서 나는 건지 배에서 올라오는 건지 모를 노릇이다. 그냥 성대가 조이지 않게 하려고 노력할 뿐이다. 저자도 매일 연습하고 있고 있다고 하니 하루아침에 될 건 아닌 거 같다. 꾸준히 연습하며 한 챕터씩 나 아가다 보면 언젠가 멋지게 말하는 내가 되어 있을 것 같다.

  열 번을 보라는데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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