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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과 전쟁 (아자 가트) - 교유서가

야곰야곰+책벌레 2023. 6. 21.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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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왜 싸울까? 전쟁은 왜 끊이질 않을까? 우리는 평화를 너무나 원하지만 그럼에도 끊임없이 싸운다. 총칼을 들고 싸우는 전쟁을 벗어나더라도 인간은 늘 경쟁하고 다툰다. 순위를 매기고 승자를 정한다. 생태계 많은 종들 또한 싸움이 없는 것이 아니지만 인간의 것이라 조금 더 특별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이 전쟁의 이유를 9년 동안 파헤친 아자 가트는 여러 분야의 학문을 연구하여 전쟁의 이유를 설명한다.

  이 책은 단정 짓지 않는다는 점에서 굉장히 읽기 불편하다. 저자는 마치 정답을 알려주는 듯하면서도 다른 의견을 바로 제시한다. 그러다 보니 읽는 도중에 머릿속에서 복잡해져 버린다. 정답을 원하는 독자는 혼란스러운 상황에 빠진다. 방금 뭐라고 했지? 라며 다시 앞으로 돌아가 읽는 일이 허다하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책들이 바로 이 책을 많이 인용한다. 많은 사례의 이유와 설명을 객관적으로 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인류가 지구상에 나타난 뒤로 문명은 살기 좋은 곳을 중심으로 발달했다. 수렵과 채집이 좋은 곳이라던지 기후가 좋아 재배가 원활한 곳에서 문명은 탄생하고 발전했다. 농경 생활이 어쩌다 시작했을 수는 있지만 그것은 한정된 자원을 넘어서려는 첫 번째 혁명과도 같은 것이었다. 루소가 문명 이전의 사람들은 선했을 거라고 얘기했지만 수립 채집인들에게도 좋은 땅은 분명 존재했고 그곳은 격전기가 되었다. 

  결국 모든 전쟁에는 '자원 부족'이라는 이유로부터 시작한다. 마치 제로섬 게임 같이 더 많은 것을 누리려면 결국 뺏어야 했다. 이것은 목숨을 내놓고 하는 게임이었지만 그야말로 '고위험 고수익'의 게임이었다. 전쟁으로 얻는 전시품과 더불어 약탈과 강간은 젊은 남자를 전쟁터로 내모는 충분한 이유가 되었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바로 도구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생태계에서 동물들의 싸움은 흔하지만 보통은 위협과 복종으로 귀결된다. 확실하게 제압할 수 있는 천적의 관계에서는 한 치의 자비도 보이질 않지만 서로 다칠지 모르는 같은 종끼리의 싸움에서는 치열하게 싸우지 않는다. 승자에게도 패자에게도 모두 치명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동물은 자신의 몸 그 자체가 무기가 되기 때문에 정해진 서열을 뒤집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인간의 경우에는 허약한 몸에 비해 치명적인 무기를 가지고 있었다. 아무리 약한 자라고 해도 얼마든 지 강자를 해치울 수 있다. 인간은 늘 복수를 두려워했다. 그리고 자신이 유리한 싸움을 하기 시작했다. 바로 매복과 습격 등의 비대칭 선제공격이다.

  농경 사회가 시작했을 때에도 수렵과 채집은 이어지고 있었고 더불어 유목민도 등장하게 되었다. 서로는 합의에 의한 거래를 했지만 뺏는 것만큼 효과적이진 않았다. 정주를 시작한 인간을 약탈하는 것은 유목민에게는 당연한 선택이었다. 말과 전차의 탄생은 이들의 세력을 더욱 강하게 해 줬다. 문명 초기 동아시아에서 문명이 급속도로 발달한 이유이기도 하다. 넓은 농경 지대와 함께 말을 기르기 유리한 넓은 스텝지대가 펼쳐져 있었다. 산악이 많은 유럽은 늘 약탈의 대상이 되었다. 

  정주를 시작한 사람들은 이런 약탈을 방지하기 위해 한 곳에 모이기 시작했다. 상업이 활성화되기 전부터 도시가 형성된 이유는 귀한 물품(가축 따위)을 도시 가운데 모아두고 함께 방어를 하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사바나에 무리 지어 다니는 초식 동물처럼 약탈의 대상에서 벗어날 확률도 높아졌다. 그럼에도 거처가 불분명하고 빠른 기동성과 함께 활과 같은 무기를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유목민에게 일정 부분 약탈을 허용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반전은 총기와 화포의 발명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물론 대형 선박도 마찬가지다. 기마병의 기동성은 총기 앞에 무용지물이었다. 동아시아의 패권이 유럽으로 이동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총기였다. 화약이라는 것도 중국에서 먼저 개발했지만 보병 위주의 군대를 가진 유럽에게 총기는 그야말로 최고의 무기가 되었다.

  산업 혁명은 그야말로 혁명이었다. 무기의 발전은 물론 싸움의 이유가 되었던 '자원의 부족'이 해결되기 시작했다. 세상은 분업화되고 서로 얽히게 되었다. 총량을 파괴하며 내 것을 조금 더 많게 만들었던 게임보다 그저 서로 거래하는 것이 더 많은 자원을 얻는 길이었다. 인간 중에 돈을 싫어하는 사람을 찾기란 불가능하듯 자본주의는 그렇게 빠르게 세계를 이어 갔다. 맬서스의 덫이 파괴되는 순간이었다.

  '부의 폭발'은 전 세계를 새로운 패러다임 속으로 밀어 넣었다. 국가는 많은 자금이 필요했고 결국 거상들에게 권력을 나눠주기 시작했다. 상업에서 더 많은 이득을 얻기 시작한 사람들은 그다지 얻을 것이 없어진 전쟁을 하는 것을 꺼리게 되었다. 이제 싸우는 것은 모두 용병의 몫이었다. 전투의 기술은 용병들에게만 쌓여 갔고 돈 이외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에겐 누가 나라의 주인이 되든 큰 관심이 되질 않았다. 전쟁은 결국 엘리트들의 부의 노름일 뿐 서민들에게는 재앙일 뿐이었다.

  무기는 기하급수적으로 발달했다. 인간이 인간을 두려워하는 마음은 끝없는 군비 증강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세계는 핵무기라는 치명적인 무기를 손에 들게 되었다. 그동안의 전쟁은 상대를 확실히 박살 낼 수 있다는 작은 확률에 기대를 걸기도 했지만 지금의 시대는 '상호확증파괴'가 가능해졌다. 공격할 뿐 막을 수 없는 핵무기의 등장은 강제적 평화를 가져왔다.

  그렇다면 지금의 시대는 안전한가? 에 대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국가와 국가 사이에 핵무기와 서로를 파괴할 수 있다는 신념 그리고 전쟁을 혐오하는 국민과 민주주의는 확실히 평화를 오랜 시간 유지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국가가 철저하게 관리하던 무기 생산의 기술들이 민간으로 흘러가고 있다. 화학제품을 만들고 바이러스를 만드는 일은 이제 민간 기업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그리고 '초강력 분노 세력'이 나라를 탈환할 수도 있다. 국가가 테러 집단을 제대로 관리해 내지 못하는 경우에 '죽음을 불사하는 집단'에 의해 핵버튼을 눌러질 수도 있다.

  전쟁은 인류 문명의 진화와 함께 하고 있다. 전쟁은 집단과 국가를 만들었고 그 속에서 여러 이데올로기도 만들어 냈다.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의 등장으로 민주주의가 최근 백여 년 우세해 보였지만 앞으로도 그럴 수 있을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중국의 약진이 두드러짐은 물론이고 러시아는 여전히 잠재력이 대단한 국가다. 팬데믹은 세계적으로 얽혀 있던 시장을 단숨에 끊어버리려는 세력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우리는 냉전 체제 속의 전쟁 억제력에 기대기보다 서로를 이해하고 공동의 이익을 공유하는 자세를 유지해 나간다면 인간은 전쟁을 점점 더 혐오하는 쪽으로 진화해 갈 것이다. 그것만이 인간의 평화를 오랜 시간 유지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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