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역사를 보면 대부분 500년은 거뜬하고 1000년의 신라도 존재한다. 그런 시선으로 바라보면 600년 역사가 그렇게 대단한가 싶기도 할 거다. 하지만 제국이라는 광활한 영토를 600년 동안이나 유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면에서 로마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서양에게는 공포를 심어줬던 '오스만'. 튀르키예 사람들에게는 패배감의 역사로 남아 있었지만 최근에는 찬란한 역사로 인식이 바뀌고 있다. 오스만이라는 제국이 튀르키예 족이 주축이 된 역사는 아니지만 이스탄불을 중심으로 이뤄진 제국의 역사이고 그 기록이 많지 않아 오해도 많았지만 점점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유목민의 부족 국가로 시작한 제국에서 오스만은 그저 강한 부족 중에 하나였다. 하지만 제국을 만들고 시스템을 정비하면서 국가로서 제국으로서의 모습을 갖춰간다. 술탄이라고 불리는 강력한 중앙집권세력과 이를 아우르는 파샤 등의 귀족들의 구성이 되었다.
오스만이라는 제국의 독특함 점은 다양성의 존중, 문화의 융합 등을 기초로 한다는 점이다. 이슬람 세계와 기독교 세계가 뒤섞여 있고 일정 부분 인정하며 지냈다는 점이 대단했다. 반대로 말하면 종교에 집착하지 않아서 적절히 어기면서 현실에 맞게 이용했다고 볼 수도 있다. 수많은 문화과 융합된 제국에서는 그들만의 독특함이 남아 있다. 지금의 이스탄불인 콘스탄티노폴리스를 점령하면서부터 굳건해진 제국은 "세계의 왕"이라는 칭호를 사용하던 군주들로 강건했다.
오스만 제국의 독특한 점이 어머니의 출신을 중요하지 않다는 점이었다. 모든 왕자는 평등하다는 이슬람법에 의존한다고 했지만 노예에게서 태어난 자식도 왕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신선했다. 이것에는 중요한 점이 있었는데 바로 외가의 권력 성장을 막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술탄들의 어머니가 여자 노예 출신인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가장 악명 높았던 제도는 바로 '형제 살해'다. 왕자 중 한 명이 술탄의 자리에 오르면 나머지 형제들은 모두 처형됐다. 나라가 혼란스러운 후기에 이르러서야 대가 끊길지 모르는 불안감 때문에 '새장 제도'가 시작되었다. 새장 제도는 살려 두되 아무것도 못하게 가둬 두는 것이었다.
책을 읽고 나서야 오스만 제국이 이렇게 현대와 가까운지 알았다. 오스만 제국은 터키 공화국 바로 직전까지 존재했으며 무려 세계 1차 대전도 치렀다. 나라가 건사하지 못한 가운데 술탄의 알량한 자존심으로 시작한 성전이 멸망의 원인이 되었다. 오스만 제국을 로마 정도의 시대로 인식하고 있었는데 현대전을 했다니 조금 어색한 기분마저 들었다.
단일 왕조로 600년을 이뤄낸 오스만 제국을 한 권의 책으로 담아내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책은 300페이지가 조금 넘는 분량으로 오스만 제국의 주요 특징을 잘 설명해내고 있었다. 물론 술탄 개개인의 역사를 기술하는 책들도 있지만 긴 역사를 한 번에 바라보며 얻는 이해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꽤 쉽고 잘 쓰인 책이다.
오스만 제국은 기록에 그렇게 신경 쓰지 않았고 제대로 기록하기 시작한 것도 꽤 늦은 시기부터여서 제국 자체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여전하다. 그리고 지금에서야 그 연구가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고 한다. 터키 사람들이 '오스만'에 대해 최근에서야 활발하게 인식하고 있었다는 것은 오스만이라는 제국에서 튀르키예 족이 주도한 것은 제국 말기나 되어서였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찬란했던 역사에 튀르키예 인들의 비중이 높지 않은 듯하다.
로마나 그리스가 유명했던 그동안의 세계사 지식에 갑작스레 관심을 가지게 된 '오스만'의 역사의 궁금증을 잘 풀어준 책이었다. 그리고 여러 문화와 종교가 공존할 수 있고 또 그것을 허용했다는 점이 너무 멋있었다. 그런 왕이라면 '세계의 왕'이라는 호칭을 써도 괜찮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현대에 가까운 시기에 멸망해서 그 패배감이 심할지 모르겠지만 오스만 제국이라는 역사는 꽤 매력적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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