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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그럼에도 왜 사느냐 묻는다면 (미나미 지키사이) - 서사원

야곰야곰+책벌레 2023. 6. 5.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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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여 년을 수행은 주지 스님의 연혁에 독특한 점이 있다면 와세다 대학교 문학부 출신이며 대형 백화점에서 근무한 것이다. 사회생활까지 한 뒤 출가를 결정한 경우다. 인생은 괴롭고, 고통스럽고, 슬픈 것. 불가에서 얘기하는 번뇌를 짊어지고 사는 삶에 대한 답이 필요했을까? 오랜 세월을 답을 구한 그가 구한 답은 무엇일까?

  나의 존재의 가치를 찾는 것보다 인정하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 오늘을 제대로 살아가기 위한 다짐이 필요하진 않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이 책은 서사원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멈춤을 얘기는 많은 스님들의 글에 한 걸음을 더 나아가 '가치 있는 나'라는 그 자체에 물음을 던지며 글은 시작된다. 나는 우연히 태어난 존재. 내가 골라가며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세상이 빚어낸 존재. 내 맘에 들 수도 그렇게 밸런스가 좋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은 그대로 진실일 수밖에 없지 않을까? 내가 태어난 귀함과 가치를 좇고 계발하기에 집중하며 살아내는 것만이 제대로 산다고 할 수 있을까라고 묻는다.

  우리가 가지는 대부분의 고민은 자신을 제대로 마주하지 않아서다.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다면 그것은 의외로 힘들거나 어려운 문제가 아닐 수 있다. 모든 것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세상이라 자신만의 테마를 정해 (혹은 가치관을 정해) 살아간다는 건 중요하다. 그 확신만 있다면 고민을 할 이유도 사라진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 정하지 못했기 때문에 여러 가지에 흔들리는 것이다.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이라는 말이 있다. 날마다 좋은 날이라는 이 말은 실은 매일이 좋기 때문에 좋은지 나쁜지 굳이 따질 필요가 없다는 뜻이었다. 그냥 소중할 뿐이다. 평생을 돌아보며 좋은 인생인지 나쁜 인생인지 따지는 건 의미가 없다. 그저 죽음을 앞두고 납득할 수준이면 된다. 

  사실 맹렬하게 살아가는 나에게 책을 펼치지 마자 드는 생각은 반감이다. 왜? 한 번 받은 인생 빡빡하게 살아보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남에게서 받았다고 내가 소중하지 않은 건 아니니까. 그럼에도 꾸역꾸역 읽다 보면 스님이 하려고 하는 얘기가 그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가치를 찾아 방황하는 게 소중하고 행복하면 그거 하면 된다. 하지만 나와 맞지 않은 옷을 입듯 쓸려 다니지 말라는 얘기였다. 나에게 맞는 가위가 다른 사람에게도 편할 거란 보장은 없다.

  세상은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없다는 걸 인정하고 나면 살아가는데 도움이 된다. 불교에서 삶은 번뇌의 연속이니까. 좋은 날보다 많은 힘겨운 날이 있다는 걸 인정하면 삶을 또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다른 사람의 인식으로 나로 존재할 수 있지만 그 시선에 너무 따지지 않고 나의 가치를 나의 테마를 찾아 찾아 살아가게 된다면 훌륭하지 않더라도 꽤 괜찮은 삶이라고 웃으며 세상과 안녕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 내가 원하는 걸 하려는 노력. 타인을 위하는 노력. 자신을 똑바로 마주하려는 노력 등 오늘을 제대로 살아가는 연습을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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