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사를 배우면 매번 드는 아쉬움은 '왜 고구려가 삼국을 통일하지 않았을까'였다. 고구려는 백제와 신라 모두를 신하국으로 만들었을 뿐 완전한 멸망을 시키지 않았다. 완벽하게 불씨를 끈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라 후방의 평화를 도모하며 국정을 살피는 것이 더 효율적이었을지도 모른다. 언제든지 멸망시킬 수 있다는 힘만 보여주면 모든 것은 만사형통이었을 거었다. 부국강병의 길을 걸었던 광개토태왕의 또 하나의 묘수는 바로 문화와 경제였다.
천하를 호령하던 광개토대왕의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새움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이제는 중원의 거상이 된 조환과 해상을 장악한 추수 그리고 북방의 소금 거상이 된 우신이 역할을 하게 되었다. 더불어 백제로부터 탈환한 개성과 강화도의 인삼으로 무역은 더욱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을 바탕이 되었다. 게다가 외조부인 하대용의 집안 또한 고구려 상업을 일으켜 세우기엔 충분했다.
담덕은 조환과의 대화에서 상업과 문화를 키우는 것이 어떤 일인지 알게 되었고 대국으로서의 면모를 보이기로 했다. 상업이 발전해야 나라에 부를 축적할 수 있고 장터로 몰려드는 세작에 대한 걱정은 더 많은 정보 수집으로 만회할 수 있을 거라 생각을 했다. 그리고 개방하는 그 자체가 자신감이었기에 강한 나라의 모습도 보이기로 했다.
그리고 장터를 떠돌며 정보 수집을 하는 군사를 따로 키우며 역참을 활성화시켜 정보 전달의 속도를 높였다. 그러면서 비밀리에 군대를 키워 나갔다. 백제의 도발에 강하게 응징했고 부여로 통하는 상업로를 열었다. 백제를 멸망시켜야 한다는 신하들의 의견에 자신의 꿈을 얘기하는 장면에서는 신하들만큼이나 나에게도 뜨거운 것이 올라오는 듯했다.
우리나라가 언제 그렇게 큰 꿈을 꾼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다. 고구려를 읽으면 언제나 그런 대리 만족이 있다. 강대국에 대해서 떳떳한 자세가 늘 기분 좋음을 전달했다. 그래서 고구려 통일을 더 원했는지도 모른다. 당나라에 사대에서 뒤통수치듯 고구려와 백제를 멸망시킨 신라를 그렇게 좋게 볼 수 없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런 아쉬움을 책을 말끔히 씻어주었다. 광개토태왕의 큰 그림을 잘 전달해 줬다. 그 정도의 큰 꿈을 꾸었다면 백제, 신라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겠지. 그것이 우리가 열광하는 광개토태왕의 진면목임을 이해할 수 있었다. 요동성을 넘어 중원으로 달려갈 마지막 7권이 벌써 눈앞에 펼쳐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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