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는 일상에서도 자주 사용하는 <햄릿>의 대사다. 셰익스피어가 쓴 이 비극적 연극 4편은 우리가 흔히 4대 비극으로 알고 있는 작품들이다. <햄릿>, <맥베스>, <리어왕>, <오셀로>가 그 네 편의 작품이다. 모두가 몰락의 길로 향해 가고 결국엔 시체만 널려 있는 이 작품은 인간의 악함과 어리석음을 얘기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독자의 눈에서 보는 그들의 판단과 행동이 동의하기 힘들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을 친절한 설명과 함께 제공하는 이 책은 린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네 편의 작품 중에서는 <리어왕>이 가장 가독성이 좋았는데 속 마음과 다르게 겉으로 번지르르한 말을 듣고 싶었던 왕은 감정적으로 행동한다. 첫째와 둘째 딸의 세치 혀에 놀아나며 셋째 딸의 진심을 외면해 버린다. 모든 것을 물려준 왕은 두 딸에게 박대를 당한다. 그리고 프랑스 왕비가 된 딸은 그런 왕을 구하러 전쟁을 일으킨다. 왕국의 건설 담대한 계획만 생각했던 왕은 비참해지면서 세상을 더 넓게 보고 이해하게 된다. 자신이 살피지 못한 것들에 대해서도 뉘우친다. 하지만 이미 그는 왕이 아닌 자. 반성만 할 수 있을 뿐이다. 4편의 작품 중 유일하게 회개의 장면이 있다. 물론 모두 죽지만..
어리석은 리어왕과 고약한 고너릴과 리건이라는 두 딸. 그리고 야욕을 채우기 위해 가족을 배신한 에드먼드. 그럼에도 즐겁게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심성 고운 코델리아와 왕을 끝까지 지켰던 켄트 백작과 복수를 위해 몸을 숨긴 에드거가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광대의 위트 또한 이 작품의 재미라고 할 수 있다.
그에 반해 <오셀로>는 정말 기분이 나쁠 정도로 최악의 느낌을 받았달까. 주인공 오셀로부터 질투의 화신이며 끊임없이 이간질을 하는 이야고의 말을 읽고 있으면 짜증이 속에서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이 모든 것을 예상한 셰익스피어일지는 모르겠지만 <오셀로>는 다시 읽고 싶지 않을 정도다. ㅎㅎ 사랑을 위해 과감한 선택을 한 데스데모나였지만 남편에 대해서는 왜 이렇게 수동적이었을까. 오셀로는 왜 삼자대면을 하지 않았을까. 자신의 부인을 욕보이는 이야고의 말에 화를 내지 않았을까.
<맥베스>는 이간질이라는 부분에서는 <오셀로>와 같을 순 있지만 이것은 마녀들의 <예언>이었고 야망은 맥베스와 맥베스 부인의 선택이었기에 그 스토리는 흥미가 있었다. 다른 이의 예언에 자신의 운명을 던진 꼴이다. 결국 그 예언대로 죽음을 맞이한다. 권세와 평안한 삶 중에 어느 것이 더 의미 있는 것일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충분히 훌륭한 삶을 살았던 맥베스였지만 그 자신과 부인의 야망의 소용돌이가 휩쓸려 파멸하고 만다. 예언 풀이가 재미를 더해주기도 한다.
<햄릿>은 철학적 물음으로 우리에게 유명하지만 그 자신은 꽤나 우유부단했던 것 같다. 아버지의 유령을 만난다는 설정으로 이야기를 끌어 가며 아버지를 암살하고 어머니의 새 남편이 된 클로디어스에 대해 증오하는 마음을 품지만 그 결단을 내리는 일은 쉽지 않다. 그가 사랑했던 오필리아는 결국 자살을 하게 되고 나머지 인문들도 서로 겨루다 혹은 독으로 목숨을 다한다. 그야말로 전멸.
이 책은 <4대 비극>을 모아둔 책이지만 그 두께가 상당히 두껍다. 그 이유는 각 장이 끝날 때마다 설명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이 공연되는 당시의 상황과 셰익스피어 스타일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작품의 앞뒤 구성과 복선에 대해 얘기하고 대사와 행동의 의미를 설명해 준다.
스토리가 끊어진다는 느낌이 있다면 글만 읽고 설명은 나중에 읽어도 괜찮을 것이고 아니면 각 장의 의미를 밟아가며 읽어 나가는 것도 괜찮은 선택일 것 같다. 글 이외에 연극의 장면과 배우가 집중에서 표현하려고 하는 부분도 가끔씩 짚어줘서 연극을 보는 기분이 어떨까라는 생각도 하며 읽는 재미도 더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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