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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웃음이 닮았다 (칼 짐머) - 사이언스북스

야곰야곰+책벌레 2023. 6. 2.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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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류의 기원. 생명의 기원을 좇는 것은 우주의 탄생만큼이나 흥미로운 일이면서 중요한 일이다. 인류는 그것을 이해하려고 부단히 노력하기도 하고 신이라는 것을 만들어 '창조론'을 얘기하기도 했다. 우주의 기원을 '빅뱅'이라는 하나의 가설을 기반으로 연구하듯 생명의 역사 또한 단세포가 두 개의 세포가 되는 과정을 여전히 증명할 수 없다. 생명의 역사는 어느 순간 갑자기 드러났으며 그 사이에 일어난 일은 안갯속 풍경처럼 어설프게 알 뿐이다.

  발가락이 닮았다는 우리의 속담처럼 외모는 차이가 나더라도 우리는 거의 똑같은 구조를 가진 존재이다. 생명의 변화 그리고 유전학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이 책은 사이언스북스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진화'라는 것은 굉장히 파괴적인 개념이었다. 인간은 신으로부터 나와 빚어진 생명체라고 믿는 사람들에게 그 근본을 뒤엎는 진실이었다. 그 역사를 좇다 보면 인간이 만든 신화보다 더 긴 세월을 거슬러 오르게 된다. 진화는 (인간 시간을 기준으로) 아주 천천히 때론 아주 빠르게 진행되었다. 생명이 발생한 뒤 한 참 뒤에나 '멘델의 법칙'은 유전학의 기초가 되었지만 뉴턴의 법칙이나 상대성 이론처럼 널리 적용되진 않았다. 그야말로 우주의 역사에서 아주 짧은 생명의 역사만을 얘기할 수 있을 뿐이었다.

  유전이라는 말은 '상속'이라는 말에서 유래되었다. 어버이의 물리적 재산을 물려받는 것과 마찬가지로 생물학적 상속이라는 말이다. 여성이 재산으로 인식되는 시절에는 오롯이 정자에 의해 유전이 진행될 거라 믿었지만 사실 유전에는 난자가 훨씬 더 영향력이 있는 듯하다. 그야말로 수 억 대 일의 경쟁률에서 뭐가 더 중요할지는 뻔하니까. 상속의 개념은 마치 '서러브레드'를 만들듯이 왕가의 혈통을 보존하기 위한 근친 간 결혼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런 행태는 유전병을 더욱 도드라지게 만들 뿐이었다. 과학적 지식이 없던 당시에는 유전병을 단순히 신의 형벌로만 생각했을 뿐이다.

  유전이라는 것은 '품종'이라는 개념에 닿아 인종 차별의 도구로 사용되기도 했다. 그 중심에는 '우생학'이 있다. 멘델의 유전학은 인간에게도 분명 더 좋은 씨가 있을 것이고 그것만으로 교배를 하면 우월한 인간을 만들어갈 수 있을 거란 생각으로 이어졌다. 가난한 자, 노예는 하나 같이 열등한 자로 분류되었다. 사회진화론과 우생학은 인종 차별의 근거로 쓰였다. 인간의 DNA에서 네안데르타인이나 크로마뇽의 DNA를 찾으려고 했던 사람들이 또한 그런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 사피엔스는 그들을 완벽하게 멸종시켰고 일부 인류만이 3% 정도의 DNA를 가지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인류의 기원이 아프리카로 결론 나게 되고 인류의 유전자는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밝혀지면서 잠잠해지기 시작한다. 더불어 인간은 유전자의 영향 이외의 것에 영향을 받기도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멘델이 발견한 것처럼 3:1로 진화한다는 것은 아주 일부에 불과했다. 이를 유전력이라고 한다. 유전자 하나가 정확하게 그 형질에 관여를 한다면 그것은 유전력이 100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키나 지능과 같은 것은 유전력이 높지 않다. 우선 키에 관련된 유전자만 해도 800여 개가 넘는다. 그리고 유전자보다 식습관에 더 영향을 받기도 한다. 알려진 유전자로 자랄 수 있는 것은 약 3cm 남짓하다. 성장 호르몬 조절이 되지 않아 생기는 거인병과 같은 것은 별개로 하자면 말이다. 유전자는 서로 복잡하게 연관되어 있다. 마치 생태계처럼.

  유전자는 끊임없이 돌연변이를 만들어 낸다. 잘못된 유전자나 파손된 유전자는 주위 유전자로부터 복사해서 대체하기도 한다. 어쩌다 자리 잡은 유전자를 가진 생명체는 또 한 번 적자생존의 선택을 기다린다. 그렇기 때문에 진화는 아주 긴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건 인간의 시간에서 보면 그렇다는 것이다. 대장균은 3000배에 달하는 항생제를 단 3일 만에 적응해 냈다. 물론 순차적으로 강도를 조절했지만 인간이 보기엔 엄청 빠르다. 대장균의 3일은 인간의 1만 2000년이라고 한다. 돌연변이의 생성 속 와 생명주기에서 인간은 약자가 된다.

  인류가 어떻게 지능을 가지게 되었을까라는 질문에 개인적으로 가장 신뢰하고 있는 이론은 바이러스 이론이다. 인체에 침입한 바이러스가 인류의 DNA를 바꿨다는 것인데 모든 생명체에는 바이러스의 흔적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세포 수준의 생명체가 침입자를 방어하는 수단에서 비롯되었다. 그들은 항체나 백혈구를 가지고 있지 않기에 크리스퍼라는 독특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바이러스의 DNA를 절단하는 DNA이다. 바이러스가 침투에 자기 복제를 시작할 때 이 크리스퍼를 만나면 복제 도중에 해체되어 버린다. 이것과 유전자 가위로 얘기되는 CRISPR는 같은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포유류는 태반을 통해 자손을 놓게 되는데 이때 모체와 태아는 영양분뿐만 아니라 DNA도 주고받게 된다. 임신을 하게 되면 엄마의 체질이 바뀐다고 하는데 이는 이것과 연관되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모체의 DNA를 분석해 보면 태아의 DNA가 체내에 남아 있는 경우가 종종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죽을 때까지 간직하고 있기도 한다. 같은 태반에서 자란 쌍둥이의 경우는 5% 정도가 DNA를 교환하고 세 쌍둥이의 경우 20%가 넘었다. 두 가지 DNA를 가진 사람을 키메라라고 하는데 전달받은 DNA는 점점 줄어들어 사라지기도 한다. 마치 드라마 'M'을 보는 것 같다.

  뿐만 아니라 생명체는 미생물을 공유하며 진화하기도 한다. 우리 몸은 세포보다 많은 수의 미생물과 함께 살아간다. 그들이 없다면 아마 살아 있지 못할 거다. 가장 대표적인 미생물은 식물의 엽록체와 동물의 미토콘드리아다. 그 외에도 장내 미생물도 있다. 각종 험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생물들은 미생물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다. 미생물은 숙주가 원하는 능력만 빼고 모두 퇴화시키며 숙주는 미생물에게 영향분과 안전을 공급하게 되는 것이다. 산도로 통해 태어난 아닌 그 과정에서 어미의 미생물을 받아들인다. 같은 음식을 먹으며 미생물을 갖추기도 한다. 조류의 경우에는 어미가 소화시킨 먹이를 새끼에게 나눠줌으로써 미생물을 전달한다. 위가 산성화 되기 전에 많은 미생물을 갖추는 건 건강에 꽤 중요하다. '똥 의학' 연구가 중요하다고 얘기하던 의사 분이 생각났다.

  인간의 경우에는 거울 신경 세포 덕분에 '학습'이라는 것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가르치고 배우는 것은 많은 생명체들이 하고 있지만 인간만큼 특별한 경우는 없다. 그렇게 문화를 만들게 되었고 이를 도킨스는 '밈'이라고 했다. 밈은 세계적인 유행을 탔고 밈이 밈이 되는 현상이 되었다. 

  유전자 가위의 등장은 인간을 신의 영역에 한 발짝 더 가깝게 해 주었다. 양날의 검은 유전자 가위는 생각보다 가공할만한 것이었다. 빠르게 합의점에 이를 필요가 있었다. 치료약이 없는 난치병에 한해서 유전 치료를 하자고 협의했지만 인간 개량의 욕구는 막을 수 없는 수순이 될 듯하다. 그 속에서 또 한 번의 차별이 생겨나게 될지도 모른다. 부유한 집안은 자식들은 단점을 모두 개량한 뒤에 세상에 태어나게 될 것이다. 어쩌면 임신 자체를 하지 않아도 될지도 모른다. 혈연관계라는 것이 무색해질지도 모른다.

  인간이 생태계에 새로운 방법으로 개입하려 하고 있다. 그것이 축복일지 재앙일지는 여전히 알 수 없다. 유전자 가위는 헬리오스의 태양 마차와 같다. 파에톤은 아버지 헬리오스에게 태양 마차를 빌렸지만 그것을 능숙하게 타진 못했다. 유전자 가위는 엄청난 도구임은 확실하다. 하지만 여전히 인간은 아는 것이 별로 없다. 유전자 변형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행스러운 것은 오랜 시간 만들어진 유전 시스템은 단편적으로 수정된 유전자를 고쳐 쓰는 능력도 가지고 있다. 세대를 거칠수록 변형된 유전자의 수는 줄어드는 것도 그런 이유다.

  신의 영역에 들어서려는 인간은 태양 마차를 얼마나 잘 탈 수 있을지 걱정하며 천천히 채찍질을 시작하고 있다. 아프리카 대륙을 불태우고 결국 제우스의 번개 맞고 죽은 파에톤의 운명이 될지 헬리오스가 그 자체가 될 수 있을지 두려우면서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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