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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90일 밤의 우주 (김명진 외 7인) - 동양북스

야곰야곰+책벌레 2023. 6. 7.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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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들은 분명 나의 또래임이 분명하다. '돈데크만' 같은 얘기를 비롯한 조크가 나 정도의 나이가 되어야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문장이 친근해서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이런 이벤트 같은 단어와 만날 때면 과학 교양서라기보다는 친구 얘길 듣고 있는 기분이 들 정도다. 별들을 공부하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읽고 있지만 이렇게 많은 천문학자들과 한 권에 책에서 만나다니 기분이 좋다.

  천문학 에세이라고 하기엔 전문지식이 많고 그렇다고 과학 교양서라고 하기엔 문장이 너무 다정한 이 책은 동양북스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8분의 천문학자가 쓴 글이지만 마치 한 명이 쓴 글 같은 싱크로를 보인다. 편집자의 노력인지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에 다른 사람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래서 분명 책을 열었을 때 소개되었던 많은 저자들이 무색하게 그저 한 명이 쓴 책 같았다.

  글쓴이들은 모두 한국천문연구원에서 근무하는 듯하다. '별을 쳐다보면 밥이 나오냐'라는 옛날 어르신들의 말이 잠깐 스쳤지만 좋아하는 일하며 밥벌어 먹고사는 워너비 인생이라고 생각이 들지만 그들도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한 때 별자리 찍을 거라며 장비 알아보던 시절이 잠깐 생각났다. 밤을 새우며 별을 찍는 부지런함이 나에게 없음은 물론이고 그랬다간 아마 소박맞았으리라.

  90일. 90가지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익숙한 얘기들도 많았고 처음 듣는 얘기도 많았다. 특히 내 맘에 쏙 들었던 단어는 <카르만 라인>이었다. 인공위성들이 떠 있는 궤도라고 하는 이 단어는 <사건의 지평선>만큼 맘에 든다. 그리고 건담 마니아로서 건담을 만들 때 사용했던 지구에는 없는 광물 '건다늄'. 그런 것이 정말 있을까 궁금했는데 '곤드륨'이라는 이 광물은 지구에 없다고 한다. 태양계의 화석이라고 하는 이 '곤드륨'은 '건다늄'과도 닮았다. 건담 작가는 분명 '곤드륨'을 알고 있을 것 같다.

  이 책이 무엇보다 좋은 건 넓은 지식을 쉽게 그리고 간단하게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깊이가 없지도 않다. 무엇보다 컬러풀한 그림과 함께여서 눈이 즐겁다. 그리고 우리 생활과 관련된 얘기들도 많아 즐겁다. 천문학에 대한 역사에 대해서도 알 수 있다. 물론 '스타는 스스로 타는 별'이라는 아재 개그도 있다. (웃음)

  천문학에 호기심을 끌만한 많은 요소요소가 많은 책이다. 500페이지가 넘었는데 순식간에 읽어버릴 정도로 가볍게 읽기에 좋다. 너무 어려운 전문 용어는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만 쉽게 설명했다. 허블 망원경 에피소드나 장영실의 측우기 얘기와 같은 재미난 이야기도 있다. 책을 따라가면 천문학자들이 추천하는 책도 몇 권 만날 수 있는데 아쉽게도 대부분 절판이다.

  여전히 모르는 게 훨씬 많은 우주지만 또 한껏 따가운 우주라서 조금은 알아두면 유용할 그런 지식을 잘 담아두었다. 아이들과 읽기에도 충분히 괜찮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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