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동안 나도 모르게 드리우진 그림자. 누구나 걸리지만 언제 걸릴지 모를 기억력 소실의 병. 알츠하이머를 우리는 파멸적인 질병으로 얘기하곤 한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목숨을 가져가지 않는 이 병을 우리는 함께 하는 법을 배워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누구보다 그들 자신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세상의 부정적인 시선 속에서 묵묵히 자신답게 살아가기 위해 노력했던 저자의 모습을 보며 치매의 새로운 모습을 알아 가게 된다.
치매 환자가 직접 적은 글. 그들의 목소리를 느낄 수 있는 이 책은 세개의소원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지하철을 점거하고 농성을 하던 전장연(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모습은 측은하기도 하면서도 왜 저렇게까지 할까라는 생각이 많았다. 오히려 역효과만 날 텐데, 저렇게 해선 지지받을 수 없을 텐데 라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우연히 그 사실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몇 호인지 기억나지 않는 <창작과 비평>에는 지방 소멸에 대한 얘기가 나와 있었다. 토론을 하는 분 중에 한 분이 굉장히 과격하게 얘기를 했다. 사회자가 너무 과격하게 얘기하시는 게 아니냐고 묻자 그분은 이렇게 해도 이슈가 되질 않는다. 이슈만 된다면 더 과격하게 하고 싶다고 답했다. 우리 사회의 시선을 받기 위한 작은 움직임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치매 또한 마찬가지다. 많은 책들이 의사와 간병인의 입장에서만 얘기하고 있다. 환자 본인의 말은 드러나질 않는다. 치매는 굉장히 부정적인 모습을 하고 있고 사회는 그들을 격리시키려 한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환자 스스로가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사라져 가는 기억에 대처하는 방법을 고민한다. 혼자서 생활하고 더 나아가 사회에 기여할 것들을 찾는다. 병은 움직이고 의미를 찾을 때에만 지연시킬 수 있다. 자포자기는 자기 파괴로 들어서는 길이다.
저자는 치매 환자가 혼자 살아가기 위한 여러 노하우를 얘기해 준다. 그리고 무섭더라도 꼭 밖으로 나가보라 권한다. 잊어가는 만큼 또 배우고 사라지는 것이 괴롭겠지만 그 속에서도 새롭게 배울 수 있고 여전히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니 감사하게 살아보자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치매환자는 많은 도움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니 치매 환자 스스로가 필요한 것을 얘기하자 얘기한다. 조금 더 행복하고 인간답게 살아보고 싶다는 그의 생각과 행동은 많은 것을 잊어버린 투병 10년째는 그를 여전히 문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용기를 주는 것 같다.
치매는 마치 안갯속을 걷는 느낌이라 했다. 기억의 상자에는 여전히 기억이 있지만 열쇠를 잃어버린 사람들이다. 기억력은 외부 저장 장치로 보안하며 습관을 만들고 알람을 설정하며 보완할 수 있다. 치매지만 여전히 배울 수도 있다. 환자의 존엄성은 환자 스스로가 챙겨야 한다고 얘기하는 그는 오늘도 그것을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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