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서평+독후감)/과학 | 예술

(서평) 심장에 관한 거의 모든 이야기 (빌 슈트) - 글담

야곰야곰+책벌레 2023. 4. 4. 13:03
반응형

  마음이 머릿속에 있다는 걸 인지하고부터일까. 세상은 심장보다 뇌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심장 없는 뇌는 있을 수 없다. 사람들이 마음이 있었다고 믿었던 곳. 여전히 따뜻함을 가지고 있는 곳. 생명의 동력 장치. 심장에 관한 책은 그래서 흥미롭다. 동물들이 가진 다양한 심장과 그 역사에 대해 알아보는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

  생명마다 다른 모양과 구조를 가지고 있는 심장. 자연이 빚어낸 다양한 심장을 만나는 시간은 글담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글은 고래 심장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한다. 고래는 죽으면 바닷속으로 가라앉는 것이 보통이며 뭍으로 쓸려 오더라도 대부분 부패된다. 탄탄한 근육 덕분에 죽은 고래는 풍선처럼 부풀고 결국엔 폭발한다. 그래서 고래 시체 근처에는 가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운 좋게도 차가운 바다를 가진 마을에 쓸려온 고래의 시체에는 심장이 부패하지 않았다. 그렇게 고래의 심장은 대중들 앞에 서게 된다.

  고래의 심장은 생각보다 작았다. 하지만 덩치가 큰 동물일수록 심장의 크기는 작아진다. 인간의 경우 심장의 질량은 몸무게의 0.6%에 불과하지만 가면뒤지의 경우에는 몸무게의 1.7%나 된다. 작은 동물일수록 더 많이 더 빠르게 움직이기 때문에 심장은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 벌새의 날갯짓이나 쥐들의 행동을 보면 금방알 수 있다. 그들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또 먹어야 한다. 반대로 남극빙어나 송장개구리 같은 경우는 심장을 아예 멈출 수도 있다. 추워지면 그 자체로 얼어버리는 송장 개구리는 냉동인간이라는 꿈을 실현시켜 줄 자연 표본일지도 모른다.

  인간의 심장은 2심 방 2 심실이지만 모든 동물들이 인간과 같은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동물들은 심장을 가지고 있다. 지렁이는 세 개의 큰 혈관이 심장의 역할을 하고 오징어는 심장이 세 개나 있다. 키다리 기린의 경우에는 심장의 역할이 이외에도 근육의 역할이 중요하다. 강함 펌프질에 혈압이 높아지는 걸 방지하는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허벅지는 제2의 심장이라는 말이 허투루 나온 말이 아니다. 발까지 온 피는 심장으로 돌아가기 위해 다리 근육의 도움을 받기 때문이다.

  물고기의 부레가 호흡에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다. 상어와 같은 물고기는 부레가 없기에 가만히 떠있을 수 없고 필요한 산소를 공급받기 위해 끊임없이 헤엄쳐야 한다고 알았는데, 그 이유가 부레에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부레를 가진 물고기는 부레를 통해서도 산소를 흡수할 수 있다고 했다.

  인간이 폐순환계를 가지고 있기에 개방순환계에 대해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자연은 역시 대부분을 가지고 있다. 조개류와 두족류, 거미 등은 개방 순환계를 가진다. 그들은 헤모글로빈이 아닌 헤모시아닌을 이용하여 산소를 운반하기 때문에 파란 피를 가진다. 헤모시아닌은 구리이온 때문에 파랗게 보이고 헤모글로빈은 철이온 때문에 붉게 보이는 것이다. 헤모글로빈은 한 번에 산소원자 4개를 운반할 수 있지만 일산화탄소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인간이 일산화탄소 중독을 특이 조심해야 하는 이유다.

  남극빙어의 피는 투명하다. 이들은 헤모글리빈을 가지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부동 단백질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남극의 기온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 이들이 충분한 산소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추운 바다에는 많은 산소가 녹아 있다는 점과 비늘이 없어 피부로도 호흡할 수 있다는 점이 있었다. 남극 빙어의 이 부동 단백질은 아이스크림이 녹았다가 다시 얼어도 맛없어지는 것을 방지하는 것으로 쓰인다.

  책 속에서 가장 아픈 이야기는 투구개였다. 투구개는 개방순환계 생물이며 5번의 대멸종을 이겨낸 몇 안 되는 생물이다. 이들의 면역체계는 독특하다. 체내로 침입한 박테리아를 응고시켜 버린다. 그 덕분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더라도 살아남을 수 있다. 이를 인간들이 가만히 둘 리 없다. 내독소를 감지하기 위해 투구개의 혈액을 채취하기 시작했다. 매년 산란을 위해 뭍으로 올라온 투구게 대부분은 트럭에 실려 어느 공장에서 심장의 피를 채혈당한다. 드라큘라 백작도 울고 갈 정도다. 회사들은 생명에 지장 없을 정도로 채혈한다고 하지만 면역 체계인 피가 모자란 상태의 투구개가 독소 가득한 환경으로 돌아가서 살아낼 수 있을까? 인간의 잔인함에 또 한 번 혀를 내두르게 되었다.

  책은 자연의 심장 이야기와 인간의 심장의 역사를 얘기하고 있다. 인간이 심장에 대한 오해와 그것을 풀어가는 과정이 담겨 있다. 혈관에 우유나 염소 피를 수혈하는 무지를 보며 경악한 순간도 많았다. 결핵은 미인박명 병으로 인식하는 모습에서도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심장을 재생하는 물고기가 있다. 인간도 수명을 다해가는 장기를 재생하거나 교체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돼지나 원숭이 심장을 이식하려고 했던 노력은 인간 대 인간의 이식술로 완결되었지만 유전자 조작 기술을 이용한 면역 거부가 없는 인공 심장을 위한 노력도 진행형이다. 줄기 세포를 이용한 심장 성장도 마찬가지다. 인간이 장기를 교체하며 살아갈 날도 그렇게 먼 미래 같지 않아 보인다.

  심장만 덩그러니 내놓으면 흡혈귀가 생각나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모든 장기가 중요하지만 그중에서도 꼭 필요한 심장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역사. 인간의 아둔함을 넘어 잔임 함까지 얘기하는 이 책은 뇌과학 책만큼이나 읽어볼 만한 책이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