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활한 우주로의 여정. 경이롭고 낭만적인 일은 그렇게 호락호락한 일만은 아닐 것이다. 우주에는 우리를 보호해 줄 대기도 마셔야 하는 산소도 없다. 태양이라는 용광로에서 쏟아지는 방사능. 220도에서 -100도까지 왔다 갔다 하는 온도를 이겨내야 한다.
1998년 시작된 ISS(국제우주정거장)은 어떻게 보면 세계 화합의 장일 수도 있다. 오랜 숙적인 미국과 러시아의 합작품이라고 해도 될 만큼. ISS는 러시아, 미국, 일본 등등 16개 나라가 참여하고 있다. 여기에 우리나라는 아직 없는 듯하다. 이소연 박사가 한국 최초의 우주인이 되었지만 논란도 많고 뒷맛도 쓰다. 무엇보다 후속 투자가 없었다. 아주 소중한 자산이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 버렸다.
우주가 미래 산업의 중심축에 올랐는데도 여전히 구석기시대적인 정치를 하는 사람들 덕분이다. 재작년에 아르테미스 플랜에 참여하게 된 건 그나마 다행이며 누리호의 성공은 우주로 가는 교두보가 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새로운 정권의 헛발질로 다시금 우주 산업의 미래는 암울하기만 하다.
이 책은 ISS에서 6개월간 생활을 한 팀 피크의 이야기를 문답 형식으로 엮은 것이다. 발사와 귀환의 흥분과 짜릿함과 동시에 ISS로 향하기 위한 훈련과 실제 그곳에서의 생활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우주 유형의 잊지 못할 경험 또한 자세히 설명해 준다. 몇 장의 사진은 그 흥미를 더욱 가중시킨다.
ISS는 상공 400km에 위치하고 있는 400톤에 가까운 구조물이다. 우주 정거장은 저궤도를 날고 있기 때문에 속도가 줄고 있다. ISS는 궤도를 유지하기 위해 약 한 달의 간격으로 로켓 엔진을 이용해 가속한다. 이를 맞고 있는 곳은 러시아 연방 우주국이다. ISS 동력의 주추진력은 러시아의 모듈에서 맡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나라에서 ISS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지만 이곳에 물자를 보내는 국가 기관은 NASA, 러시아 연방 우주국, 유럽 우주기구, 일본 우주항공 연구개발기구뿐이다.
러시아의 오랜 노하우로 인해 많은 나라에서 러시아에서 훈련을 받고 카자흐스탄에 있는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 모든 언어는 러시아어로 되어 있고 지상과의 교전도 러시아어로 하기 때문에 러시아어는 훈련 시작과 함께 가장 중요한 과목이 된다. 그리고 러시아 최초의 우주인 유리 가가린의 족적을 쫓기도 하고 그동안 생긴 징크스와 루틴과 같은 에피소드가 많다. (예를 들면 로켓 탑승전 버스 뒷바퀴에 소변을 눈다던지)
우주로 향하는 많은 경우의 수를 준비하고 있지만 여전히 어려운 일이다. 실제로 컬럼비아 호 사고는 우주왕복선 프로그램 전체 폐지로 이어졌다. 두 번의 경제 공항 또한 어려움을 만들었다. 2005년에 완공되기로 했던 ISS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스페이스 X의 로켓들도 속속들이 도킹에 성공하고 있다.
엄청난 자금이 들어가는 우주 정거장의 존재는 여전히 유효하다. 달에 우주 정거장이 들어서기 전까지는 계속해서 유지하며 여전히 많은 실험을 하게 될 것이다. ISS는 수명 연장 및 증축 사업이 예정되어 있고 아마 2030년까지는 지속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푸틴과 트럼프는 이 우주 프로젝트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기도 했는데도 그것은 여전히 유효하다.
자신의 우주인을 상대편의 우주선에 태울 수 있는 조약은 지구상에서 가장 평화로운 조약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2030년을 마지막으로 ISS는 궤도 이탈을 시도하게 되고 포인트 니모에 수장될 예정이다.
책은 우주에서의 식사, 빨래, 화장실 이용부터 운동과 일상까지 자세히 얘기해 준다. 지구로 귀환하는 모듈은 모두 개인 맞춤형으로 만들어져 충격에 대비한다는 사실도 알았다. 몸을 유지하기 위해 항상 발을 어딘가에 걸고 있기에 발등의 굳은살이 생기는 점이라든지 각질을 만드는 사람은 최악의 동료가 될지도 모른다는 재밌는 이야기도 가득하다.
우주를 향하는 일이 그렇게 녹록하지 않다는 사실을 다시금 알려주는 귀중한 책이다. 우주로 가는 길에는 우리가 인지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이제 겨우 한 발짝 다가섰다고 생각했는데, 우리나라 정책은 참 일관성이 없다. 핵융합도 로켓 기술도 아주 멀리 보며 내달려야 한다. 국민적 호응을 위한 과학자들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그들을 대변해 줄 정치가도 분명 필요해 보인다. 인기 있는 아이템이라고 능력 없는 낙하산 띄우는 일은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이제부터 기술 전쟁은 기업이 하기엔 너무 거대하다. 빅 사이언스의 투자는 앞으로의 생존에 문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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