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부의 개념을 만든 이후, 그리고 공동체의 크기가 점점 커지면서 인간은 필요 이상의 부를 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분업이라는 인류 최대의 발명을 하게 됨으로써 개개인의 인간은 인간 전체라는 커다란 유기체가 된 듯하다. 그리고 인류는 개미와 벌이 그렇듯 공동체를 위한 희생을 강요한다. 강요되는 이타심일까? 도태된 인간이 된 걸까? 살아남기 위해 밟고 올라서야만 성공에 가까워지는가? 질문을 던지면서도 멈추지 못한다.
상대적인 행복이 아닌 절대적인 행복을 찾아야 한다고 말씀하신 법정스님의 말씀과 맥락을 같이하는 이 책은 윌북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우리는 늘 "나에게 무슨 득이 될까?"라는 고민을 하게 된다. 세상을 잘 살려면 셈이 빨라야 한다는 얘기도 많이 듣는다. 매일매일을 자기 계발해야 하고 멈춰 서 있는 것은 마치 죄악 같이 느껴질 정도다. 많은 사람이 바삐 움직이는 동안 멍하니 있을 순 없다. 지치고 힘들어도 그 물결에 휩쓸려 간다. 그러다 쓰러지기도 한다.
미친 듯이 돈만 벌었더니 남은 것은 만성피로와 이혼 서류, 아이들의 원망 섞인 눈빛이라는 얘기가 있다. 몸이라도 멀쩡하다면 다행인데.. 흥청망청 쓸 만큼 성공하는 경우도 그다지 없다. 성공하신 어떤 분의 얘기 중에 성공과 워라밸은 시소게임 같다고 했다. 어느 쪽이 성공인지는 자신이 정하면 되는 것이다. 압도적 부, 자연인 같은 삶 그리고 균형 잡힌 평범한 삶 같은 것에서 정하면 된다.
내가 어릴 적엔 클로버로 이런 장면을 자주 묘사하곤 했다. 네 잎 클로버는 행운을 뜻하고 세 잎 클로버는 행복을 뜻한다고 했다. 행복은 지천에 깔려 있는데 우리는 행운을 찾는다고 행복을 짓밟고 다닌다. 행운을 찾았을 때의 기쁨만큼이나 엉망이 된 세 잎 클로버들을 바라보는 아픔도 있기 마련이다. 이런 의미에서 성공을 재정의 해보자는 것이 이 책의 요지다.
우리는 '스포터라이트'를 받기 위해 노력한다. 그렇게 마인드셋이 되어 있다. 경쟁해야 하고 이겨야 하고 그리고 정상에 올라서야 한다. 대통령, 스타들 그리고 인플루언스 들을 부러워한다. 하지만 그들에게 남은 것이 큰 사랑만큼이나 아픈 시기와 질투, 악플과 비판이 존재한다. 성공의 끝에는 아픔이 있는 건지도 모를 일이다.
책은 서로 경쟁하고 치열하게 사는 것을 비판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갈망과 열정에도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그것이 진정 자신이 그리는 삶인지는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내가 연예인의 고통을 알 수 없다. 하루 종일 불을 끄러 다니는 소방관과 범죄자를 뒤쫓는 경찰의 노고를 다 알 수도 없다. 내가 팀장의 수고스러움을 알지 못하듯 팀장도 팀원의 노력을 다 알 수 없다. 인정받고 싶은 인간의 욕구는 모두 같다. 그리고 상대에 대해 제대로 알 수 없다는 것도 사실이다. 나도 나를 잘 모르겠는데, 남이 나를 어떻게 알까. 완전히 인정받는다는 말은 허상과 같다.
우선 자신을 스스로 인정하고 즐겨야 하는 것은 중요하다. 내가 하는 일을 누군가가 알아주면 좋지만 꼭 알아줬으면 하고 일을 하는 것은 좋지 못하다. 내가 추구하는 본래의 목적도 사라지고 조바심과 짜증 그리고 자괴감으로 자신이 채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남에게 인정받을 확률보다 스스로에게 인정받을 확률이 높은 것 또한 사실이다.
살아가면서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대상은 거의 없다. 겨우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을 뿐이며, 그마저도 제대로 해내기가 힘들다. 우리와 상관없는 어떤 것의 의해 발생한 결과에도 승복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앞으로도 성공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우리는 그저 일을 완수했다는 자체에 만족해야 한다. 그러면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여정 자체에 만족하며 나아갈 수 있다. 그런 도중에 행운을 만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그저 부상 같은 것일 뿐이다.
이 무슨 속 편한 얘길까 싶다가도, 부자가 왜 부자일 수밖에 없는지를 고민해 보면 조금 이해가 가기도 한다. 그들은 이미 부를 가져서 삶의 완충제가 있어서 급하지 않다. 자신의 생각과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는 얘기다. 우리가 실패가 허용되지 않는 단판 승부의 세계에 산다면 그들은 몇 번을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 이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작사가 김이나 씨가 커리어 전환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다. 커리어는 배수의 진을 치고 전환을 하면 안 된다고 했다. 경제적으로 혹은 심리적으로 여유가 사라지면 시야가 좁아지고 급해져 실수가 많아지고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지금의 상황을 지속하면서 시간을 넉넉히 두고 두 번째 커리어가 첫 번째 커리어에 근접하기 시작하면 완전히 전환하라고 말이다. 나는 이 말이 전적으로 동의한다. (근데 왜 뜬금없이 이 얘길 했지.)
성공의 가치는 개인마다 다를 것이다. 행복을 느끼는 요소요소 또한 다를 것이다. 나처럼 내향적 인간은 서포터라이트를 받으면 곤란하고 땀이 난다. 조용히 잘 살고 싶지만 잘 살려면 또 서포트라이트를 받아야 하는 게 모순적이지만, 적당히 타협하려고 한다.
저자는 그렇게 어려운 것을 주문하는 것이 아니다. 성공을 향해 나아가는 힘은 좋은 것이지만 그것이 나의 행복을 해치고 상대의 행복을 해치는 것이라면 일단 멈추고 생각해 보라는 것이다. 내가 나아가는 길이 내가 확신을 가지고 나아가는 것인지 상대를 위협하고 우쭐하기 위한 것인지를 항상 관찰하라는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행복하기 위해서는 일정량의 돈이 필요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것을 위해 성공이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자신만의 가이드라인 정도는 정해 두자는 말이었고 폭주하지 말잔 얘기였다.
성공은 그러데이션처럼 펼쳐져 있으며 어느 색에 위치하고 있더라도 자신이 행복하다면 그건 성공적인 삶이었다고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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