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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문해력 쫌 아는 10대 (박승오) - 풀빛

야곰야곰+책벌레 2022. 12. 23.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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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심심한 위로를 드립니다.'라는 문장 때문에 소위 '요즘 애들 문해력 논란'이 있었다. 여기서 '심심'은 '깊을 심', '마음 심'으로 마음 깊이 위로한다는 얘기다. 문자 어휘를 많이 사용했던 우리는 '심심한'이 한국말인가 착각할 정도지만 최근에는 낯선 어휘가 되어버린 모양이다. 하지만 굳이 우리말로 표현할 수 있는 문장에 한자를 써야 할까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사대부가 사용하던 한문은 언어 계급을 만들기 위함도 분명 있었기 때문이다. 모두가 사용하는 언어로 표현할 수 있다면 그 또한 좋을 일이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많은 어휘를 익히는 것이 필요한 것은 우리는 우리의 감정과 생각을 알고 있는 어휘만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미디어 속에 놓인 아이들에게 독서가 왜 중요한지를 얘기하는 이 책은 풀빛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문해력을 늘리려면 '독서'와 '글쓰기'를 벗어날 수 없다. 남들이 소화시켜 내놓은 글을 보는 것만으로는 내 것으로 만들 수 없다. 우리는 엄청난 양의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실제로 씹고 소화해서 내 것으로 내놓는 작업은 거의 이뤄지고 있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자주 언급되고 있는 '디지털 리터러시'는 디지털 문해력이고, '리터러시'는 바로 문해력이다.

  문해력을 키우는 것이 꼭 성적을 위하는 것은 아니지만 문해력은 성적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최근에 아주 길어진 지문들은 질문의 요지를 빠르고 정확하게 잡아내는 능력을 필요로 한다. 수학 문제조차도 필요 이상으로 길게 나오고 있어 산술 연산의 능력 평가에 문해력 평가를 더하고 있다. 책을 읽고 저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능력은 초중고를 지날수록 더욱더 필요한 능력이 되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독서를 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 학생들의 평균 스마트폰 노출 시간은 4시간이다. 독서는 한 시간이 될까? 인터넷과 영상의 문제는 이미 소화된 것들을 접한다는 것이고 이것들을 보면서는 깊은 사고를 할 수 없다. 마치 풀이과정 없이 정답이 나와버린 수학문제 같은 느낌이랄까. 오트밀을 먹는 것과 입에 닿으면 녹아 버리는 케이크를 먹었을 때 소화 능력의 향상을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다.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일수록 도움이 된다.

  하지만 독서 그 자체가 재밌어야 하기 때문에 무작정 어려운 책을 읽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니다. 자신이 흥미를 가지고 읽을 수 있는 책, 작가를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계속 읽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점차 난해한 책으로 빠져들게 된다. 미술관을 처음 갔을 때랑 여러 번 다닐 때가 다르듯이 소화력은 중요하다. 그리고 읽은 책을 이용해서 자신만의 글쓰기를 하게 된다면 더욱 좋다. 글쓰기 자체가 부담스럽다면 비밀 일기를 써보는 것도 좋다. 내면의 악마까지 끄집어낸다는 느낌으로 솔직하게 적어보는 것도 좋다. 글이 술술 적힌다는 경험이 중요하다.

  회사에서 책을 읽다 보면 '어떻게 그렇게 책을 많이 읽을 수 있어요?'라고 물어보면 일단 읽어라고 얘기한다. 독서에도 관성이 있어서 어느 수준까지 독서를 유지하면 자연스레 책을 읽고 있게 된다. 그것이 습관이라고 얘기할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독서의 관성'이라는 표현이 좋다. 독서를 일정 기간 멈추면 책을 드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면 마중물을 붓듯 또 의식하며 읽어 나가야 한다.

  아이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스스로 책을 들고 읽어 주면 좋겠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책에 조금만 관심을 보여도 바로 펴서 읽어줘야 한다. 그러길 몇 번 하다 보면 인생책을 만난다. 입에 단내 나도록 반복해서 읽어주면 아이가 어느새 책을 외우고 있다. 책을 들고 책을 읽고 있고 있다 보면 벌써 한글을 깨쳤나라고 놀라지만 외워서 읽고 있는 것이다. 읽어준 나도 외우질 못한 책을 듣고 있던 아이는 기억한다. 그렇게 관성이 붙으면 책을 마구 뽑아 오다가 어느 날 한글을 깨쳐 있다. 그리고 엎드려 책을 읽는 아빠 옆구리에 기대 책을 읽고 있는 아이를 만날 수 있다.

  니체가 그랬단다. '책을 많이 읽어야 하지만 많은 책을 읽을 필요는 없다'라고 다독은 원래 뜻이 같은 책을 여러 번 읽는 것이다. 한 번 읽을 때와 두 번 읽을 때의 느낌이 다른 책이 좋은 책이다. 저자도 2000여 권의 책 중에 20권 남짓이 그런 책이라고 했다. 모두에게 인생책이 같다면 고르는 수고가 덜할 수 있겠지만 내 인생책을 찾기 위해 오늘도 마구잡이로 읽고 있다. 읽다가 읽히지 않으면 덮어둬도 된다. 아직 소화력이 부족하거나 맞지 않는 책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책은 10대를 위한 독서의 필요성, 독서와 친해지는 방법, 글쓰기와 친해지는 방법을 적어두고 있지만 사실 성인에게도 충분히 좋은 내용이었다. 독서와 쉽게 친해지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읽어보고 저자의 방법을 실천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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