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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크리스마스 캐럴 (찰스 디킨스) - 푸른숲주니어

야곰야곰+책벌레 2023. 4. 21.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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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크루지 할아범으로 유명한 이 작품이 무려 디킨스의 작품이었다는 것을 이번에 읽어보면서 알고 있었다. 책을 읽은 기억은 없지만 내용은 모두 알고 있었다. 그만큼 많은 매체로 만들어지고 전해진 스크루지 할아범의 이야기는 유명하다. 인색하기만 스쿠루지 할아범이 주위를 둘러보고 나눔의 기쁨을 알게 된다는 교훈을 담고 있는 얘기이기도 하다.

  이미 시중에 수많은 크리스마스 캐럴이라는 작품이 있지만 이번에는 푸른숲주니어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보게 되었다.

  어릴 땐 그저 스크루지 영감은 나빠라고만 인식했다. 우리는 나눔이 정의고 도덕이었다. 지금의 시대에도 그런 가르침은 유효하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 다시 보니 스크루지 영감은 생각보다 합리적인 사람이고 슬픈 영혼의 소유자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을 위한 책이며 교훈을 담고 있다는 사실을 모두 알고 있기에 조금 비틀어서 생각을 해볼까. 스크루지 영감은 '냉혈한' 이라기보다는 '인색한'이라고 표현해야 맞다. 근검절약이 몸에 베인 사람이다. 냉난방비를 아끼고 인건비 관리를 잘할 뿐 아니라 부지런하기까지 하다. 그는 사회 시설에 일정량의 기부도 하고 있다. 감성에 호소하는 지출을 하지 않을 뿐 그는 나름의 철학대로 살고 있다. 그렇다고 그의 가게가 파리 날리는 것도 아니었다. 

  그에게는 아픈 과거가 있다. 그는 왕따였다. 그가 겪은 경험은 사회와의 단절을 의미하기도 했다. 더 악착같이 벌어서 얕보이지 않으려 했던 마음이 있었을 것이다. 도제 시절의 이야기만 봐도 그는 천성이 나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세 명의 유령을 만나 변해갈 수 있다는 것도 그의 착함이 존재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는 아끼던 동생을 잃었고 사랑을 실패하기도 했다. 행복하기에는 시련이 너무 많았다. 부자라서 베풀어야 한다는 상황보다 그가 얼마나 악착같이 살았을까를 생각하게 된다. 그런 경험이 축적되어 습관이 되어 버렸지만 그는 한량인 조카와 담을 쌓지도 않았고 직원에 대한 고용불안을 야기시키지도 않았다.

  자기 고립 중인 스크루지 영감을 갱생시키기 위해 유령들은 폭력적인 방법을 썼다. 명예와 인정이 그렇게 중요한가도 반문할 수 있다. 충격 요법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마치 심판 내리는 듯한 모습에 유쾌할 수 없다. 돈을 모으는 것이 죄악이지는 않으며 스크루지 영감처럼 하지 않고 자수성가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부자가 왜 그래가 아니라 그렇게 했기에 부자가 된 것이다.

  마지막에 마음을 열고 행복을 나누는 모습에 진정한 기쁨을 나눌 수 있었지만, 부는 죄악이라거나 기쁨은 돈으로 살 수 있다고 잘못 해석되진 않을까. 책 곳곳에 담긴 가난한 이들의 소소한 행복보다 마지막에 돈을 펑펑 쓰며 기뻐하는 스크루지 영감의 모습에 더 큰 임팩트를 받았다면 분명 다른 느낌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워낙 유명한 소설이고 글에서 느껴야 하는 교훈마저 정답처럼 남아 있는 동화이기에 조금 뒤틀어 생각해 봤다. 여름 초입에 읽는 크리스마스 캐럴의 맛이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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