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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불안 쫌 아는 10대 (이재환) - 풀빛

야곰야곰+책벌레 2023. 4. 25.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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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 가지를 다뤄서 좋은 10대 시리즈는 아이가 잘 읽는다. 과학에 취미가 없어 <빛을 쫌 아는 10대>에서는 읽었지만 뭔 소린지 모르겠다고 했던 딸애였지만 이 책은 어떨지 궁금하다. 프로이트와 니체. 이드, 자아, 초자아 그리고 리비도처럼 어려운 단어가 훅 들어온다. 운명을 사랑하고 했던 니체. '아모르파티'는 파티가 아니다. 바로 운명을 사랑한다는 라틴어다. 우리 집 10대는 얼마나 이해할까 사뭇 궁금하다.

  프로이트와 니체를 통한 인간의 불안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그것을 이겨내기 위한 두 위인의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이 책은 풀빛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10대가 붙은 책이기에 어린이가 읽어도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철학 시리즈는 좀 수준이 높달까. 등장하는 영민, 재영, 다빈 도 중2로 설정이 되어 있다. 불안이 많아 흔들리기 쉬운 중2병들이라서 그럴까. 설정은 좋은 것 같다. 사실 성인도 프로이트와 니체를 이해한다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프로이트는 불안을 '무의식'으로 설명하며 이를 '초자아'의 억압에 의한 것이라고 했다. 날뛰고 싶은 이드가 계속 억압받으니 초조해진달까. 업무를 마치고 약속 장소로 가야 하는데 업무가 계속 늦어지면 점점 더 초조해지는 느낌과 비슷하지 않을까. 이상적인 자아인 '초자아'가 현실의 자아가 못마땅한 것일지도 모른다. 니체는 이를 종교적인 관점에서 바라보았다. 인간은 원래 죄가 없는다. 계속 신을 들먹이며 과오가 있으니 속죄하며 살아야 한다고 얘기하니 정말 그런 걸로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당당히 '신은 죽었다'라고 얘기했다. 나답게 살자는 그의 강경한 표현이었다.

  니체는 인간 정신을 세 단계로 나눴는데, 낙타, 사자, 어린이다. 낙타는 자신이 왜 짊을 지고 사는지도 모르는 존재. 단지, 남들보다 얼마나 더 무거운 짐을 더 잘 나를 수 있는지 더 견딜 수 있는지를 자랑스러워하는 존재라고 했다. 사자는 낙타의 짐을 벗어던지고 나는 왜 짐을 져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으르렁대는 존재라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뭘 해야 하는지는 정확히 모른다는 것이다. 용기를 내었지만 가치 파악이 되지 않은 존재다. 

  인간 정신의 최고 단계는 어린이다. 어린이는 주위 상황에 연연하지 않고 언제 어디서든 즐겁게 논다. 또한 미련 없이 그만둘 수도 있다. 어린아이는 삶을 '긍정한다'는 최고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삶을 놀이로 만들 줄 알고 비교하지도 않고 불안해하지도 않는다. 운명을 사랑하는 듯한 이 생명체는 니체의 운명애를 실천하는 존재인 것이다.

  우리는 '긍정한다'는 말을 '낙관한다'는 말로 잘못 쓰는 경우가 많다. 긍정적으로 생각은 좋은 방향으로 생각하라는 말이 아니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긍정'이다. 상황을 인정하고 나를 그대로 받아들인 뒤 어떻게 할지를 생각한다. 부정은 '그럴 리 없어'와 같은 상황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물론 둘의 차이는 결국 낙관과 비관으로 이어지긴 하지만 단어 자체가 가지는 의미가 그렇다는 것이다.

  불안은 생명 유지를 위한 중요한 수단이다. 야생에서처럼 목숨이 위험할 정도의 불안은 현대 사회에서는 보기 힘들지만 인간의 이 메커니즘은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질환이 되어가고 있다. 경쟁의 사회에서 나를 긍정하고 타인과 비교하지 않는 마음을 가지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다. 내가 행복하다면 그 삶에서 나는 이미 정답을 찾은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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