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주수'. 평안북도 안주 지방에서 전문적으로 수를 놓던 남성 집단이다. 작가는 이 사실을 바탕으로 글을 적어 나간다. 병자호란을 역사적 배경으로 두고 청에 볼모로 잡혀간 이들의 이야기다. 여성의 당참을 얘기하며 얘기하는 것과 달리 남성의 부드러움을 도드라지게 만들며 성평등에 대한 다른 접근을 제공한다. 게다가 평등과 자유로운 삶에 대한 고민도 하게 만든다.
청나라에 볼모로 잡혀간 윤승이 겪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여러 메시지를 전달하는 이 책은 북멘토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아이들의 책에 종교적인 색이 들어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나에게는 좋은 인상을 주진 않는다고 한 가지만 꼬집을 생각이다. 사실 앞부분이 너무 좋았기에 '왜 그랬어?'라는 생각이 들 정도랄까. 내가 민감한 편이라 그렇지 사실 별거 아니다. 청나라는 서학을 수용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관련 책도 많이 출판되었으니까. 그런 면에서 서학과 예수의 인용은 타당하다. 그냥 내가 불편할 뿐이다.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적었으니 주인공 윤승은 청이 조선을 침략했을 때 볼모로 잡혀가 노예가 된 어린 소년이다. 다른 노예와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았으나 심성이 고와 다른 이를 구하려다가 삶의 기로에 선다. 그리고 그는 독특하게 수를 잘 놓았다. 그의 어머니와 누나는 수를 놓아 끼니를 연명하던 집이었기 때문이었다. 아픈 누나를 대신해 수를 놓다 보니 자신의 재능을 찾았다.
작품은 여러 가지 생각해 볼 점을 제시한다. 재능이라는 것은 남자다움 여자다움을 벗어나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은 첫 번째 메시지다. 어쩌면 남성다움의 틀에 갇혀버린 남성의 해방을 얘기하는 또 다른 형태의 페미니즘이랄까.(확대 해석하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자신의 계획 이외의 횡재에 대해 확인해야 하는 것을 얘기한다. 갑자기 들이닥친 횡재가 되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세 번째는 자유다. 양반집 대문 밖을 나서지 못할 정도의 속박된 삶을 사는 노예의 삶을 얘기하며 자유롭게 보고 듣고 맛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꿈'에 관한 얘기다. '왜 하느냐'에 대한 질문은 아이들에게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성인들에게도 중요한 질문이다. 그리고 그 대답은 조금씩 바뀌어 간다. 단순히 그 일 자체에 흥미를 느끼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크고 멀리 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다른 이의 꿈을 위해 살아가게 되며 때론 그것이 하나의 부속품이 지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도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호의로 시작한 일이 함정이 되고 위기에 몰리게 되지만 그런 일을 겪으며 성장하고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물론 재밌네, 재미없네라고 끝나버릴지도 모르겠지만 어렴풋이 자신의 꿈은 자신이 만들어 가야 한다는 걸 느끼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지 않을까.
깔끔하고 재밌게 전개되어 단숨에 읽어버리는 청소년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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