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섭>이라는 책으로 최재천 교수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여러 강의를 통해서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 <체인지 그라운드>에서 강의한 독서는 '빡세게' 하는 거라는 내용도 충분히 좋았다. 생물학자이면서 글을 쓰는데 흐트러짐이 없고 편집자가 마음대로 글을 수정하는 것에는 불같이 화를 낸다 했다. 편집자가 살펴볼 충분한 시간을 줬음에도 저자와 상의하지 않고 마음대로 수정하는 것은 도의가 아닌 것이다.
사실 통섭을 본격적으로 읽어보기 전에 입문서 같은 게 있을까 싶어서 이 책을 골랐었다. 이 책은 통섭이라기보다는 통섭을 이루는 수많은 줄기에 있는 좋은 책들을 소개하는 책이었다. 어떻게 보면 서평들의 모음이랄까. 생물학자답게 많은 책들이 생물학과 관련되어 있다. 하지만 중간중간 인문학도 물리학도 경제학도 있다. 물론 사회학이나 철학도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책을 읽고 나서 문제점은 장바구니에 책들이 순식간에 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반 이상의 책들이 절판이나 품절 상태였다. 일전에 동영상에서 자신의 서재를 보여주면서 어렵게 모은 책들이라고 했다. 그래서 빌리고 싶으면 와서 빌려봐도 된다 했다. 그만큼 시중에서 구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다. 오래되기도 했고 인기 있기도 했다.
책 내용보다는 느낀 점을 위주로 서술하고 있고 함께 읽으면 좋은 책들을 추가적으로 소개하기에 책을 보는 시간과 인터넷 서점을 보는 시간이 동일할 정도다. 하나하나 좋은 책 같았다. 그럼에도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인간은 위험한 동물을 보면서 신은 왜 저렇게 위험한 동물을 세상에 내려 보낸 걸까?라고 묻지만 정작 생태계 모든 생물에게 가장 위험하고 잔인하기까지 한 동물은 '인간'이라는 점을 상기시켜 주었다.
그리고 이공계가 등한시되는 부분에 아쉬움을 토로하는 부분이 공감되었다. 나 또한 이공계이기 때문일까? 재미없다. 어렵다로 일관되게 전파되지만 지레 겁을 먹고 공부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있다. 한 번의 허들만 넘으면 정말 신나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디어에서는 연신 이공계가 위험하다고 얘기한다. 그러면 '내가 한번 배워 보지' 하는 영웅심이 발동할까? 아니다. 더 기피하게 된다. 이공계로 진학하여 창업하여 벼락부자가 되었다는 뉴스가 많아지면 아마 너나 할 것 없이 이공계로 몰릴 거다.
마지막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책은 '여성 학교'였다. 우리나라는 현재 출산율이 세계에서 가장 낮다. 번식을 거부하는 유일한 종족인 인간이라지만 '번식'이라는 것은 진화와도 맞물려 있다. 이 책은 '여성'이라는 단어가 붙었지만 남성에게 얘기하는 듯한 뉘앙스가 있다고 했다. '페미니즘은 자녀 문제에 대해 아무런 대답도 남지기 않았고 가부장제는 잘못된 답만 남겼다.'라고 선언하는 이 책은 가족과 남녀 문제를 다룬다고 한다. 충만하고 해방된 여성의 삶을 강조한 페미니즘은 아이가 있는 어머니의 마음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아이를 낳는 결정은 부부가 함께 하는 것이다. 그리고 밑지는 장사가 되어 버린 출산은 이성적으로 판단하더라도 기피할 수밖에 없다. 이 책이 어떤 이야기를 풀어내어줄지 사뭇 궁금하다.
좋은 책 소개가 많았던 책이었다. 아쉬움이 있다면 가질 수 없는 책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좋은 책과 최재천 교수의 감상평 한 스푼을 느낄 수 있는 소소한 재미가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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