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외로움을 달리기 위함인지 최근에는 '반려 동물', '반려 식물' 심지어 '반려 공구'까지 등장했다. 기술은 점점 더 발전해 가는데 사람들은 더욱더 고립된다. '반려자'보다 좋은 단어는 없겠지만 현대의 시대에는 쉬운 일은 아닌 듯하다. 그런 이유를 설명하지 않더라도 인간이 아닌 것이 인생의 동무가 되는 일은 흔한 일이다. 오랫동안 함께 한 가구라든지 앞뜰에 자란 나무 또한 그럴 수 있다. 어릴 때부터 우리는 '애착'을 형성해 가는 것이 자연스럽기 때문이 아닐까. 역사를 돌아보면 인간과 오랜 시간을 함께 한 것이 있다. 그것이 바로 시계다. 스마트 폰에게 그 자리를 뺏기긴 했지만, '~ 워치'라는 이름을 달고 새롭게 나오는 것을 보면 시계라는 것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인간의 '반려 도구'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팬데믹으로 외출이 잦아들고 스마트폰의 발전으로 항상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도구가 마련된 지금의 시점에 시계는 어떤 의미를 지닐 수 있을까? 이런 회의감을 무색하게 시계의 매출은 점점 증가하고 있다.
요즘 같은 시대에 누가 손목시계로 시간을 봅니까?
위블로의 CEO, 장 클로드 비버는 앞으로 손목시계가 사회적 지위를 보여주는 아이템이자 자기 자신의 표현 수단이 될 것임을 예견했다. 실용적인 시계는 많은 기능과 정확도를 목표로 발전되어 왔지만 지금의 원자시계만큼 정확할 수 없다. 매 순간 GPS로 시간을 갱신하는 핸드폰과 어떻게 경쟁을 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시계는 계속해서 발전해 왔다. 그리고 그것을 인증하는 제도 또한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많은 기능을 구현하려고 했던 복잡한 기계적인 요소들은 이제는 그 자체가 예술이 되었다. 시계는 성능이 가격인 시대에 매뉴얼 시계가 더욱 비싸다. 수많은 톱니바퀴들은 시계의 가치를 나타내고 있다. 시계를 바라보는 시야는 다양하다. 명품으로 가기 위한 아주 세밀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이런 시계는 해시계에서부터 출발하였고 대항해시대를 열어주기도 했다. 실용적이었던 시계는 귀부인들의 요구에 따라 점점 소형화되어 갔으며 허리춤에 차던 샤틀렌뿐 아니라 펜던트나 브로치로 사용하기도 했다. 1810년에 이르러서는 최초로 손목시계가 등장했다. 나폴리 왕비 카롤린 뭐라가 주문한 시계가 바로 그것이다. 아름답고 앙증맞은 시계를 차고 싶다는 여성의 욕망은 시계를 발전시켰다. 남성의 시계는 전쟁으로 탄생하였다. 전쟁 중에 회중시계를 꺼내볼 여유는 없었다. 팔에 감싸는 시계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기계식 시계들을 괴롭히는 것은 '물'이었다. 습기는 그 자체로도 문제였지만 부품들을 녹슬게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현대에는 '자성'이 더 많은 문제를 일으킨다. 온갖 곳에 전자기기가 널려 있고 손에 차는 팔찌에도 여성의 핸드백에도 자석은 존재한다. 시계 부품이 자성을 가지게 되면 정밀한 움직임에 오차가 발생한다. 이것은 시계의 운명을 가를 중대한 문제였는데 오메가에서 실리콘으로 된 스프링을 제작해서 어느 정도 해결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시계는 정기적으로 점검을 받아야 한다. 이를 '오버홀'이라고 하는데 부품을 세척하고 재조립하는 작업을 말한다. 귀금속으로 치면 세척과 같은 것이고 자동차로 치면 정기점검 정도로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오버홀의 가격은 제품가의 10%라고 하니 명품은 가지는 것보다 유지하는 것이 더 어렵다는 말이 이해가 간다. 그럼에도 시계의 가장 큰 적은 인간이다. 인간의 쓰임에 의해 만들어진 시계이기 때문에 자신을 얼마나 애지중지 하는 인간을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 시계 제조사들도 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파텍필립, 바쉐론 콘스탄틴, 오데마 피게, 브레게, 랑에 운트 죄네 까지, 세계로 손꼽히는 5개의 명품 브랜드라는데 얼마 전 소설에서 읽은 바쉐론 콘스탄틴을 제외하고는 처음 듣는다. 그렇게 따지만 대중적으로 유명하고 소비를 일으키는 롤렉스가 투자의 목적으로 이용되는 이유도 알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시계에 대한 기본적 상식,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법, 명품을 가르는 기법 등 손목시계를 취미로 즐기기 위한 기본적인 지식에 더해 손목시계 그 자체의 역사까지 알아보는 시간이었다. 시계를 취미로 하기 전에 가볍게 읽어보길 좋은 책인 것 같으나 책 속에 아름다운 시계들을 보고 있자니, 괜히 눈만 높아져서 무리하게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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