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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한복입는 CEO (황이슬) - 가디언

야곰야곰+책벌레 2022. 11. 24.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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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 문뜩 좋아하는 것을 알아 버리고, 그것에 미쳐버릴 수 있는 무모함. 그런 사람들을 나는 좋아한다. 여전히 오디션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그들이 쉼 없이 달렸을 노력과 간절함이라는 아우라를 느끼는 게 좋다. 부단히 뭔가를 해내야 할 때 그 어린 친구들로부터 에너지를 받는다. 잘하고 못하는 것보다 에너지를 나눠준 친구들을 위해 작은 보답을 보낸다. 고민이 많으면 이거 아니면 안 될 것 같다는 무모함을 가질 수 없다. 가지 못했던 길, 어쩌면 갈 수 없는 길을 걷는 사람들을 지켜보는 것은 또 다른 충만을 느낄 수 있다.

  대학 축제에서 우연히 만난 한복으로 자신의 길을 정해 버린 무모해 보이면서도 정체성 강해 보이는 이 젊은 CEO의 이야기는 가디언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손짱과 리슬. 한복의 대중화의 선두에 서 있는 이 회사의 CEO는 산림학과를 나온 여성이다. 단지 취업이 잘될 것 같다는 이유로 산림학과에 진학한 그녀가 한복에 빠진 건 대학 축제. 좋아하는 만화 '궁'에 나오는 인물을 코스프레하기 위해서다. 그거 만든 첫 작품은 민망함을 넘어 친구들의 환호를 받는다. 건조하게 살던 사람에게 환호는 중독 같은 것. 그녀는 그렇게 한복의 매력에 빠졌는지도 모를 일이다.

  공강 시간을 모조리 한복에 쏟았다.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기지 못하고 즐기는 자는 미쳐 있는 자를 이기지 못한다. 그녀는 한복에 미쳐 있는 것 같았다. 엄청 부러운 시간들이다. 쇼핑몰을 만들고 밀라노로 날아가며 그녀의 자신감을 넘어선 무모함은 아마 그녀가 말하는 '오리지널리티'에 있지 않았을까. 자신의 신념을 끝없이 증명하는 것. 그것이 '퍼스널 브랜딩'이면서 '오리지널리티'다.

  대단한 경영자도 아니며 그렇다고 내놓라 하는 디자이너도 아니다. 그런 그녀의 이야기에서 우리는 무엇을 느낄 수 있을까? 그녀가 하는 얘기는 모두 맨바닥에서부터 시작한 일이다. 부딪치고 넘어지고 일어나고를 반복하며 얻은 지식은 여느 경영서에 나오는 얘기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들도 그런 과정 속에서 성장했을 테니까. 스티브 잡스가 차고에서 사업을 시작했듯 모두의 처음은 초라해 보일 수밖에 없다.

  많은 내용이 '리슬'이라는 브랜드에 집중되어 있지만, 예쁘고 트렌디한 한복보다 그녀의 일관된 신념이 좋았다. 그녀가 얘기하는 '오리지널리티'는 내가 회사에서 그렇게 바라는 것이기도 하다. 불안하고 흔들릴 때 나를 잡아줄 '가치'가 있다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복을 사랑하는 그녀의 신념은 처음과 다르지 않은 것 같다. 한복의 대중화를 논하는 자리에 누구도 한복을 입고 못 않는다는 것의 아이러니. 그런 것이 이상하게 보이는 그 안목이 좋았다. 우리가 논하는 많은 일들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흉내만 내고 있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이다.

  간절함을 가진 사람이 좋다. 지지해주고 싶다.

  많은 내용이 담겨 있었지만 그 마음이 좋다. 한복을 입지 않으면서 중국의 한복 공정에 분노하는 행동. 한복의 대중화를 외치면서 라이트하고 일상 한복을 정통 파괴라고 깎아내리는 것. 우리의 모순 같은 행동에 대해 그녀는 당당하다. 365일 중에 360일은 한복을 입고 생활한다는 한복을 만드는 사람. 우리는 그 점 느껴도 충분할 것 같다.

  좋은 브랜드를 알았다. 나이가 들면 꼭 개량 한복을 입고 생활해야지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시간이 조금은 더 당겨질 것 같다. 가치를 공유하는 브랜드의 힘은 무엇보다 강하니까. 공유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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