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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잘나가는 조직은 무엇이 다를까 (제니퍼 모스) - 심심

야곰야곰+책벌레 2022. 10. 26.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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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위기가 좋지 않은 요즘. 함께 일하던 옆 팀장님과 신나게 회사 뒷다마를 하다 첫 장을 펼치는 순간 이것은 놓칠 수 없겠다 싶어 사진을 찍어 팀장님께 보냈다. "이거 완전 우리 회사 얘긴데요." 라며 받자마자 맞장구를 쳤다. "그 회사는 사람이 남아나지 않아서 아무도 가려고 하지 않아요." 참으로 안타깝지만 최근에 회사 분위기가 이렇다. 실제로 어디부터 꼬여버린지 모를 서로 다른 생각들은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그저 흘러가고 있다. 이런 현장의 고민도 모른 채 경영진은 매번 또 뭔가를 하려고 한다. 다 같이 그게 아니야라고 외치지만 공허할 뿐이다. 그동안 무리했던 친구들은 지쳐 하나둘 새로운 자리로 떠나간다. 사람이 없는데 회사가 살아남으면 뭐하나. 그저 서서히 침몰하는 배가 될 뿐이다.

  잘 나가는 조직의 이유를 '번아웃' 관리로 설명하는 이 책은 푸른숲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이제껏 번아웃은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했다. 자기 관리는 미덕이었고, 강인한 정신력과 더불어 없어서는 안 될 재능과도 같았다. 프로는 승부에서 80% 이상의 능력을 발휘하지 않는다고 한다. 단 한 번의 폭발적인 결과보다 꾸준함으로 실력을 증명해야 한다. 그러 것들을 회사에서는 요구한다. 하지만 능력에 넘치는 업무에 어떻게 관리가 가능할까라고 생각하면 답은 현실에 있다. 조직의 번아웃은 개인이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 있다. 조직은 업무량을 관리하고 개인이 번아웃에 빠지지 않도록 살펴야 한다. 번 아웃된 개인은 다시 돌아오기엔 너무 많은 자원이 필요하다. (회사는 쓰고 바꾸면 된다고 생각하는 건지도.. )

  하지만 중요한 것은 번아웃이라는 것은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쉽게 노출된다. 완벽주의자라면 더욱더 조심해야 한다. 하얗게 불태우고 나면 기력을 찾는데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린다. 밤낮을 세워가며 일을 하고 나면 보람은 있었지만 몸은 거짓말을 못한다. 과장 때는 일주일이면 회복하던 몸은 부장이 되니 한 달은 걸렸다. 그래서 자연스레 업무량을 조절할 수밖에 없다. 개인이 업무량을 조절한다는 얘기는 슬프게도 '루팡'의 길을 걷는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일을 너무 많이 하는 '루팡'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최근에 유행하는 '조용한 사직'을 이해할 수 있다. 조용한 사직이란 회사에서 시킨 일만 하고 자신을 최대한 숨기며 조용히 지내는 것을 말한다. 미국 MZ세대들로부터 출발한 이 유행은 그저 일하기 싫어일 뿐만은 아닐 거다. 어렵게 입사한 회사에서 승진도 하고 대우도 받고 싶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세대에는 '번아웃'에 너무 취약한지도 모를 일이다. 번아웃은 '외로움'에 비례한다고 한다. 네트워크로 24시간 연결되어 있지만 혼자임이 강한 개인주의는 화려함 속에 외로움으로 남아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게다가 자율성 높은 이 친구들은 가장 자율성이 보장되지 않는 말단 사원이다. 회사는 공정하고 민주적이어야 한다는 이상을 품고 입사하였겠지만 회사는 엄연히 오너가 있는 나름의 독재 구조라는 것을 알고 나면 견딜 수 없는 '번아웃'에 직면하고 말 것이다. '조용한 사직'은 그들이 그들을 지켜내는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할 말은 많지만,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이 책은 시종일관 기업의 '번아웃'이 얼마나 치명적인가를 얘기하고 '번아웃'을 관리한 기업의 강점을 얘기한다. 회사의 일이 협업의 공간이 아니라 경쟁의 공간이 되면 번아웃 관리는 될 수 없다. 하지만 '운명 공동체'라는 신뢰를 얻기란 쉽지 않다. 꾸준한 소통과 행동만이 요구될 뿐이다. 회사에서 하는 일시적인 복지도 오히려 부정적인 요소로 다가갈 수 있다. 회식이나 송년회 그리고 아무 공감도 가지 않는 교육 등은 밀려 있는 일을 늘리는 스트레스밖에 될 수 없다. 아무리 돈을 많이 들인 레저 시설이라도 이용할 시간이 없이 먼지만 쌓여 간다면 그것 또한 손실이다. 회사 안에서도 모든 것을 다 해주려고 하지 말라. 일을 줄이고 빨리 퇴근시켜 각자의 시간을 주면 될 뿐이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기업은 개인의 능력이 부족해서 빨리 퇴근 못할 뿐이라고 몰아세울 뿐이다.

  저자가 얘기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잘 안다. 책에서 얘기하는 리더가 CEO임도 이제는 그냥 알 수 있다. 회사에서 중간관리자가 할 수 있는 별로 없다. 그냥 직원일 뿐이다. 책은 직원을 인간답게 보살피라고 얘기하지만 현실은 업무를 자동화하여 직원의 업무를 줄이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업무가 줄어들면 그만큼 직원을 줄인다. 안타깝지만 세상은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다. 그런 세상에 경종을 울려주는 것은 좋으나 많은 기업들은 자신의 이익을 나눠 가질 생각이 없는 것 같다.

 많은 연구 자료와 함께 제시한 의견들은 충분히 공감을 했고 이상적이었다. 그럼에도 아쉬운 것은 어떤 방법들이 좋을까라는 뾰족한 수는 없었다. 물론 회사의 사정에 맞게 알아서 연구하고 제안하고 실천해봐야 한다. 내가 얻은 것은 공감하는 방법, 소통하는 방법 그리고 이슈에 대처하는 방법 등 몇 가지 팁은 얻을 수 있었지만 경고등을 켜주는 이상의 효과는 없을 것 같기도 했다. 

  업무량을 관리하지 못하는 기업의 직원들은 스스로 업무 관리를 한다. 많은 양의 업무를 받지 않으려고 지금의 일을 지연시키기도 한다. 부지런한 새는 더 많은 일을 받기 때문이다. 번아웃은 구조적인 문제이며, 해결할 의지는 기업의 차원에서 필요하다. 번아웃 해결이 중요한 이유는 그것을 겪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회사를 위해 정말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잃어버린 민심은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 틀어져 버린 문화는 바로잡기 어렵다. 소탐대실의 경영에 경종을 울리는 한 권의 책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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