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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 투자 원칙 (애덤 J. 미드) - 서울문화사

야곰야곰+책벌레 2022. 10. 21.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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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하의 현자' 라고 불리는 워런 버핏과 그의 흔적인 '버크셔 해서웨이'의 이야기다. 올해 92세인 워런 버핏만큼 오래된 기업인 버크셔 해서웨이는 그 기록 또한 방대하다. 마치 기업의 역사를 기록한 이 책은 분명 투자자에게는 중요한 자료가 될 것 같다. 일반인들에게는 굳이 알 필요가 있을까 하는 부분까지 세세히 적혀 있지만 버크셔 헤서웨이가 걸어온 길과 워런 버핏의 원칙 그리고 주주 서한의 내용을 읽다 보면 그가 한 얘기의 의미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의 말들이 어떤 맥락에서 나왔는지 아는 것은 생각보다 깊은 깨달음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워런 버핏의 55년의 투자와 함께 이제는 위대한 기업으로 성장한 버크셔 헤서웨이의 역사를 기록한 이 책은 서울문화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워런 버핏은 마치 승승장구한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그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불확실성이 많았던 시대에 충분한 자금이 있는 집안에 태어났다는 것과 미국이 고속 성장했다는 이유를 빼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빌 게이츠를 얘기할 때에도 기술이 싹을 트고 있던 시기에 충분히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었고 대학교 랩실을 마음대로 들락거릴 수 있는 부모의 파워도 무시할 수 없는 것과 같은 맥락일 것이다. 하지만 혼돈의 시대에 평가절하된 기업을 찾는 눈과 잊을만하면 찾아오는 공황과 위기에 대한 대처는 오늘날의 워런 버핏과 버크셔 해서웨이가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독한 원칙주의자였으며 자신이 모르는 것에 투자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기회를 잡을 준비를 항상 하고 있었다. 좋은 투자는 지겹게 하는 것이라는 그의 말이 많은 것을 설명해 주고 있다.

손 안의 새 한 마리는 수풀 속에 있는 새 두 마리의 가치와 맞먹는다.
- 이솝

  버크셔 해서웨이는 워런 버핏이 경영에 참여한 첫 회사이지만 지금과는 달리 '방직 회사'였다. 아무리 좋은 리더와 정책을 수반한다 하더라도 근본적으로 사양 산업에서는 이익을 얻기 힘들다는 사실을 배웠다. 그럼에도 방직 산업을 오랜 시간 유지한 것은 단순히 이익을 넘어 지역 경제의 영향과 고용에 대한 의무 때문이었다. 제조업은 새로운 장비로 무장한 후발 주자가 더 유리할 수 있었고, 지식은 독점할 수 없었다. 성장을 위해 투자가 필요하지만 투자 대비 이익이 발생하지 않는 (워런 버핏의 분류로는) 전형적인 나쁜 기업의 형태를 띠고 있었다.

  워런 버핏이 가장 중요하게 본 것은 '투하자본 이익률(return on invested capitial : ROIC)'이다. 영업활동에 투입된 자본 대비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이익의 비율이다. 워런 버핏이 말하는 좋은 기업은 성장을 위해서 재투자를 할 수 있고 투자한 만큼 이익을 내는 기업이었다. 많은 이익을 내어주고 있어도 재투자가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는 기업은 좋은 기업이라고 얘기하지 않았다. 고인 물은 언제든 경쟁자의 위협을 받을 수 있기도 했다. 버크셔 해서웨이에 많은 이익을 안겨 준 '씨즈캔디'가 대표적이다.

  막대한 투자로 인한 성장에는 중요한 요소가 있다. 바로 경쟁자가 쉽게 넘을 수 없는 '진입장벽'을 만드는 것이다. 책에서는 성의 둘레에 파 놓은 구덩이를 얘기하는 '해자(垓字)'로 표현했다. 업계 진출을 위해서는 막대한 자본을 쏟아부어야 하고 그 성공도 가늠할 수 없을 때 경쟁자는 망설일 수밖에 없다. 그야말로 '철옹성'이다. 워런 버핏은 이를 '좋은 기업'이라고 했다. 대표적으로 '플라이트세이프티'가 있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구조는 오늘날 많은 복합 대기업의 모델이 되곤 한다. 가장 인상 깊게 본 것은 소유한 회사들 중에 기술 기업이 그다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을 회사로 무장하고 있다.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보험업'이다. '가이코'는 태풍이 몰아친 2018년을 제외하고는 늘 좋은 실적으로 보답했다. 거기에 더해 '제너럴 리'를 비롯한 버크셔 해서웨이 보험이 있었다. 보험업은 버크셔 해서웨이의 막대한 자본을 업고 있음에 동시에 막대한 자본을 가져다주고 있었다. 그리고 기간산업인 '철도'나 미디어 산업인 '언론'을 가지고 있었으며, 신용평가 기간 '무디스'의 지분도 있었다. 코카콜라나 질레트가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많이 알려져 있고 가장 최근에는 중국의 전기차 BYD의 지분으로 엄청난 수익을 얻기도 했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이런 지배구조는 '버크셔 숲'이라고 비유하곤 했다. 이 거대 기업의 가치를 이해하려면 개개의 기업을 평가할 필요가 없이 5개의 작은 숲만 이해하면 된다는 것이다. 첫 번째는 지분 80 ~ 100%의 '비보험 사업'으로 버크셔 해서웨이의 근간과 같다. 두 번째 숲은 '주식'이다. 세 번째는 지분 80% 이하의 '지배권을 공유하는 기업'이다. 네 번째는 '현금, 국채, 채권'이다. 이는 언제든지 투자할 수 있는 비상금 역할을 한다. 마지막 숲은 '보험'이며 앞의 숲을 지원하는 가치의 원천과 같다.

  워런 버핏의 투자를 보면 굉장히 보수적이며 유행을 타지 않는다. 시장에 대한 지배력이 있고 저평가된 기업만 철저하게 골랐다. 그리고 '투하자본 이익률'을 철저하게 따졌다. 자신이 모르는 분야에 대해서는 투자하지 않았다. 초기 '애플'에 투자하지 않았던 것도 같은 이유다. 14명으로 구성된 이사회에서 그를 설득하여 '애플'로 두 배 가까운 수익을 얻기도 했다. 투자의 대가라고 불리는 그는 투자 논지가 틀린 경우에는 늘 이를 인정했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인수 철학을 보면 독특했다. 좋은 기업도 중요했지만 '존경할 만한' 리더가 이끄는 기업을 고르는 것도 방법이었다. 그리고 인수 뒤에도 그들을 치켜세우며 경영을 맡겼다. 자신이 그들보다 더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좋은 기업에는 늘 좋은 리더가 있었고 그들은 워런 버핏의 투자에 답했다. 또 하나 신선한 것은 자회사에 돈을 빌려주더라도 꼭 이자를 받았다. 부자 아빠를 믿는 자회사는 안일해진다는 것이었다. 자회사가 독립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했다. 벤틀리를 팔 때 보험을 권하지 않았던 것처럼 말이다.

  그는 배당금 지불을 좋아하지 않았다. 배당금 지불은 회사에 악영향을 줄 수 있고 당장 수익실현을 하고 싶지 않은 투자자들에게 세금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이익이 나면 재투자로 더 큰 성장을 독려했고 주주들은 그를 믿었다. 주가가 저평가되었다고 생각되면 자사주 매입으로 주주의 이익을 실현했다. 매년 20%에 육박하는 성장을 하는 그를 믿지 않을 이유가 없을 것 같다. 버크셔 해서웨이 이사회에 참여하려면 자사 주식을 일정 이상 보유해야 했다. 이사회는 급료로 보상받는 것이 아니라 주주와 함께 이익 실현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자회사 경영자들을 평가할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또한 그는 단기적 보상을 지양했다. 수익으로 보상을 한다면 중요한 예산을 삭감하여 보상을 받아 결국 사업을 망치게 되기 때문이었다.

  두꺼운 책만큼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재무제표가 가득한 책이다. 그 속에는 워런 버핏의 성공과 실패가 함께 들어 있다. 그는 자신의 성공을 항상 비판적으로 바라보았고 실패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또한 그는 '투자는 아마추어가 프로보다 잘할 수 있는 영역이다'라고까지 말했는데, 그것은 자신이 잘 아는 분야에 투자하라는 것이었다. 그의 안목에 특별한 것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좋은 기업을 찾아내려면 기업의 제품, 유통, 재무만 살피면 된다는 기본을 그는 지켰을 뿐이다. 또한 유행처럼 번지는 잡음을 무시할 수 있었다는 것도 있었다. 닷컴이 호황 하던 시절에도 워런 버핏은 기술 기업에 투자하지 않았다. 

  이 책을 굳이 시간 내어 읽어야 할까라고 질문한다면 그렇지 않다고 얘기하고 싶다. 만약 이 책이 있다면 8장 이후를 읽는 것이 좋고 더 시간을 낸다면 챕터 마지막에 있는 시대의 교훈을 읽으면 좋을 것 같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는 것이 의미 없지 않은 것은 그의 말이 어떤 일로 나오게 되었는지 알 수 있고 체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금 더 전문적인 사람이라면 재무재표를 통한 투자의 무언가를 알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다.

  이제 그도 은퇴가 눈앞에 있다. 많은 자산을 빌 & 멀린다 게이츠 재단에 기부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버크셔 해서웨이가 건재할 것 같은 이유는 기업이 걸어온 길 그리고 그의 철학이 이사회에 잘 녹아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주주와 함께 하는 투자, 아는 곳의 투자 그리고 항상 준비하고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안목이 그들의 역사를 이어나가게 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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