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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카이스트 미래전략 2023 (KAIST 미래전략연구센터) - 김영사

야곰야곰+책벌레 2022. 11. 9.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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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말이 되면 어김없이 출판되는 미래전략 시리즈들 중에 올해는 카이스트에서 내놓은 이 책을 가장 먼저 만날 수 있었다. 예전에는 5년 혹은 10년 단위로 미래 예측을 했는데 지금은 매년 나오는 것을 보니 세상이 얼마나 빠르게 바뀌는지 실감할 수 있다. 수많은 집필진이 모여 작성한 이 책은 그만큼 깊이가 있고 다른 책들에 비해 두께도 두꺼운 편이다. 중요한 것은 미래 기술에 대한 분석뿐만 아니라 역사적 배경과 장점과 단점, 그리고 행동 요령들을 제시하고 있다. 2023년을 준비하기 위해 읽는 것 이상의 것을 얻을 수 있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의 소용돌이 속에 휘말리고 있는 세계정세 속에서 우리나라의 위치와 대책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이 책은 김영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미국의 트럼프, 중국의 시진핑이 집권하고부터 두 나라의 패권 경쟁은 심상치 않았다. 미국은 중국을 세계의 공장으로 만든 뒤 고부가 가치를 독식하려 했지만 세계의 생산 공장인 중국은 그동안 벌어들인 돈으로 엄청난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회주의 국가의 최대 장점인 국가 주도 계획들은 거칠 것 없이 실행되었고 이제는 미국을 따라잡으려 하고 있다.

  팬데믹이라는 엄청난 재난을 겪으면서 글로벌 벨류 체인은 망가졌고 중국에 몰려 있는 제조업에 대한 위기감은 현실이 되었다. 탈중국이라는 명분으로 패권 경쟁은 가속화되었고 화웨이의 휴대폰이나 중국 어플들이 정보를 누출한다며 강하게 때렸다. 미국이 최대 주주로 있는 스위스 기계에 스파이 기능을 심어 놓은 미국이, 휴대폰으로 전 세계 정보를 싹쓸이하고 있는 구글과 애플을 가진 미국이 그렇게 중국을 때리고 있다.

  디지털 대전환이라는 키워드로 시작된 인더스트리 4.0은 이제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고 있다. 산업의 체질은 바뀌고 있고 서로의 경계가 허물어져 간다. 이를 '빅 블러 현상'이라고 부른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경계가 무너지는 '프로슈머'의 등장은 이미 시작되었고, 올 한 해를 뜨겁게 달구었던 메타버스와 NFT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지우고 있다. 제품과 서비스의 융합을 얘기하는 서비타이제이션도 있다. 그럼에도 가장 많이 체감할 수 있는 것은 전기차다. 이미 내연기관을 만들지 않겠다고 선언한 업체들이 많다. 자동차라는 하나의 탈 것은 이제는 모빌리티가 되어 어떤 형태든지 이동 수단의 역할을 해내면 되게 되었다. 

  첫 번째로 주목되는 기술은 바이오다. 이번 팬데믹에서 미국의 화이자라는 거대 제약사가 얼마나 큰 부를 쓸어 담는지 볼 수 있었다. 전염병은 계속해서 등장할 것이고 이를 위한 mRNA기술은 각국의 중요한 지식 기술이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변해가는 지구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인간 자체를 혹은 동식물 자체의 유전자를 수정해야 할 것이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세상을 바꾸고 있지만 특허권 분쟁 또한 심각하다. 이를 대체하는 유전자 가위 개발에 많은 나라들이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한 유전자 가위로 만들어진 식물에 대해서는 GMO와 다르게 취급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두 번째로 AI다. 이세돌 9단을 이긴 구굴의 딥마인드의 기억이 이제는 무덤덤해졌을 만큼 AI는 세상 깊숙이 들어왔다. 가깝게는 자신에게 맞는 물건이나 정보를 찾아주는 알고리즘에서부터 범죄자를 인식하거나 산업에서의 최적화를 위해 AI는 꾸준히 학습하고 있다. 하드웨어의 발달로 급속적인 성장을 한 AI지만 이제는 도리어 하드웨어의 발전에 의해 발목이 잡힌 상태다. 양자컴퓨터와 이를 이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은 중요하다. 

  세 번 째는 6G 이동통신, 이차 전지 그리고 우주탐사를 들 수 있다. 이제는 충전이 가능한 배터리의 시대로 갈 수밖에 없다. 화석연료 사용을 멈추기 위해서는 결국 전기를 담아둘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화석 연료는 자연스레 재생에너지로 넘어가게 될 것이다. 더 싸고 더 가볍고 더 오래가는 배터리 기술은 중요하다. 6G는 차세대 통신이다. 지금의 50배에 달하는 속도를 가지며, 위성에서 바로 전파를 받아낼 수 있다. 세상은 더욱 강하게 연결되고 비행기에서 인터넷을 사용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수많은 장치들은 무선으로 연결될 것이다. 우주 패권 경쟁은 십수 년째 계속되고 있다. 세계 최초로 달 뒤편에 탐사선을 보낸 중국의 약진이 무서울 정도다.

  이 책의 좋은 점은 바로 기술 소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래 기술이 가져 올 혜택과 재앙에 대해서 설명하고 이에 대처하는 방법도 제안한다. 모든 기술의 발달은 양날의 검이다. 새로운 것이 생기면 또 사라지는 것들이 있다. 새로운 기술은 비싸기 때문에 양극화는 더 심해질 수 있다. 기술로 미래를 준비하면서도 노령화되는 사회를 돌봐야 한다. 기술이 발달해도 사회 자체가 붕괴되면 아무 소용없다.

  세계는 치열한 경쟁 속에 있다. 어느 시기보다 더 국가주의로 변했다. 기존의 세상이 사상으로 분열되었다면 지금의 세상은 지식 패권을 위해 분열된다. 'all or nothing'. 기술은 발전할수록 승자독식으로 변한다. 기술의 조그마한 차이는 넘을 수 없는 간극을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먹히지 않으려면 맹렬히 나아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추격자의 자세'로는 안된다. 이제는 2등에게 떨어지는 콩고물은 없기 때문이다.

  기술의 투자와 발전은 무엇보다 국민의 공감대가 필요하다. 공감대가 생기려면 그것을 즐겨야 한다. 더욱 즐겁고 재밌는 과학 수업, 과학 커뮤니케이터가 필요하다. 그리고 많은 과학자를 배출해야 한다. 정부 또한 정권이 바뀐다고 뒤집어 버리지 말고 꾸준한 투자와 일관된 정책이 필요하다. 미국에는 NASA가 있고 중국에는 국가항천국이 있다. 기술이 융합되는 세상이다. 국가의 조직 또한 융합된 조직의 활성화가 필요한 것이다.

  기술의 발전뿐만 아니라 사회를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다. 노령화는 이제 피할 수 없는 재난이다. 지구 온난화보다 더 심각한 문제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젊은이의 자살률뿐 아니라 60대 이상 자살률도 OECD 중 1등이다. 가장 빠르게 늙어가는 나라다. 그것과 더불어 식량안보에도 신경 써야 한다. 우리는 먹을 것이 넘치는 것 같지만 식량 부족 국가다. 이런 인식을 전 국민이 할 수 있도록 공감대를 형성해야 할 뿐만 아니라 농촌 환경 개선에도 일관된 정책이 필요하다.

  정권만 바뀌면 이전 정권의 것이라면 다 폐기해버리는 치졸하고 옹졸한 방법으로는 미래가 없다. 옛날 과기부가 사라졌을 때는 정말 분노했다.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50년 넘게 우주에 매년 10조 이상의 투자를 하고 있고 미국 이상의 성과를 올리고 있다. 통일 전 독일은 보수파가 집권했을 때에도 진보가 하던 햇빛 정책을 이어나갔다. 통일 같은 위대하고 장기적인 계획은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는 이유였다. 우리는 어떤가? 누리호 발사 성공을 이뤘던 항공우주연구원의 박사들의 연봉은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낫다. 그리고 인원의 구성원의 숫자 또한 적다. 휴가를 반납하고 철야를 하며 연구하고 예산이 넉넉하지 못해 실패하면 안 되는 분위기도 있었다.

  실패해도 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실패할 만큼 어려운 일에 도전할 수 있다. 과학에 관심을 가지고 뻔한 성공보다 위대한 실패를 지지해줄 수 있는 사회 인식이 생겨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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