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9단을 이긴 딥마인드의 알파고의 등장으로 딥러닝은 AI와 동일시되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인간이 AI에게 완패했다는 사실은 사람들을 충격에 몰아넣기 충분했고 그 와중에서도 한판을 이긴 이세돌 9단은 그야말로 감동의 드라마를 남겼다. 그해를 넘기곤 아무도 알파고에게 이길 수 없었다. 프로 기사마저 3점을 뒤진다고 말할 정도다. 알파고의 등장으로 바둑 기보는 승리를 위한 잔인함만 남았고 바둑판의 미학은 사라졌다. 일부 기사들은 회의감을 보이며 씁쓸히 퇴장했다. 지금은 AI를 하지 않으면 큰일 날 것 같은 분위기다. 초지능은 곧 다다를 것 같이 광고한다. 하지만 AI겨울은 늘 여름 뒤에 다가왔다. 지금의 AI를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AI가 왜 당신의 사업에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하는지도 알아야 한다.
AI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비즈니스에 AI를 도입할 때 어떤 시각으로 접근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이 책은 한빛비즈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AI는 이제 트렌디하며 소위 대세가 되었지만 70여 년을 이어온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인간의 뇌를 정확하게 알기 전부터 인간은 인간을 흉내 내는 기계를 만들 수 있다고 믿었다. 인간의 뇌가 하는 행동을 모방하면 분명 그 결과는 뚜렷해 보였다. 초기 AI를 연구하던 사람들의 형태는 이와 비슷했다. 하지만 인간은 그렇게 단순하게 동작하지 않는다. 마빈 민스키가 말한 AI에 대한 역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인간에게 어려운 일이 AI에게 쉽고, 인간에게 쉬운 일은 AI에게 어렵다.
AI는 인간이 할 수 없을 것 같은 복잡한 일을 빠른 시간에 정확하게 처리해 준다. 반대로 일어서고 말하고 걷고 하는 유아기의 인간의 능력에 대해서는 너무 어려워한다. AI가 인간보다 높은 지능을 가질 거라는 주장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한다. AI는 이제 걸음마를 떼었을 뿐이다. 몇몇 분야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지만 그것은 인간의 지능에 비해 아주 좁은 능력이다. 알파고는 바둑판을 벗어나면 무지하다. 많은 AI들이 그렇다. 아주 한정된 영역에서 최고의 스킬을 구사하는 그들은 정말 하나밖에 모르는 바보다.
AI학회는 존 매카시가 주관한 포럼에서 출발한다. 그들은 AI라는 용어를 만들었는데, 범용 의사소통 학문인 '사이버네틱스'와 구별하기 위함이었다. 선구자답게 그는 가장 큰 족적을 남겼으며, LISP라는 최초의 프로그래밍 언어도 만들었다. 여기서 앨런 튜닝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AI의 아버지라고 불리며 '튜닝 테스트'라는 기계 지능 테스트를 진행하였다. 이 또한 허점이 있다. 그럼에도 이를 통과한 AI는 유진 구스트만이 유일한 것 같다. (그는 화제 전환에 딴 소리로 대처하였다.)
새로운 기술은 많은 사람의 호응 속에 발전한다. 지금의 빅 테크 기업들의 주가가 뚜렷한 실적이 없음에도 고공행진을 하는 것은 미래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하지만 일정 기간 동안 결과를 내보이지 못하면 세상의 관심은 싸늘하게 식는다. AI 또한 그런 시대를 거쳐왔다. 이를 'AI 겨울'이라고 한다. AI 연구가들은 계속해서 눈앞의 복잡한 문제들을 풀어내지 못했다. 낙관론들은 회의론으로 바뀐다. 투자 자금이 말라버리면 연구도 지지부진하게 된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한 여러 보고서가 제출되면 어김없이 겨울이 찾아왔고 또 새로운 알고리즘의 등장으로 가능성을 타진하게 되면 관심이 폭발하여 여름이 된다. 그리고 지금은 3번째 맞이하는 한여름이다. 딥블루가 체스 챔피언을 이겼고, 이미지 인식 대회에서 알렉스 넷의 압도적인 성능에 사람들은 고무되었다. 그리고 알파고-이세돌의 대결은 그 정점에 섰다. 지금은 풀리지 않을 것 같은 일이면 '딥러닝'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광고로 도배되고 있다.
이번 여름은 꽤 긴 편이지만 그럼에도 겨울을 준비해야 한다. 상업적 성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시장은 또다시 회의적인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게 된다. AI가 해결해야 할 문제는 생각보다 넓다. 우선 인간이 하는 일을 압도적으로 잘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알파고가 이세돌을 압도적으로 이겼기 때문에 이렇게 관심이 집중될 수 있었다. 비슷했다면 AI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정도로 치부될 것이다. AI가 해낸 어려운 일은 해내는 순간 당연히 해내야 하는 일이 되어 버린다. 이점은 AI가 넘어야 할 가장 큰 숙제다. 인간만큼 해서는 기존 시스템을 대체하지 못한다. 지금처럼 AI가 범람하는 시대에서도 제대로 사용하고 있는 사업체는 고작 2.5%(한국 기준)에 불과하다. 그것도 빅 테크 기업에 편중되어 있다.
AI는 범용 모델이 없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술이 발달하고 있지만 범용 지식을 획득하는 것은 어마어마한 정보가 필요하다. 지금의 AI는 잘못된 정보를 수정하는 것 또한 어렵다. 때에 따라서는 재학습을 시도해야 한다. 그리고 스스로 학습할 수 있어야 한다. AI는 인간의 학습을 흉내 내고 있을 뿐이다. 그곳에는 오염된 데이터나 편향된 데이터가 존재한다. 어떻게 보면 학습된 차별이다. 이 모든 것을 차지하고라도 AI는 여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그저 인식할 뿐이다. 이해하지 못하는 지식은 다리가 하나 없는 개를 개로 인식하지 못하고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에 대처하지 못한다. 인간도 인간의 마음을 모른다. 우리가 가장 잘하는 것을 제일 모른다. 그런데 어떻게 기계에게 가르친단 말인가.
지금은 팔아야 할 시간이라 마이크 파워가 센 사람들은 마치 정상이 눈앞에 있다고 떠들어 댄다. 하지만 AI의 길은 여전히 험하다. AI의 겨울은 혹독할 것이다. 지금은 AI 연구를 민간이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겨울이 오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겨울이 오게 되면 산업도 영향을 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AI는 만능이 아니다. AI가 가장 잘하는 것을 제대로 알고 사람의 일을 도와주는 협업의 파트너로 생각하는 것이 가장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위한 방법이다. 넷플릭스나 아마존과 같이 추천 알고리즘이나 블루리버 테크놀로지의 정밀 농업, 스티치 픽스의 AI스타일리스트 등이 바로 그런 방법이다. 인간에게 인사이트를 제공하고 오래 걸리는 일을 빠르게 처리해 줌으로써 사업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AI는 분명 시대를 이끄는 기술이다. 하지만 기대가 높아지는만큼 실망도 큰 법이다. 실망이 크면 겨울은 불가피하다. 대책 없는 오피니언들의 호언장담이나 장밋빛 미래를 거두고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부터 차근차근해나가야 한다. 비즈니스에 AI 도입이 필요하다면, AI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하고 정밀한 곳에 처방을 내릴 줄 아는 인사이트가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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