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유 파동이 있었던가. 그 해는 기름값이 2200원이 넘었다. EF소나타를 처분하고 새로운 차를 구해야 하는데, 기름값은 그랜저를 단숨에 배제시키게 만들었다. 무조건 연비였다. 푸조 308을 보러 가는 길에 잠깐 들린 르노삼성 매장에서 만난 QM5 전시차를 뭐에 홀린 듯 구매했다. 그전에도 한참을 고민하던 차량이었지만 연비 21km인 푸조 차량을 거의 결정해 놓은 상황이었기에 홀린 것인지 귀차니즘의 발동이었는지는 모를 일이다.
그렇게 11년 8개월이 지났다. 녀석은 세월의 흔적답게 후방 카메라, 내비게이션, 좌측 사이드 미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쇼바도 수명을 다했는지 노면 충격이 그대로 올라온다. 엔진 오일은 그래도 합성유로 꾸준히 관리해줬고 소모품은 칼 같이 바꿔줘서 도로 위에서 나를 애태운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많은 차 중에 왜 QM5냐며 묻는 사람들도 많았다. 가격 대비 아담한 사이즈이기도 했고 현기차가 당연하다시피 하는 분위기에서 생뚱맞은 차량이기도 했다. 하지만 닛산 베이스 차량이라고 설명하면 웬만큼 다 넘어갔다. 지금도 노면이 나쁘지 않으면 꽤 괜찮은 주행을 해준다. 얼마 전에 허브 베어링을 교체하고부터는 잔 진동마저 사라졌다.
부품 몇 가지만 교체하면 더 탈 수 있을 것 같지만 장거리 다니는 나를 위해 아내가 바꾸라고 했다. 추억이 깃든 차량이라 아이들도 아쉬워한다. 새 차를 받으면 또 좋다고 할 것 같지만... 딸아이의 탄생과 함께 달린 차량이다. 보내주려니 괜스레 마음이 찡하고 시큰거린다.
사실 오늘부터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새 차량으로 보험을 승계했기에.. 이제 날짜만 받길 기다리고 있다. 그동안 고생했고 고마웠다고 얘기해 주고 싶다. 물건이라는 것도 이렇게 정이 들 수 있는 것이다. 안 그래도 물건을 잘 버리지 못하는 나는 오늘 참 마음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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