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서평+독후감)/소설

(서평) 0125 (케이시) - 케이시

야곰야곰+책벌레 2022. 10. 23.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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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1, 2, 5' 이것은 돈을 다루는 숫자들의 모음이다. 하지만 이것은 달러이기 때문에 그렇게 지어진 것 같다. 암호 같은 제목에 갸웃했지만 지폐 한편에 쓰인 코드 번호 같기도 했고 그래서 어떤 이야기가 전개될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조금은 토이스토리가 생각나고 조금 이름이 기억나질 않는 일본 애니메이션을 닮았다. 지폐와 동전 친구들이 영혼을 받고 지갑을 타고 이동하며 겪는 이야기다. 돌고 돌아 결국 다시 처음으로 돌아오긴 하지만 많은 일들은 가지런히 정리되고 모두가 행복해지는 전형적인 만화의 마무리를 하고 있다.

  사람들의 사정을 살피고 또 그 속에서 여러 이야기 여러 깨달음을 얘기하는 만화 같은 이야기는 케이시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할머니와 손녀의 이야기로 시작하는 이 책의 주인공은 의외로 '돈'이다. 처음 읽어 나갈 때에는 어떤 물건인지 감을 잡지 못하다가 이내 동전과 지폐의 이야기라는 것을 알았다. 주된 내용은 그들을 소지하는 인간들의 이야기기도 했다. 소중한 물건을 만 번 소중히 대해주면서 영혼이 생기며 자신의 행동을 주인에게 들키면 그 영혼은 다시 사라져 버린다. 이 책에서는 그런 슬픈 일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그런 규칙이 있다.

  할머니가 돌보는 딸아이를 거쳐 아주 잘 나가는 기업가의 아들에게 전달되었다가 금실 좋은 부부로 갔다가 마지막에는 수집가에게 전달된다. 만화 같은 설정을 하고 있지만 우리 인생의 고민들을 다루고 있었다. 첫 번째 이야기는 이혼 가정의 얘기 같았는데 그것보다는 할머니의 사랑에 대한 얘기가 더 주요했다. 성공한 아버지는 아들의 꿈을 탐탁하게 여기지 않았고 아들은 독립을 꿈꿨다. 금실이 좋은 부부는 얼마 전 유산을 하여 집안에 그림자가 생겼다. 신혼여행에 던지지 못한 나머지 하나의 아프로디테 동전을 발견하여 새로운 시작을 위해 함께 다시 여행을 떠난다. 할머니의 사랑을 받는 딸아이와 자신의 독립을 생각한 아들은 서로 버스킹 연주자와 관객으로 만나기도 한다. 

  아름다운 얘기 이면에는 많은 고민에 대한 답이 적혀 있었던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이 '돈' 친구들은 해결사이기 때문이다. 바람에 자신을 날려 상대에게 인지 당하기도 하고 잠든 밤에 속삭이며 꿈처럼 그들의 귀에 메시지를 전하기도 한다. 변화가 필요한 그 시점에 조언을 한다. '사랑'과 '간절함'을 담은 얘기들은 고스란히 전달되어 아름다운 마무리로 이어진다.

  등장하는 '돈'은 여러 특징이 있어 재미가 있었는데, 때로는 너무 전문적이라 살짝 읽는데 방해를 주는 경향이 없지는 않았다. 물론 이과인 내가 읽기엔 그렇게 이해하지 못할 부분은 없었지만 서정적인 부분에서 나오는 딱딱한 이과 용어들은 사실 갸우뚱했다. 과학자라는 설정이 있음에도 뭔가 몰입이 덜 되었나 싶기도 했다. 사실 '넛지'라는 단어가 자주 출몰하면서 계속 몰입이 깨졌는지도 모르겠다. 굉장히 함축적인 단어이고 훌륭한 단어이지만 작품의 색보다 더 강한 색을 가진 '단어'가 출몰하니 집중이 깨져 '넛지' 책이 생각나 버렸다. 이것은 '넛지'라는 단어가 나타날 때마다 그런 경험이 생겼다. 물론 나에게 한정된 경험일 수 도 있었다.

 애니메이션 같은 설정이었지만, 따뜻한 소설에 가까웠지만 다루는 내용은 가볍지 않았다. 뉴튼의 제2운동 법칙과 한나 아렌트의 사상도 잠시 언급되는 것 같았고 코딩 용어도 나오고.... (조금 신선했지만,) 어떤 문제에 대한 진지한 조언을 주기 위한 여러 말들이 등장했다. 그만큼 고민이 많았던 책인 것 같았다. 한 권의 소설책이기도 했고 한 권의 조언을 담은 책이기도 했다. 등장하는 캐릭터가 무겁지 않기 때문에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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