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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지리학이 중요하다 (알렉산더 머피) - 김영사

야곰야곰+책벌레 2022. 10. 10.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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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국은 지도의 획득으로 점차 세력을 확장해 나갔고 그 속에서 또한 많은 부가 획득되기도 했지만 약탈과 같은 부조리도 많았다. 지리학은 개개인의 삶 속에서도 중요했지만 국가적으로도 중요한 학문이었다. 기술이 발달하고 세계가 이어져 있다시피 한 지금의 시대. 지리학은 지도를 보고 나라와 도시를 외우는 단편적인 학문으로 치부되기 십상이다. 하지만 여전히 고립되어 있는 사람들이 전체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더 거시적인 안목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기르기 위해서는 지리학이 필요하다.

  현시점에서 지리는 왜 중요한지를 얘기하는 이 책은 김영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현대에 문해력이 부족하다는 얘기는 자주 언급되곤 한다. 이 문해력은 지리학에서도 발생한다. 소위 '지리 문맹'이라고 불리는 이것은 지도를 단순히 2차원적인 그림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현대의 지도는 실생활에 사용하기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자세하다. 우리는 내비게이션으로 목적지를 찾고 구글어스로 세상을 들여다 보기도 한다. 지구가 하나의 나라이고 우주가 하나의 이웃이 되어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내비게이션으로 이동하던 사람이 불어난 강물에 휩쓸려 가기도 하고, 경로 추천을 받은 사람은 폭풍우가 몰아지는 파도에 삼켜지곤 했다. 우리에게 노출되는 지리의 정보는 일반적이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일반적이지 않다.

  지리학은 '어떤 현상이 어디에서 발생한가?'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왜 그곳에서 발생했고, 그것이 어떤 의미 지를 지는가?'를 지속적으로 질문하는 학문이다. 공간적인 배치와 변이가 어떤 상호 연결성을 갖는지를 탐구하는 학문이다. 현상은 공간에 따라 달라진다. 장소에 기반한 환경, 사회, 인간-환경을 둘러싼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이런 현상이 어디에서 발생했는지에 주목한다. 

  최근에 소위 전문가, 인플루언서, 정치인들은 단편적인 부분을 인용하며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알래스카의 빙하는 녹기도 다시 생성되기도 하는데 이를 생성되는 부분만 떼어내어 지구온난화는 걱정 없다는 식의 반박은 잘못되었다. 이런 잘못된 해석에 대해 휩쓸리지 않으려면 지리적 문해력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지리를 공부한다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뿐만 아니라 현대의 문제는 세계적인 문제다. 중국이 세계 최대 탄소 배출국이 된 것은 선진국들이 제조업이나 유해한 물질이 나오는 산업을 모두 중국에 몰어줬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탄소세라는 것을 탄소 방출이 아닌 수입하는 제품을 생산할 때 나오는 탄소까지 합산해서 계산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 그것이다. 

  정치적인 문제도 마찬가지다. 지금의 시대 단일 민족을 이루는 국가는 없다. '민족 국가'라는 단어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종교 또한 마찬가지다. 여러 종교가 섞여 있기도 하고 같은 종교 내에서도 모두 과격하거나 온순하지 않다. 하나의 장소에서 일어나는 일은 결국 단순하지 않고 일반적이지 않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나비효과라는 우리가 아주 잘 아는 사실이 있다. 나비의 날갯짓이 엄청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세상은 그만큼 서로 얽혀 있다. 모든 현상은 지구적인 관점에서 살펴보아야 하면서도 지역적으로도 살펴보아야 한다. 최근에 문제를 인식하는 것은 단일 학문으로 풀어나갈 수 없다. 자연과학, 사회과학, 인문학 등 여러 학문이 통합해서 접근한다. 같은 숲이라도 서식하는 식생의 조합이 정말 다르고 그것에 미치는 환경이 또한 다르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예측 모델로 실제 일어나는 일을 포착할 수 있다는 믿음은 대단한 착각인 것이다.

  지리 교육은 단순히 땅에 대한 공부가 아니라 세상에 대한 공부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나의 지역을 넘어 선 상대에 대한 상호 이해를 증진시킬 수 있다. 이것은 다른 곳에서 사는 사람의 시각을 통해 세상을 보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깨닫게 할 수 있다. 다른 장소와 다른 사람에 대한 오해와 비난을 멈출 수 있는 시작이 될 수 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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