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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92

(서평) 우산의 역사 (매리언 랭킨) - 문학수첩

세상에는 하나의 물건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많다. 여름철이면 하나쯤 가방 속에 자리 잡고 있는 우산에 집착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책으로까지 나올 거라고는 생각지 않았지만, 이런 독특한 책을 문학수첩에서 지원해 준 이 작품으로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 처음에는 역사 속이나 문학 속에 등장하는 우산의 다양한 모습들을 표현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는데, 제목답게 우산이 역사 속에서 지니는 의미와 책이나 영화에서 표현되는 우산을 소개하면서 흥미롭게 해 주었다. 우산은 아주 고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왕의 권위를 뜻하는 물건이었다. 태양으로부터 군주를 보호하는 것이기도 했으며 왕 위로 뻗은 하늘이기도 했다. 우산은 왕의 신성한 지위를 상징하는 물건이었다. 천주교에서는 교황의 머리 위를..

(서평) 과학을 만든 사람들 (존 그라빈) - 진선BOOKS

과학을 하는 과정은 개인적인 것이지만 과학 자체는 본질적으로 비개인적인 것이다. 과학은 절대적, 객관적 진실을 다루는 것이지만 과학사는 역사처럼 다루는 사람들만큼의 다양한 시각이 있을 수 있다. 수많은 과학사 중 하나의 시각으로 봐달라는 이 책은 진선BOOKS의 지원으로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은 말하고자 하는 큰 줄기는 과학은 과학사를 이룩한 사람들의 업적이 차곡히 쌓여서 올린 업적이며, 누구 하나의 업적으로 이룩된 것이 아니다는 것이다. 과학사 안에는 위대한 과학자로 추앙받는 사람들도 있고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과학자들도 많다. 개인의 천재성으로 추앙받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야말로 운이 작용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하나의 위대한 법칙이 발견되기 전에 이미 선대 과학자들이 대부분 이룩해 놓아 ..

헤엄치는 인류 (하워드 민즈) - 미래의 창

시골에서 자란 나는 물 하고 꽤 자주 만나는 편이었지만, 동시에 빠져 죽을 수 있다는 공포의 대상이기도 했다. 부모님 세대에는 익사 사고가 그렇게 낯선 것이 아니었는가 보다. 나도 굴삭기가 파놓은 곳 부분적으로 깊은 곳에 빠져 들어가 본 적이 있어서 그 공포는 조금 알 것 같다. 그래서 나에게 물은 공포가 전혀 없을 수는 없다. 아니 플라톤은 왜 "수영할 줄 모르는면" 지식인이 아니라고 했을까. 이 의문을 풀 수 있도록 미래의 창 출판사에서 지원을 해 해 주었고 읽어볼 수 있었다. 수영이라는 단어는 지구의 70%를 차지하는 물과 함께 살아가는 인류에게는 떼어 놓을 수 없는 존재다. 문명의 태초에는 생존의 문제와 생업의 문제였을 것이고 제국의 시대에는 전쟁의 수단 중 하나가 되었을 것이다. 현대에 이르러서..

지구 끝의 온실 (김초엽) - 자이언트북스

이후 참 오랜만에 만난 김초엽 작가의 신간이다. 밀리의 서재에서 디지털로 선 공개된 듯한데 밀리의 서재를 보지 않는 나에게는 이번 종이 책은 기다리고 기다린 책 중에 하나이다. 은 김초엽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다. 이라는 알 것 같은 제목에 약간 김이 새는 느낌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김초엽만의 문장으로 이야기를 만들어갈 수 있을 거란 기대도 있었다. 지구는 어느 그린 테크 기업의 잘못으로 온 세상이 로 덮여버리고 세계는 라는 것을 만들어서 이기적인 삶을 연장해 간다. 살기 위해서 로 달려드는 인간을 죽이고 에 내성이 있는 인간들에 대해서 생체실험을 서슴지 않는다. 죽음 앞에서 인간은 얼마나 쉽게 명분을 만들고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게다가 가 해결되어 원래가 지구가 되었을 때에..

(서평) 깜짝 놀랄 이유가 있어서 진화했습니다 (이마이즈 다다아키) - 북라이프

이유가 있어서 멸종했습니다를 너무 좋아하는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이번에 새로 나오게 된 깜짝 놀랄 이유가 있어서 진화했습니다 의 서평을 신청하였고 북라이프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게 되었다. 사실 이 책 전에 이유가 있어서 진화했습니다 라는 책이 있어서 인지 "깜짝 놀랄"이라는 단어를 더 붙였다. 이마이즈 다다아키의 "이유가 있어서~" 책은 재미나게 잘 엮여서 있어서 아이들이 정말 좋아한다. 호기심을 끌 만한 내용들이 잘 이어져 있다. 이 전 책에 비해서 책 커버가 조금 아쉬웠지만 책 속 내용은 여전한 퀄리티를 자랑하기 때문에 책을 받자마자 아들이 단숨에 읽어 버렸다. 정말 생각지도 못한 진화의 흔적들을 삽화들을 비교하며 설명해줘서 이해하기에도 너무 좋았다. 이 책은 1장에서 너무 많이 변해버린 ..

(서평) 나의 특별한 친구, 문어 (이사벨 마리노프, 크리스 닉슨) - 노란돼지

아스퍼거 증후군(자폐증)을 가진 친구가 문어 마야와 친구가 되어 나누는 감동적인 이야기를 감수성 예민한 아들과 읽어보고 싶었다. 이 책은 노란돼지 출판사에서 지원을 받아 읽어볼 수 있게 되었다. 사람들과이 관계에서 감정을 제대로 읽어내는 것이 어려운 이런 친구들은 소통에 어려움이 있다. 그런 특별한 특징을 가진 레오가 문어인 마야를 보며 소통하는 법을 표현한 동화이다. 문어 마야는 자신의 감정을 몸의 색으로 나타낸다. 레오는 그런 마야의 기분을 너무 잘 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야의 기분을 모른다.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보통의 인간도 서로의 감정을 알아채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소통은 자신의 마음을 얘기하고 상대의 말을 잘 들어주는 것이다. 우리도 문어처럼 솔직해도 살아가는데 지장이 없다면 조..

내 생의 마지막 다이어트 (권여름) - &(앤드)

몸매와 얼굴같이 외형적인 요소가 그 사람을 판단하는 게 되는 것은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이성에게 호감을 사고자 하는 본능과 같다. 하지만 그 정도가 지나쳐 외모지상주의는 지나칠 정도이고 몸매라는 것이 그 사람의 근면성과도 연관 짓는 시대에 살아가고 있다. 몸무게와 자존감의 반비례 관계 속에서 당당히 자신의 삶을 살아갈 것을 얘기하는 이 책은 넥서스 경장편 작사상 대상 작품이며, 넥서스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작품은 가 운영하는 단식원 내의 에피소드들로 이뤄져 있다. 그 곳에는 살찐 몸매로 인해 세상에서 상처 받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피난처 같은 곳이고 그들이 세상에 당당해지기 위한 훈련을 하는 곳과도 같은 곳이다. 는 그들에게 빛과 같은 존재였지만 결국엔 넘어서야 할 존재이기도 하다. 라는 ..

(서평) 어부들 (치고지에 오비오마) - 은행나무

맨 부커상 파이널리스트이면서 세계 여러 문학상을 차지한 치고지에 오비오마의 신작 은 은행나무 출판사로부터 지원을 받아서 읽어볼 수 있게 되었다. 수채화로 어부를 그린 커버는 너무 고급스러웠고 암울한 가족사가 끝나고 비로소 한발 내딛는 가족들의 출항을 응원하듯 책의 말미에 내용과 이어져 있었다. 사실 책 속의 주인공의 아버지는 를 굉장히 진취적인 의미로 사용한다. 비극이 일어나고 나서도 새로운 희망을 위해서 여전히 를 사용한다. 라는 것은 비극 속에서도 마지막까지 헤쳐나가야 하는 희망과 숙명의 것인 것 같았다. 아프리카 소설은 아마 처음 읽어보는 것 같다. 익숙하지 않은 문화여서 그랬는지 최근 몸이 많이 피곤해서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책 초반에는 쉬이 읽히지 않았다. 우선 글 속에 섞여 있는 이보어(*..

오줌이 찔끔 (요시타케 신스케) - 위즈덤하우스

오줌이 찔끔하는 아이의 말 못 할 사정에 대해서 얘기한다. 자신과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찾아 나서는 아이는 세상에는 누구나 하나쯤은 자신만의 고민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그리고 자신과 같은 고민을 가진 사람의 소중함도 알게 된다. 우리도 오줌 찔끔하는 아이처럼 말 못 할 고민을 하나쯤은 가지고 살아가고 있을 거다.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을 만나면 더없이 반갑고 안심이 되며 상대의 소중함마저 느끼게 된다. 최근에 사람들의 고민을 나누지 못하고 입을 다물게 되면서 우리는 책이나 웹에서 마음을 나눌 것을 찾으려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에세이의 강세가 두드러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세상은 조금 더 살만해질 텐데. 개인들은 점점 ..

만약의 세계 (요시타케 신스케) - 주니어김영사

가벼운 그림과 간단한 문장에서 풍기는 철학적인 내용이 매력인 요시타케 신스케의 는 살아보지 못한 또 다른 세계에 대한 생각과 후회를 얘기하지만 그것마저도 자신이 살아가는 세계와 다르지 않은 세계이며 내가 살아가는데 중요하다는 것을 얘기한다. 두 세계는 그 나름의 가치가 있고 두 세계는 나라는 존재로 이어져 있으니 어느 한쪽에 치우지지 말고 천천히 즐겁게 만들어 가자라는 내용이다. 굉장히 심오한 질문이지만, 받아들이는 것은 개인의 몫일 것이다. 어린아이가 느끼는 것과 부모가 느끼는 느낌은 분명 다를 거다. 요시타케 신스케의 책은 늘 그렇다. 자신만의 세계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게 해 준다. 힐링이 필요하다면 어린아이들의 책이 어른에게도 필요한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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