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회의 575호의 화두는 '큐레이션의 시대'다. 나는 Know-How의 시대 태어나 Know-Where의 시대를 관통했다. 그리고 지금은 그것마저 없애려는 시대를 마주하고 있다. 머릿속에 지식을 넣고 살았던 시절에는 오래 산 이의 지식이 곧 지혜였다. 노인들은 존경받을만했다. 글이 생기고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우리는 지식이 어디에 있는지 아는 것이 중요해졌다. 그야말로 '찾기'를 잘해야 하는 시대에 살았다. 이제는 AI와 빅데이터로 인한 수많은 추천 알고리즘으로 우리는 '추천'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지식의 양이 방대할수록 취사선택의 문제는 중요해졌다. 책만 해도 그렇다. 읽어야 할 책이 백과사전과 세계문학전집뿐이었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한국에서만 일 년에 6만 7천 권이 쏟아져 나온다. 세계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