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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서평+독후감)/인문 | 철학 76

(서평) 예술의 힘 (마르쿠스 가브리엘) - 이비

현대를 이끌고 가는 것은 과학적 '환원주의'다. 그 근간에는 자연주의와 구성주의가 있다. 인간의 의식과는 상관없이 존재는 실재하며 실재는 하나의 것으로 환원될 수 있으며 그것은 과학으로 가능하다는 것이다. 사실보다 그것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지금의 생각들이 사회, 정치와 맞물려 인종주의, 포퓰리즘 등을 양산하고 지금의 문제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며 저자는 '신실재론'을 주장하고 있다. 신실재론은 어떻게 보면 현대의 문제에 대한 도전이며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어느 시대보다 막강한 자연주의를 넘어야 하지만 이런 도전은 긍정적이지 않을까? 자연주의와 구성주의라는 두 주류에 대항하는 신실재론이 강종하는 예술의 급진적 자율성을 다루는 이 책은 이비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서평) 얼굴 없는 인간 (조르조 아감벤) - 효형출판

우리는 새로운 세상에 대해 '뉴 노멀'이라고 칭하며 빠르게 따라잡아야 하는 것을 강조하곤 한다. 패러다임의 변화는 강자가 약자가 될 수도 있는 시련의 시기이기도 하면서도 단번에 역전을 할 수 있는 기회의 시기이기도 하다. 위기가 기회인 것은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고 또 알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 팬데믹은 어떨까? 진보를 위한 '뉴 노멀'일까? 지금까지의 결과를 보면 그렇게 긍정적으로만 볼 수도 없다. 팬데믹에 대해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현상들에 대한 반박. 음모론자로 몰릴 수밖에 없는 세상이 되어버렸지만 우리에게 질문을 과감하게 던지는 이 책은 효형출판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전염병은 항상 있어왔고 또 계속해서 발생할 것이다. 인간은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해 가고 있고 이제껏 만나지 못한 생명체와 만나..

(서평) 저항할 권리 (조르조 아감벤) - 효형출판

현대에 철학은 있어도 철학자는 없다는 말이 있다. 철학의 자리는 과학이 차지했고 빠르게 변하는 사회는 철학의 사유와 깨달음을 기다리지 않는다. 과거 위대한 철학자의 것들을 현대에 맞게 끼워 맞춰 가며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럼에도 철학서를 찾는 사람의 수는 점차 늘어가는 것 같다. 지금의 시대에는 인문과 철학이 필요하다고 소리 높이는 사람들도 많다. 빠른 과학의 발전 속에서 인간마저 인간이길 고민하는 생각을 내려놓는 비인간화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저자는 그런 것들에 저항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팬데믹 시대. 보건이라는 명분으로 법률을 넘어서는 통제를 가하고 있는 시대가 되었다. 공공의 이익을 위함이겠지만 그 자체로서 이미 야만적인 결정이라고 얘기하는 이 책은 효형출판의 지원으로..

(서평) 방구석 뮤지컬 (이서희) - 리텍콘텐츠

뮤지컬을 처음 보게 된 건 였다. 아내와의 훌륭한 데이트를 위해 나름 VIP석에서 관람했다. 당시에도 지금도 영화에 그렇게 취미가 없던 나는 , 등을 보러 다녔던 아내에 비하지 않더라도 그야말로 입문자였다. 공연이 시작되고 세트가 움직일 때까지만 해도 별 감흥이 없었지만 주연을 맡았던 김선경의 첫 소절을 듣자마자 소름이 돋았다. 사람들이 왜 라이브를 보러 그렇게 큰돈을 주고 오는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지방에서 뮤지컬을 접하기란 쉽지 않다. 덕분에 티켓 경쟁도 심하다. 그 뒤로 인연이 닿은 작품은 였다. 대중들에게 익히 알려져 있는 30편의 뮤지컬. 그것들의 줄거리와 주요 가사들을 담은 이 책은 리텍콘텐츠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책 속에는 익히 들은 뮤지컬들이 자주 등장하고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

(서평) 사물의 소멸 (한병철) - 김영사

정보화 시대를 지나 엄청난 속도로 연결되는 사회에 진입하였다. 그런 사회 속에서 우리는 또 빠르게 단절되어 간다. 이번 팬데믹은 개인이 연결과 단절의 모순적인 상황이 동시에 존재할 수 있음을 알려주었다. 그야말로 양자역학의 세상에 사는 우리의 웃픈 모습이다. 메타버스라는 가상의 세상은 빠르게 확장되어 간다. 디지털은 많은 사물을 데이터로 만들어 사라지게 만든다. 많은 사물들은 '반려-'를 접두어로 붙여가며 겨우 우리 곁에 머무른다. 사물은 소멸하고 인간은 단절된다. 디지털화된 세상에서 우리가 관계나 소유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담은 이 책은 김영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사실 이 책은 굉장히 친절하지 못하다. 급격하게 변하는 세상에서 철학의 역할의 끝을 잡으려고 하는 것인지 그 자체로 성찰인지는 잘..

(서평) 현대 철학의 최전선 (나카마사 마사키) - 이비

이 책을 덮은 지금 내 머릿속은 핑핑 돈다. 복잡한 미로 속에서 빠져나온 기분이다. 책은 철학자의 단편적인 부분을 발췌해서 알기 쉽게 얘기해주질 않았다. 마치 철학을 하려면 이 정도는 각오해라는 느낌이 강했다. 수많은 철학자와 함께 등장하는 엄청난 수의 철학 이론들을 정의와 비판을 오고 가다 보면 내가 지금 누구의 얘기를 듣고 있는지 종잡을 수 없다. 그만큼 이 책은 철학에 진심이다. 현대에서 회자될만한 철학들이 싸우고 있는 이론과 논거, 반박을 끊임없이 제시한다. 그야말로 전쟁의 최전선처럼 치열하다. 스스로 철학하고 싶은 사람에게 욕망을 환기시키려는 목적으로 작성되고, 철학적 원론으로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그야말로 제대로 된 개론서라고 할 수 있는 이 책은 이비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과학..

유한 게임과 무한 게임 (제임스 P. 카스) - 마인드빌딩

게임에는 결말이 있는 유한 게임과 끝이 없는 무한 게임이 있다. 유한 게임은 게임을 끝내기 위해 하고 무한 게임은 게임을 끝내지 않기 위해서 한다. 우리는 인생이라는 무한한 게임을 하고 있다. 그 인생 또한 어느 무한한 게임 속에 잠시 참여했다 퇴장하는 한 명일 것이다. 누가 언제 시작했는지도 모르고 몰라도 상관없다. 게임이 언제 끝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저 게임이 지속되길 노력하며 즐기면 된다. 하나의 타이틀을 보고 경쟁하는 유한 게임 대신에 게임이 지속되길 위해 플레이어들과 연대하고 다른 플레이어들의 가치를 재창조해가며 다음 플레이어로 넘겨주는 무한 게임은 나를 나로 있게 하는 중요한 가치가 된다. 유한 게임과 무한 게임은 모든 플레이어가 스스로 원해서 플레이를 한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사뭇 다르다...

인간 불평등 기원론 (장 자크 루소) - 문예출판사

철학의 진한 향기에 취한 듯 탄성을 지르며 읽어 나갔다. 문제 제기 그리고 확신에 찬 문장들은 얼마나 많은 사유 뒤에 따라오는 결과인지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당대 최고의 학자들이었던 홉스, 루크 그리고 마키아벨리 더 나아가 그리스 철학자까지 불러들여 기존의 것에 대해 반문하고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는 작업을 눈앞에서 보고 있으니 즐겁기까지 했다. 이것이 철학의 재미인가 싶다가도 누구의 책을 읽었어도 이런 감정일까?라는 생각도 잠시 들었다. 이재형 역자는 루소를 굉장히 심오하게 연구하신 분인 것 같다. 문장에 빨려 들여가는 나를 본문보다 많은 주석으로 많은 것을 알려 주었다. 루소가 낸 책 보다 역자가 쓴 해설문이 훨씬 길만큼 책이 구성되어 있다는 것으로도 역자가 루소에 얼마나 진심인지 알 것 같았다...

(서평) 알아두면 쓸데있는 유쾌한 상식사전 : 우리말 우리글 편 (조홍석) - 트로이 목마

자신을 지식 큐레이터라고 얘기하는 작가는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오리지널을 '가리지날'로 정의하고 여러 가지 재밌는 얘기를 해준다. 이 책은 시리즈의 6번째 책으로 우리말 우리 글이라는 카테고리로 나누고 있지만 우리의 것에서 시작해서 종횡무진 전 세계로 펼쳐져 간다. 현재와도 연결되어 있는 재밌는 사실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현재에 이슈에 올라 있는 말들의 기원을 찾아서 고대부터 현대까지 그리고 한국에서 일본, 중국 심지어 서양까지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흥미로운 이야기는 트로이목마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살다 보면 의미가 변해서 최초의 의미와 다르게 사용하기도 하고 전혀 다르게 이해하기도 한다. 말은 그렇게 시대를 거치며 변해 간다. 동시에 일제 침탈을 겪은 우리에게는 우리말과 글을 ..

(서평) 눈물 한 방울 (이어령) - 김영사

88세의 나이로 작고하신 고 이어령 작가의 인생 마지막 작품집이다. 키보드를 누를 힘이 생기지 않아서 다시 펜을 쥐고 글을 작성하는 모습에서 생의 마지막에서까지 글을 놓지 못하는 문인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죽음의 앞에서 새로운 것을 깨닫고 지나온 삶을 반추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내일 아침이 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안녕" "잘 자"라며 혼자 인사말을 스스로에게 건넨다. 피와 땀으로 이뤄진 역사 속에서 남을 위해 흘릴 눈물 한 방울의 소중함을 얘기하는 이 책은 김영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지난 코로나를 겪으며 자유와 평등을 외치던 서양 문명의 민낯을 보게 되었다. 그와 동시에 그는 죽음 앞에 서 있었다. 걷기가 힘들어지고 소변조차 쉬이 나오지 않는 순간에도 감각을 더욱 많이 느끼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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