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을 주저하고 일을 미루기만 하는 것은 많은 사람들의 고민이다. 지금 당장 시작해라고 얘기하지만 잘 되질 않는다. 머릿속은 오만가지 생각으로 가득 차고 또 아무 일이 없다는 듯이 그날의 다짐은 사라진다. 우리는 이제까지 미룸을 단지 의지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단순한 의지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럼에도 해결책은 본인의 의지일 뿐이다. 자기비판적 사고에서 벗어나 긍정적으로 노력해 보자.
미룸이라는 하나의 행동 패턴을 심리학적으로 풀어내고 있는 이 책은 시크릿 하우스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우리는 순간순간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할 것인가 말 것인가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문제일 수도 있고 때로는 치명적인 문제가 될 수도 있다. 결과를 뻔히 알면서도 미루기도 한다. 미루는 것은 단순히 이성과 의지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미루기에는 능동적 미루기와 수동적 미루기가 있다. '이것만 하고 해야지.'는 수동적 미루기다. 꼭 미루려는 의도는 아니지만, 시간을 계속 흘려보낸다. '압박감을 느껴야 능률이 더 오른다.'는 능동적 미루기다. 실제로 능동적 미루기는 높은 집중력을 가져다 주지만 일정 때문에 불만족스러운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 보통의 일이다.
미루는 일은 누구나 한다. 하지만 모두가 미루는 것 또한 아니다. 미루기가 얼마나 습관화되어 일상에 해로운 영향을 미치는지가 중요하다. 미룬다고 쉬는 것도 아니다. 중요하지 않은 일을 하며 모든 것은 바쁘고 시간이 없다고 합리화한다. 중요한 일을 미루고 재밌는 일로 채워 넣는다. 수많은 체크 시트를 확인하고 자기만족한다. 하지만 해야 할 일보다는 미루기를 더 많이 했을 뿐이다.
미루기는 결국 우리 뇌와 연결되어 있다. 처음 겪는 환경, 불확실한 환경에 대한 뇌의 저항이다. 좋아하고 재밌는 일을 미루는 사람은 없다. 결국 미루게 되는 일은 힘들고 어려운 일인 경우가 많다. 그리고 불편한 감정은 회피해야 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상황을 벗어나려는 미루기는 심리학적인 문제다.
인간의 미래를 그리는 능력은 인간 발전에 큰 공헌을 하였지만, 반대로 두려움 울 만들었다. 나에게 일어나지 않은 수많은 경험과 감정은 그저 추상적인 것일 뿐인데도 인간의 이런 능력은 저항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잘못된 미루기로 인한 감정적 금전적 피해는 자기 비하로 되먹임 된다.
우리 뇌는 시간을 가늠하는 것에도 소질이 없다. 어떤 일을 끝내는 데 드는 시간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다. 때로는 소요되는 시간을 간과하여 빠듯한 일정을 만들기도 하고 너무 과하게 어림잡기도 한다. 손님이 오기 10분 전에 요리를 시작하는 것과 5분 걸릴 일을 20분이나 걸릴 거라 생각하고 포기하는 것 사이에는 결과론적으로는 차이가 없다.
미루기의 대표적인 핑계는 '완벽한 타이밍'을 재는 것이다. 하지만 완벽한 타이밍은 없다. 시기가 적절하지 않더라도 실행에 옮겨야 한다. 또 다른 핑계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다. 실패에 대한 우려는 불확실성에서 오는 두려움이다. 그 외에는 우울증처럼 에너지가 부족한 경우와 ADHD처럼 산만함 때문에 생기기도 한다.
우리 뇌가 단기적 행복에 집착하는 것은 예상 가능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인생의 중요한 일들은 대부분 장기적 과제이며 이것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것을 예측 가능한 수준으로 바꾸는 노력은 필요하다. 과제를 세분화하고 과제를 이뤘을 때의 미래를 상세히 그리면서 부정적인 심리를 줄여간다. 체력은 모든 정신활동의 밑바탕이 되므로 충분히 쉬는 것도 중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을 제대로 바라보는 것과 비하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미루기를 해결하려면 '심리적 저항', '감정'을 극복해야 한다.
'간절히 원하면 이뤄진다.'라는 말이 있다. 간절히 원한다는 것은 자신의 미래의 모습에 대해 자세하게 상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 나도 어느 서점 앞에서 사인회를 하는 모습. 북 토크를 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기도 한다. 그런 모습이 구체화될수록 나는 어떤 사람이고 싶고 어떤 모습이고 싶은지를 알아갈 수 있다. 이런 작업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 경로를 정하는 것에도 중요하지만 지겨운 장기 프로젝트를 이끌고 갈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되기도 한다. 인간에게 꿈이라는 인생의 나침반 같은 것이라 뭔가를 알려주진 않지만 방향만은 명확히 가르쳐 주기 때문이다.
미루지 않으려면 즉시 하는 것이 중요하며 하는 것을 유지하려는 것도 중요하다. 인간은 습관을 만들려면 짧게는 20여 일부터 길게는 200여 일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저 시간만 보낸다고 습관이 되질 않는다. 진지하게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주의력을 향상해야 한다. 미루기는 뇌에서 찰나에 결정해버리기 때문에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인지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 또한 필요하다. 여러 방법 중에 타이머를 사용하는 것이 좋았다. 즐겨 쓰던 방법이기도 했다. 타이머는 내가 행위를 하고 있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인지하게 만들어 준다. 중간중간에 자극이 생겨도 행위를 유지하고자 하는 의지로 집중력을 더 유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결국 마무리 짓는다는 것을 느껴보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끝낸다는 건 시작하는 것보다 힘들다. 모든 행위의 종착점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판단했느냐의 의미도 되기도 한다. 빠르게 진도를 빼고 중간에 빠지는 업무가 주된 일이어서 나도 그런 '마감'의 행복을 느껴본 것은 정말 오래 걸렸다. '철수해도 좋습니다'라는 말을 들으려고 얼마나 오랜 시간을 기다렸는가라며 회고를 한 정도였으니, 그날의 감정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 외에도 도전하며 마무리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정상을 올라본 사람이 산을 더 끈질기게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받은 책이지만 정말 알차게 담겨 있었다. '어, 이거 내 얘기잖아'라는 생각을 몇 번이나 했다. 한 권의 책으로 미루기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얘기한 작가의 태도도 좋았다. 미루는 것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그 행동에 저항하는 감정의 이유를 찾아내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부정적인 감정을 긍정적으로 만들어낼 때 미루기는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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