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서평+독후감)/심리학

(서평) 오늘도 시작하지 못하는 당신을 위해 (윤동욱) - 한빛비즈

야곰야곰+책벌레 2022. 8. 25.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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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벽한 사람이라는 것은 곁에 두면 숨 막혀 보이질 모르겠지만 조금만 멀리 두고 보면 동경의 눈빛으로 바라볼 수 있다. 그들이 하는 노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속속들이 알 수는 없겠지만 쉽게 그렇게 되진 않았을 거라 막연한 감각은 가지고 있다. 지금도 서점에는 인터넷에는 그 대단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널려 있고 지속적으로 나온다. 완벽하다는 것을 우리는 좋은 의미로 많이 쓰곤 한다. 하지만 완벽함이라는 것은 더 넓은 의미로 쓰일 수 있다. 완벽하게 게으르다던지. 완벽하게 아무것도 안 한다는 것도 완벽하다고 할 수 있다. 단순한 말장난일까?

  완벽하기 위해서 자신을 놓아주질 못하는 사람, 완벽해야 하기 때문에 시작조차 할 수 없는 사람. 그런 심리 상태를 살피고 알려주는 이 책은 한빛비즈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사람들은 자신이 잘하지 못하는 것을 드러내는 것을 잘하지 못한다. 그것은 나이가 들수록 더 심해진다. 나이가 들어도 처음 배우는 것은 잘할 수 없다. 그럼에도 초심자라는 딱지는 의외로 큰 장벽이다. 나의 경우도 그런 점이 있다. 그렇다고 시작을 두려워하는 편은 아니다. 단지, 어느 수준에 이르기까지 홀로 고공 분투하는 형이다. 어느 정도 하게 되었을 때 나를 드러낸다. 잘하고 싶은 이 마음은 책은 완벽주의라고 한다. (그럼에도 다른 사람에게는 권하지 않는 편이지만..) 무언가 내 마음대로 안되면 초조할 때가 있기도 하고 프레젠테이션에서는 늘 긴장하여 숨이 가쁘다. 여러 번 읽고 고쳐 쓰는 게 가능한 글을 더 사랑하는 나는 완벽주의자가 맞기도 한 것 같다.

  완벽주의에는 '순기능 완벽주의'와 '역기능 완벽주의'가 있다. 자신 안의 기준을 가지고 꾸준히 완벽을 향해 가는 성향을 가진 모습을 순기능이라고 말할 수 있고 완벽한 모습에 압박을 받아서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하는 것을 역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완벽주의의 가장 이상적인 모습은 '최적주의자'라고 불리는 안정형 완벽주의자가 되는 것이다. 타인에게 완벽해 보이려고 하지 말고 자신이 만족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완벽주의를 굳이 구분해 보면 회피형, 감독형, 자책형, 안정형이 있다. 굳이 설명을 덧붙이지 않아도 단어 그 자체가 모든 것을 얘기해주고 있다.

  한국인들은 어떻게 보면 모두 완벽주의에 가깝다. 어려서부터 그런 교육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될지 안될지는 스스로가 노력하고 판단해야 하는데 계속해서 부모의 잣대로 선생의 잣대로 들이댄다. 스스로가 완벽의 감옥에 갇히는 것도 심각하지만 주위에서 완벽을 뒤집어 씌우려 하는 것도 완벽주의의 부정적인 모습이다. 매드클라운과 샵건이 함께 부른 <비행소년>의 가사 중엔 이런 가사가 있다.

뛰었네. 떨어지든 날던 일단은 뛰어야지. 넘어지건 말건
내가 넘어지건 말건 세상은 날 가르쳐

뛰길 포기하고 넘어지는 방법

  넘어질 자유도 어떻게 보면 인권이다.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아물고 새 살은 돋아난다. 치명상을 입을 만한 행동에 대해서 걱정하고 조언해줄 수는 있지만 지금의 시대 우리는 쓸려서 생긴 작은 상처조차 걱정한다. 어깨에 생기는 자그만한 주사 자국을 걱정에 발바닥에 주사를 맞을 만큼 외모에도 완벽주의가 깃든 건지도..

  완벽주의에서 가장 큰 문제는 번아웃이다. 이상적 자아를 쫓아가는 것은 모든 성장의 동력이지만 이상적 자아를 범접할 수 없는 수준으로 설정해 두면 너무나도 성실한 자는 지치게 되고 회피하는 자는 포기하게 된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것은 번아웃이 아닐까 싶다. 번아웃이 너무 열심히 일해서 지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보통인데, 번아웃은 정신적 문제이지 육체적 문제는 아니다. 하루 푹 자고 나면 털어낼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번아웃은 정서적 탈진, 비인격화, 성취감 감소가 모두 만족되는 상태다. 쉽게 말하면 의욕이 사라지고 자신을 비난하거나 업무를 냉소적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더 나가 일을 해도 성취감이 생기지 않게 된다. 높은 이상을 향해 너무 열심히 달리면 이내 지칠 수밖에 없다. 성공의 열쇠는 지능이 아니라 멘탈이라는 것도 알 수 있다. 더불어 전력 질주하는 것은 아마추어고 프로는 항상 80%의 에너지만 쏟는다는 말의 의미도 알 수 있다. 인생은 길고 우리는 열정이 넘치지 않게 멘털에 금이 가지 않게 조절해야 한다. 그렇게 뛰다 보면 멘탈도 자연스레 강해져서 조금씩 더 빠르게 뛸 수 있게 될 것이다.

  모든 정신적 문제의 해결은 '너 자신을 알라'로 시작된다. 아들러는 이것을 '자기 수용'이라고 했다. 그리고 자신을 정확하게 이해하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과 그에 대한 자신감도 생긴다. 이를 '자기 효능감'이라고 한다. 자신의 능력을 너무 과소평가하게 되는 '가면 증후군'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세상의 일은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고 했다. 원래는 출세를 못한 억울함을 따지러 옥황상제에게 간 사람이 운명의 신과 정의의 신이 술내기를 하는 모습을 보곤 7:3으로 운명의 신이 이기더라는 설화에서 유래되었다. 운이 7할이요 재주가 3할이라는 이 말은 부정적으로 보면 운이 없어 실패한 것이고 긍정적으로 보면 운 덕분에 성공한 것이다. 또 다르게 보면 3할의 재주가 없었더라면 운이 9할이든 성공할 수 있었겠느냐는 얘기도 할 수 있다. 나는 그냥 '운이 7할이고 기세가 3할이니 기세 좋게 시작하자'라는 것으로 사용한다.

  완벽주의는 좋은 성향이다. 세상에 이름 좀 알린 인물들도 모두 그러하고 가까이는 회사내 고성과자들도 그러하다. 하지만 그들은 스스로가 완벽주의인 것을 알아야 하고 그것을 강한 동력으로 사용하되 지치지 않게 컨트롤해야 한다. 이 책은 그런 면에서 도움이 된다. 완벽주의를 인정하고 조금은 내려놓는 방법을 설명한다. 충분히 허술한 나는 물론 작성할 생각은 없지만 완벽의 틀에 갇혀서 힘들어하는 분들에게는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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