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러의 '개인 심리학', '용기의 심리학'이라고 불리는 학문을 한국에 알린 기시미 이치로 교수의 신작이다.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미움받을 용기>를 필두로 수많은 용기 시리즈를 집필했고 그 외에도 여러 권에 책을 출간했다. 이번 책은 아들러의 심리학 중에서도 성격, 즉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얘기를 정리해 두었다.
아들러 심리학 중에서도 '성격 심리학'을 기반으로 작성된 이 책은 생각의 날개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아들러는 프로이트와 그의 제자 융과 함께 3대 심리학자로 불린다. 아들러는 초기에 프로이트와 함께 연구하기도 했지만 추구하는 방향이 달라 각자 활동하기도 한다. 이때 한나 아렌트 등과 함께 활동을 하기도 했다.
아들러 심리학을 개인적으로 좋아하게 된 이유는 개인의 상태를 '과거'에 두질 않고 '현재'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프로이트나 융과 같이 '트라우마'를 중심으로 인과론적인 심리 상태를 얘기하다 보면 결국 과거에 원인이 존재하게 되는데 지나간 과거는 우리가 해결할 수 없다. 하지만 아들러는 현재의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 현재를 합리화하고 과거의 기억을 편집한다고 한다. 그래서 아들러의 심리학은 '목적론'으로 설명한다. 모든 행동과 기억은 지금의 내 상태, 나의 목적에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를 고치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너무 좋았다.
이 책은 많은 내용 중에서도 라이프 스타일에 집중한다. 라이프 스타일은 자신이 인지하지 못한 채 형성된 무의식의 목적에 가깝다고 보면 된다. 그중에 우리가 의식할 수 있는 부분이 성격으로 표출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행동과 기억은 라이프 스타일을 정당화하는데 맞춰지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열등감을 가진다. 열등감은 내가 그리는 이상적인 모습과 현재 나의 모습의 갭으로 우월성 추구의 동력이 되기 때문에 좋은 감정이다. 하지만 여러 부정적인 요소들이 개입하여 열등 콤플렉스나 우월성, 허영심, 질투 등이 생겨 난다. 이것은 모두 똑같은 원인에서 기인하지만 다른 방법으로 자신을 정당화하려 한다.
열등 콤플렉스는 비관적인 관점을 계속 투영한다. 자신은 이런저런 것이 모자라거나 할 수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식이다. 반대는 상대를 깔아뭉개면서 자신이 우월함을 드러내려고 하는 경우다. 모두 위태로운 상황임은 틀림없이 자신을 더 커 보이게 하려고 까치발을 언제까지 들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아들러 심리학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요소는 '자기 수용'과 '타자 공헌'이다. 자기 수용은 자기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자신을 여러 방향에서 바라보면 잘할 수 있는 것과 잘하지 못하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남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은 주고 도움을 요청할 부분은 요청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렇게 공동체에 기여를 하는 것이 '타자 공헌'이다. 하지만 꼭 무언가를 해야만 공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현대 사회에서는 생산성으로 인간의 가치를 매기곤 한다. 그래서 은퇴 후 많은 사람들이 괴로워한다. 하지만 인간은 그 존재만으로도 공헌할 수 있다. 갓 태어난 아기가 많은 사람들에 기쁨을 주듯 엄마의 젖을 빠며 서로에게 도움을 모습이나, 나이 든 어르신이 정정하게 자리를 지켜주는 것만으로도 든든하기도 한다. 인간은 존재만으로도 타자에게 공헌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바라보면 인간의 성격은 타자로부터 받기만 하려고 할 때, 타자에게 도움을 주면서 우월함을 뽐내려고 할 때 혹은 공동체에 기여를 못한다고 절망할 때. 결국 얽혀 있는 모습에서 자신의 모습을 만들어 낸다. 많은 이유와 핑계는 그것 자체를 거부하는 자기 방어이지만 사람들은 정당한 이유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트라우마의 경우도 그렇다. 물론 강렬했던 기억은 현재의 나를 보호하기 위해서 계속 나를 죄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어릴 때 동네 형들 그리고 동생과 함께 버스에 새총으로 겨눈 사건이 있었다. 나는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고 배워 모래 가루를 쏘았다는 진실을 내어놓았지만 버스에서 내린 아주머니는 너야 말로 범인이라고 몰아세웠다. 그리고 한동안 큰 흙덩이를 쏘았다고 이실직고한 동생의 이야기만 기억하고 있었다.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 그 사건으로 어머니께서 화를 내지 않으셨다는 점이 기억났다. 동생에 대한 분노와 억울함은 어머니의 믿음에 대한 감사로 바뀌었다. 과거는 현재의 상태에 따라 기억이 바뀌기도 한다.
아들러는 성격은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얘기했다. 그래서 아들러의 심리학은 육아 교육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아이들의 행동 패턴과 성격을 형성하는데 아들러 심리학을 이용한 학자들이 많았고 아들러 자신도 관심이 많았던 것 같다.
용기 시리즈 전부와 더불어 몇 권의 책을 추가로 읽은 나에게 특별히 추가된 내용은 없었다. 아들러 심리학을 또 다른 방식으로 묶어 정리하려는 시도로 생각되었다. 처음 보면 굉장히 도발적인 내용이 있을 수도 있다. 그래서 기존의 용기 시리즈부터 천천히 읽어오는 것이 좋을 것 같기도 하다.
오랜만에 만난 기시미 이치로 교수의 책이라 반가움 반 즐거움 반으로 읽었다. 쉽지는 않지만 성격은 바꿀 수 있다. 우리에게는 '용기'가 필요하다. 자각하지 못하는 인생의 목표를 깨트려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재설정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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