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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가 할인은 소비자와 생산자, 판매자 모두에게 좋은 걸까?

야곰야곰+책벌레 2022. 8. 18.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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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sentv.co.kr/news/view/618552

    '저희 마트보다 싼 가격을 찾으신다면 차액의 두배를 돌려드리겠습니다.' 한 동안 보아온 홈플러스의 광고였다. 물가가 요즘처럼 고공행진을 하면 사람들의 가격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진다. 출혈 경쟁이라고는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나쁠 것이 없다고 느낀다. 생산자나 판매자가 망하던 관계는 없다. 그런 업체들은 우후죽순 계속해서 생겨날 것이기 때문이다.

  최저가를 선점하려는 유통업계는 덩치를 키우고 규모의 경제를 몸소 실천한다. 대량으로 유통시키는 것이 비용 절감을 할 수 있고 생산자와의 거래에서도 유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얻은 많은 고객은 또 다른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출혈 경쟁의 책임을 생산자에게 수수료라는 짐으로 나누기를 강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경쟁은 결국 대형 마트가 아니면 살아남기 어렵게 되었다. 동네에 있던 슈퍼마켓들은 사라지고 있다. 어느 책에서는 결국엔 '아마존 CEO와 아마존 캐셔만 남을 것이다.'라는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했다. 우리가 좋아하는 책 또한 마찬가지다. 대형 서점에서 소비되는 경향이 강하다. 인터넷 쇼핑이 일상화된 지금은 그 현상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최저가 경쟁을 하는 또 다른 방법은 생산자와의 직거래다. 이것은 유통 과정에서 생기는 수많은 마진들을 제거할 수 있어서 좋다. 생산자 입장에서는 창업도 쉽고 비용도 크게 들지 않는다. 커다란 물류창고도 배송도 크게 신경 쓸 것이 없다. 하지만 신뢰성 있는 플랫폼이 없고 품질과 브랜딩 관리가 어렵다. 최근에는 인스타그램 같은 SNS 상에서 브랜딩을 시도하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노동자 - 기업 - 소비자'라는 고리 안에 갇혀 있기도 하다. 최저가로 구매한다는 것은 기업의 이익이 줄어드는 것이고 그것은 노동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 물론 회사의 이익 대부분을 직원에게 공평하게 나누는 회사는 드물다. 하지만 그냥 간단하게 보면 싸게 사면 임금이 줄어들고 비싸게 사면 임금이 늘어날 수도 있지 않을까? 경제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디플레이션 심리라고 하는데, 더 싸질까 봐 지금 못 사는 소비 패턴인데 이것은 결국 돈을 묶어서 경제를 얼어붙게 만들어 버린다. 일본은 이런 심리가 20년째 이뤄지고 있고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아베노믹스라는 양적 완화를 지속적으로 해도 돈은 은행으로 흘러들어 갈 뿐이다.

  판매단가의 압박은 결국 기업의 원가절감 압박으로 이뤄진다. 세상에는 싸고 좋은 물건은 없다. 가격에 맞춰서 제품은 적당히 맞춰진다. 소비자는 조금 부실한 제품을 기업은 기술개발에 투자할 밑천을 잃는 것이 될 수도 있다. 싼 것만 만들고 싼 것만 찾다 보면 결국 인건비가 가장 싼 나라로 기업은 이전하게 된다. 임금이 줄어드는 것을 넘어 일자리가 없어진다.

  마지막으로는 생산자를 유지시켜야 하는 경우다. 특히 생활필수품이나 식량에 대해서는 최저 금액을 설정해 두어야 한다. 미국의 경우에도 일정 금액보다 저렴한 가격에 농산물이 팔리면 그 차액을 정부가 다 매워준다. 물론 남부지역의 강한 정치력이 작용했을 수도 있지만 식량에 한해서는 싸다고 남의 것만 살 순 없다. 식량 주권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가 간 마찰이 생겼을 때 식량이 없으면 버틸 수가 없다. 지난 팬데믹 상황에서 선진국들이 제조업을 모두 중국에 의존하고 있어 의료물품을 구하지 못하는 것을 우리는 보았다. 최저가 경쟁에 몰리지 않도록 고사되지 않도록 잘 살펴야 한다. 우리는 여전히 식량 부족 국가이기 때문이다.

  이러쿵저러쿵 얘기해도 벌이가 빠듯한 우리 서민들은 최저가가 최고다. 그래서 정부의 부의 재분배 정책은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가 어려운 경제를 신경 쓰지 않아도 저렴한 것만 잘 쓰면서 살아도 많이 버는 곳에 많은 세금을 매겨서 중요한 곳에 투자될 수 있도록 잘 조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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