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나누는 것에도 관성이 있을까? 오랜 시간 혼자 지낸 사람들은 혼자 지내는 법에 익숙하다. 모든 결정은 나의 선택에서 나온다. 지인들의 사랑 얘기에 잠시 관심을 보였다가도 이내 시큰둥해진다. 오히려 연애 싸움에 아주 중립적인 카운슬러가 되기도 한다. 연애도 못해봤으면서 무슨 조언이냐 싶다가도 혼자서도 잘 살 수 있다는 일장 연설을 늘어놓으면 상대가 수긍하는 경우도 많다. '세상에서 내가 제일 중요해.' 어느 시대나 유행하는 말이다.
그런 면에서 친구는 좋다. 아주 오랜 시간이 흘러 다시 만나도 좋다. 에너지를 소비하며 챙기지 않아도 된다. 문뜩 생각날 때 연락해도 좋은 친구가 좋다. 에너지가 많이 소비되지 않기에 늘 중간쯤에서 조금 높은 긍정적인 심리 상태가 유지된다. 만나서 좋고 생각을 공유해서 좋다. 마음을 털어낼 수 있어 좋다. 친구는 그런 존재다.
'젊었을 때 연애 많이 해봐'라는 말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한 명으로서 연애를 꼭 해야 하는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대를 이어 번식해야 하는 책임감도 예전 같지 않고 세상에 즐길 것이 너무 많다. 사람들과의 관계는 정신없을 정도로 많아지고 깊은 공감은 꼭 이성을 통해서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살다 보면 자연스레 가까워지고 그러다 사귀고 결혼하게 될 수는 있지만 내 옆엔 애인이 있어야 한다던지의 필수 조건은 아니다.
꼭 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안 하려고 애를 쓸 필요도 없다. 인생에 이런 격한 감정 변화를 경험하기란 쉽지 않다. 나도 모르게 반해버리기도 하고 어느새 마음속에 들어와 있기도 한다. 혼자만의 시간이 시시해지는 경험도 할 수 있다. 이보다 강한 끌림을 경험해 보는 것은 태어나서 겪어볼 수 있는 최고의 희로애락이다.
유전자의 장난일지 모르지만, 사랑 그것이 주는 감동을 느낄 수 있다면 느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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