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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정어리의 웅변 (빌 프랑수아) - 레모

야곰야곰+책벌레 2022. 8. 13.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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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문학적인 제목을 가지고 있는 책은 사실 소설일 줄 알았다. 머리글을 읽고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정어리가 스토리의 키워드가 되겠구나 싶었다. 계속 페이지를 넘기다 보니 작가의 글과 함께 다분히 과학적인 생태학적인 얘기들로 채워지다 싶더니 꽤나 전문적인 내용이 쏟아졌다. 뭐지? 하고 저자 소개를 읽어보고 그제야 이해를 했다. 이 책은 과학 서구나.

  바닷속 생물들의 삶을 얘기하며 바다의 아름다움과 함께 바다와 바다 생물을 대하는 자세의 개선을 얘기하는 이 책은 레모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저자는 수산시장에서 만난 수많은 생선들로부터 막연한 두려움은 있었지만 해변가로 밀려온 반짝반짝 빛나는 정어리는 저자를 바다의 세계로 인도했다. 저자는 바다 생물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서 우리에게 바다 생물과 더불어 사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웅변하고 있어 정어리는 어쩌면 '항변'하고 있는 것일 줄도 모를 일이다.

  책은 저자의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바닷속으로 빠져 들고 다시 돌아오곤 한다. 모든 생명은 바다로부터 시작되었지만 인간의 몸은 유독 바다에 가깝다고 느낀다. 다른 동물처럼 털이 있는 것도 아니고 딱딱한 외피질이 있는 것도 아니다. 추위에도 외부의 공격에도 모두 취약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오히려 매끈한 피부를 가진 물고기들과 비슷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고래처럼 말이다. 

  우리는 엄청나게 복잡한 네트워크 속에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순식간에 서로의 얘기를 들을 수 있다. 하지만 바닷속은 더 복잡한 네트워크 속에 있다. 바다는 고요하고 모두 제각각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듯 하지만 바다는 우리가 듣지 못하는 얘기들을 가득 담고 있다. 수천 킬로미터를 떨어져 있는 고래들이 서로 얘기를 나눌 수 있고 물고기들이 바다 라에서 길을 잃지 않고 이동하는 것. 그리고 연어들처럼 자신의 살던 물의 냄새를 맡으며 돌아가는 것 모두 바닷속의 얘기를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말과 문자를 배우지 않았지만 그들은 인간들보다 복잡한 소통을 하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인간 이외의 생물들이 학습을 한다는 것은 이제는 사실로 인정하고 있다. 문어는 그중 대표적인 생물이다. 다만 알을 놓고 체력이 다한 어미가 죽어 지식을 전달할 수 없을 뿐이다. 인간은 학습이 주된 능력이 아니라 가르칠 수 있는 것이 주된 능력인 것 같기도 하다. 인간의 진화는 멈춘 지 오래지만 계속해서 발전할 수 있는 것은 지식의 저장과 공유 덕분이다.

  예전의 인간은 바다의 생물들과도 소통을 했다. 범고래와 함께 고래 사냥을 했던 에덴 항의 이야기뿐 아니라 동물들과 오랜 시간 함께 한 원주민들은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안다. 공생인지 길들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충분히 어울려 살 수 있다. 예전에는 필요한 만큼 사냥하고 또 그것을 나누고 했었는데 기술의 발달은 쌍끌이 그물처럼 필요하지 않은 것마저도 모조리 쓸어버린다. 규모의 경제는 효율과 합리로 포장되어 있지만 결국 '낭비가 이득'이라는 인식을 바닥에 깔고 있다.

  인간은 자연에서 황금을 놓는 거위를 여럿 가지고 있었지만 계속해서 그 배를 갈라 황금알을 빨리 꺼내려고 든다. 거위가 죽고 나면 더 이상 황금을 가질 수 없다. 얻은 황금으로 할 수 있는 것은 그렇게 많지도 않다. 우리는 이제 한계를 지키고 자연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인간이 먹이 사슬에서 벗어난지는 오래되었다. 식탁에 올려진 네모난 모양의 횟감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먹는다. 우리의 천적은 무엇이고 우리의 먹이가 무엇인지도 모른다. 이제는 먹이 사슬에서 우리의 위치를 알아야 한다. 그리고 필요한 만큼 취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살생에는 존중이 필요하다.

  바다는 여전히 모르는 것이 더 많다. 우주에 흩어진 태초의 빛을 읽으려고 노력하듯 우리는 바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바다는 여전히 우리에게 너그러울지 혹은 비명을 지르고 있을지도 들어야 한다. 저자처럼 '너네 지금 뭐 하는 거야'라고 항의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인간이 잠깐 자리를 비워주면 자연은 그 자리로 돌아온다. 과욕을 부리지 말고 자연이 돌아올 자리를 마련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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