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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덤 정치 (feat. 변상욱 쇼)

야곰야곰+책벌레 2022. 8. 11.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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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선 막판에 이재명 후보에 지지를 보냈던 개딸과 양아들의 지지는 지금도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는 가장 활동적인 기반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재명 의원을 보며 연일 팬덤 정치가 위험하다며 비판한다. 20대인 박지현 씨 또한 마찬가지다. 개인적으로는 같은 편끼리 이렇게 원색적인 비난을 하는 것도 이해가 가질 않는데, 지지자가 있어야 할 정치인들에게 팬덤이 있다는 게 무슨 문제가 되길래 저렇게 연일 떠들고 있을까 싶었다. 팬덤을 비난하고 나오는 길에 자신의 팬의 환호성에 활짝 웃는 설훈 의원의 모습에서 내 팬덤이 아니면 문제가 되는 건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 정치에서 '팬덤'을 얘기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은 노무현 대통령이다. 대선 기간에 불었던 노란 물결의 '노사모'는 정치 역사상 가장 기억될만한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팬덤의 역사는 그보다 훨씬 길다고 한다. 국민 80%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여운형 선생이나 김구 선생에게도 팬덤은 있었다. 그 두 분이 흠모했던 도산 안창호 선생에게도 팬덤은 있었다고 얘기해야 할 수도 있다.

  팬덤이 생성되려면 '동질성'이 있어야 한다. 정치적인 지향점 또한 같아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터트려 줄 트리거가 있어야 한다. 팬덤은 숭배와는 의미가 조금 다르다. 박정희나 이승만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 사람'이 좋은 것이다. 그 사람의 지향점이나 원칙이 좋은 경우는 드물다. 그러면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에는 조금 특별하다.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수난과 권력의 실세로 다시 우뚝 서는 모습에서 지지자들의 트리거를 움직였다.

 

  사실 팬덤은 보수 진영에서 생기기는 어렵다. 보수의 기본 원칙은 <유지>다. 체제의 안정이 그들의 신념이기 때문에 가슴을 끌어 오르게 할 무언가가 생길 수 없기 마련이다. 사람들의 마음은 그저 잔잔할 뿐이다. 김영삼 대통령과 이명박에게 팬덤이 없는 것이 그런 이유다. 

  노무현 대통령에게는 굴곡진 삶과 '사람 사는 세상'이라는 대원칙이 존재했다. 3당 합당에 당당히 반대를 했고 불모지인 부산에서 내리 낙선했다. 그의 공터 유세 장면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열광할 수 있는 원칙과 그가 살아온 길은 사람들에게 트리거가 되었다. 그리고 죽음으로 내몰리면서 사라지지 않는 부채감을 남겼다. 노무현의 팬덤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부채감은 문재인 대통령으로 넘어갔다. 국정농단 후 들어선 정부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시작되었다. 그리고 끝까지 빠지지 않은 지지율은 노무현 대통령의 절차를 밟지 않겠다는 지지자들의 강한 부채감이 작용했다. 문재인 대통령 본인도 측근들도 노무현 대통령의 전처를 밟지 않기 위해서 아주 보수적으로 움직였다. 이런 모습은 답답함으로 이어졌고 많은 지지자들을 떠나보내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지난 대선은 최초로 국민들의 부채감이 없는 후보들의 대결이었다. 후보의 대원칙에 압도되고 지지하고 끌려가던 지난 시절과 다른 '저 사람이 나에게 무얼 해줄까?'라는 문제가 더 중요해졌다. 윤석열 후보는 국정농단으로 스타 검사가 되어 있었고 이재명 후보는 유능했지만 날 선 발언으로 그리고 경선 때의 내부 공격 등으로 악마화 되고 있었다. 핍박받던 스타 검사의 팬덤은 당선과 함께 사뭇 다른 이미지로 인해 팬덤이 소멸되어 버렸다. 이재명 후보는 다른 의미로 팬덤의 트리거가 작동하게 된 것 같다.

 

  그런데 팬덤이 왜 문제가 될까? 이것은 팬덤 문화가 변했기 때문이다. 부채감과 비전으로 이끄는 곳으로 함께 가겠다던 예전의 팬덤과 다르다. 지금의 팬덤은 내가 원하는 일을 해줄 사람을 찾는다. 지금은 그것을 가장 잘 해낼 사람이 이재명 의원인 것이고 이 팬덤은 언제든지 옮겨갈 수 있다. 지금의 팬덤은 자신의 의견을 당당히 얘기하고 피력하고 압박한다. 지지자를 끌고 다니고 싶었던 정치인들에게는 아주 곤란한 상황이 된 것이다. 이 거대한 팬덤은 이제 당의 모습도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바꾸라고 요구한다. 민주당이 팬덤에 질색팔색 하는 이유이기도 한 것이다.

  기득권을 내려놓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시대는 변해 간다. 우리는 지금 대의 민주주의를 하고 있지만 네트워크의 발달로 인한 가공할만한 연결성은 팬덤이라는 이름으로 직접민주주의로 나아가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내가 뽑은 정치가를 감시하고 직접 컨트롤하려 한다. 민주주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좋은 방향인 것 같다. 이 변화를 빠르게 캐치해서 문자 폭탄 같은 부정적인 것이 되지 않게 빠르게 인터넷 광장을 열고 원칙을 세워 그 속에서 민주주의를 세워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이었다면 바로 캐치했을 텐데.. 요즘 정치인들은 예전 정치인들보다 더 권력 집착형이고 게을러 보인다. 

  팬덤은 밀려오는 파도다. 누가 그 물을 제대로 가둘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 내 권력에 집착해서 그 물을 내친다면 분명 퇴보하여 사라질 것이다. 팬덤은 지지자의 문제이면서 당사자의 문제이기도 하다. 자신의 팬덤을 어떻게 정의롭고 민주주의에 맞게 이끄는 리더가 분명 다음의 리더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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