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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파업과 정부의 대응에 대한 생각

야곰야곰+책벌레 2022. 12. 9.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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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newsis.com/view/?id=NISX20221208_0002116954

"사장님, 기름 넣으시면 얼마나 타세요?"
"일주일 정도 탑니다."
"그럼 다음 주에 한번 더 꼭 넣으세요. 요즘 기름이 들어오질 않아요."

판교에서 심심찮게 들리던 주유소 품절 사태가 대구까지 내려오고 있는 모양이다. 그저 "네~"하고 차를 몰았다. 기름이 떨어진다. 차를 운행할 수 없다는 사실은 차 없이 업무가 되질 않는 나에겐 꽤 큰 일이다. 평소 같으면 불평의 말부터 나왔을 일인데, 이번에는 오히려 파업에 공감이 더 가고 있다. 쥐를 몰 때에도 도망갈 길을 만들어주고 몰아야 하는데 지금은 마치 절멸의 각오로 임하는 정부의 자세에 반감이 심하게 든다. 그 칼날이 어디로 향할지도 모를 일이고 그곳에 내가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소름 끼치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우리나라 노조에 대한 평판은 솔직히 좋지 않다. 지금까지 이슈화 되던 뉴스들이 '현대 기아차' 노조처럼 소위 귀족노조들로 불리기 때문이다. 그들만의 세상을 만들어두고 직장을 독식하고 취업을 알선하고 그런 비리들이 뉴스에 많이 비쳤기 때문이다. 물은 고이면 썩게 되고 썩은 물은 악취가 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이번 파업도 그런 측면으로 이해해야 할까?

이번 파업의 주된 내용은 '안전 운임제'다. 더 쉽게 얘기하면 '최저임금' 같은 개념이다. 과도한 경쟁으로 인해 단가가 떨어지고 그로 인해 하나라도 더 받기 위해 쪽잠을 자고 졸음운전을 하고 과적을 하고 그런 일을 방지하고자 만든 제도다. 3년마다 갱신하게 되는데 올해 12월이 그 갱신이 끝나는 시점이다. 지난 6월 총 파업 또한 이런 이유로 진행되었고 그 당시 국토부는 안전 운임제를 3년 더 연장하는 것으로 합의하고 파업을 종료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들이 주장하는 안전 운임제의 영구 법제화는 실패했다. 

사실 안전 운임제는 특정 운수업에만 적용되어 반쪽짜리 법이라는 얘기가 많았다. 그래서 품목을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가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이번에 발생한 총파업도 그런 의미에서 6월에 완결 짓지 못한 파업의 연장으로 이해할 수 있다.

지난가을쯤 회사를 관두고 레미콘을 운행한 형님에게 전화를 넣었다. 기름값이 폭등해서 괜찮은지 걱정이었다. 다행히도 개인 사업자가 아니라 회사에서 내준 레미콘을 운행하는 일을 하는 듯했다. 기름값 또한 회사에서 모두 지불해 줘서 괜찮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조업수가 모자라면 수익이 주는 점은 힘겨운 점인 것 같았다.

 

 

대형 화물차는 움직이는 채무다. 늘어나는 빚보다 많이 벌기 위해서 아파도 굴려야 한다. 대형 화물차를 대출을 받지 않고 구입할 수 있을 정도면 귀족이라고 해도 될까. 매달 갚아야 하는 할부와 엄청나게 올라버린 기름값. 그리고 엄청난 수리비는 그들이 안고 있는 잠재적 채무가 된다. 다큐멘터리로 만난 그들의 이야기에서는 빈차로 움직이는 것 자체가 마이너스이기에 차에 숙식을 해결하는 일도 허다했다. 귀족 노조라고 몰아세우는 그들의 삶은 생각보다 팍팍해 보인다.

우리 사회가 공감력이 떨어지고 분노가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은 여러 사건들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와 더 비슷한 사람들에게 분노하는 편인 것 같다. 선대의 노력으로 부를 이어받은 이재용 삼성 회장에 대해서는 삼성 그 자체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주위의 노동자가 나보다 조금만 더 많은 벌이를 하면 왠지 불공평해 보인다.

올해 초였던가. 하이닉스에서 직원들이 보너스를 삼성만큼 내놓으라고 항의했다는 기사가 나왔다. 의견은 수익이 났으면 당연히 나눠야지와 능력 있으면 삼성으로 이직해라는 의견들이었다. 내 자리에서 내 권리를 주장하는데 '네가 능력이 없어 그 자리에 있는 거잖아'라는 비열한 공격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번 파업 또한 마찬가지다. 돈도 많이 벌면서 또 파업이네 라는 의견이 많다. 돈이 많이 버는 일이 부러우면 자신도 그곳으로 뛰어들면 되는데 하질 않고 손가락질만 한다. 그들도 은연중에 그 일이 힘들다는 걸 알고 있을 거다. 몇몇이 많이 번다고 모두가 많이 버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개인 사업자의 액면 그대로의 수입만 보는 것도 잘못되었다.

회사를 나가서 프리랜서를 하는 Y사장은 1년에 억대가 넘는 수입을 올리고 있다. 많이 버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런 사실을 알고 있기에 그가 내놓은 견적서는 늘 불편함의 대상이었다. 내 한 달 월급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많아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프리랜서를 하려고 알아보니 그게 또 그렇게 허무맹랑한 일은 아니었다. 4대 보험, 의료보험, 국민연금, 종합소득세를 다 제외하고 수익을 비교해보면 그렇게까지 차이가 나진 않았다. 그가 나보다 더 좋은 차를 타고 다니는 것은 어떻게든 더 많은 일을 하려고 링거를 맞아가며 쉬지 않고 일한 덕분이었다. 정해진 월급, 정해진 일만 하는 나에게는 그런 요소가 없기 때문이었다.

말이 너무 옆으로 빠졌다.

 

 

운수업은 국가 경제와 긴밀하게 엮여 있다. 그들의 파업은 많은 기업에게는 손실을 국민들에게는 불편함을 안겨주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을 관리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리고 그 일은 정부에서 해야 한다. 나는 매번 파업을 볼 때마다 노조의 편에서 생각하는 편은 아니었다. 불리함에 처하게 되면 노조의 힘이 필요하다고는 생각하고 있지만 한국의 거대 노조는 우리 같은 작은 회사와는 사뭇 연결감이 없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노조의 입장에서 계속 생각하게 되는 것이 정부의 강경한 입장 때문이다. 약자는 돈으로 죄면 결국 자멸하거나 굴복해야 하는 것이 자본주의다. 해결되기를 바라지만 약자가 힘에 의해 굴복당하는 것은 보고 싶지 않은 마음도 사실이다.

모든 것을 법대로 하겠다면 사실 정부나 공무원들은 필요가 없다. AI로 전부 대체하면 된다. 법은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고 쓰는 사람에 따라 다른 효과를 보여준다. 정치라는 것은 법으로 어찌할 수 없는 많은 것들을 부딪치고 논쟁하면서 해결해 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것을 위한 민주주의 아니었던가. 법은 완벽한가. 인간이 만든 것은 그 무엇도 완벽하지 않은 게 아닌가. 그것을 위한 민주주의 아닌가.

사실 대화의 물꼬를 터놓은 상태에서 파업이 계속 이어졌다면 나는 노조를 지지할 수 없었을 거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좀 적당히 하지'라고 생각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의 사태는 '거~ 너무하네'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약자는 강자와 일대일로 싸워 이길 수 없다. 뭉쳐야 한다. 기득권층은 그것을 와해시키기 위한 노력을 역사 속에서 꾸준히 해 온 것도 사실이다. 

독재에 항거해 투쟁의 세월을 겪은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에서 노동세력이 정치권에 안착하지 못했다는 점이 여전히 그들이 과격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을까. 청소 노동자 쉼터에서 국회까지 5분이 걸리지만 노동자가 국회로 진출하기까지 50년이 걸렸다고 얘기한 고 노회찬 의원의 말이 생각난다. 그리고 지금은 그마저 없다. 독일은 노조가 파업을 할 때 핵심 부품 사업장만 파업한다고 한다. 부품이 없어 일을 못하게 만든다. 다른 노동자들은 모두 출근했기 때문에 기업에서 정당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렇게 받은 월급으로 파업한 핵심부품 공장 노조들에게 십시일반 보태 준다. 기업의 입장에서 손쓸 도리가 없을 만큼 우아하다.

정부와 노조가 국제노동기구(ILO)까지 끼워가며 격렬하게 다투고 있다. 귀를 기울이는 시늉만 하여도 이렇게까지 커졌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는 극성 지지자들의 목소리만이 소리가 높다. 노동자의 결사의 자유와 단결권을 북핵 위험과 같다고 얘기했다. 미디어는 연신 그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파업으로 인한 손실만 집중한다. 전형적인 메신저 공격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의 손실이 어느 한쪽에만 있는지는 생각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지 않을까?

안타깝고 다른 한편으로는 안쓰러운 감정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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