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서평+독후감)/소설

충실한 마음 (델핀 드 비강) - 레모

야곰야곰+책벌레 2022. 8. 5.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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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강이라는 작가는 감정을 유도하는 글쓰기를 잘하는 것 같다. 개인적인 듯한 이야기를 무덤덤하게 적어나가면서 독자의 마음은 먹먹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일상 같은 얘기를 흘리면서 감정의 진폭을 만들어 낸다. 이런 마음일까? 이런 마음일 테지?라는 생각을 들게 만든다.

  '충실한 마음'은 무엇인가? 이 마음은 참 많이 다중적이다. 충실하다는 것이 좋은 의미로만 사용될 수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심하게 요동치는 자신의 마음을 다잡으면서 사회적인 위치에서 벗어날 수 없는 개인의 고뇌와 아픔이 있다. 내가 가진 페르소나에 알맞은 행동을 하는 것은 과연 충실한가?라는 질문과 함께 가면 속에 숨겨진 내면을 드러내어 보여줄 수 없는 그 마음을 이해하려고 했던 것 같다.

  책은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를 다루고 있다. 가정 폭력, 다중 인격, 청소년 음주, 외 부모 가정. 더 넓게 본다면 직장의 문제까지 확장이 가능할 것 같기도 하다. 모두가 자신의 가면 뒤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분노하고 있지만 유독 아이들만은 그렇지 못하다. 이 책의 충실한 마음은 엘렌과 세실과 같은 어른의 마음보다 테오나 마티스의 마음을 더 많이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역자가 말한 왜 아이들을 묘사할 때에는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적는지에 대한 이유다. 말 못 할 아이들의 마음을 작가가 드러내며 독자에게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테오는 어릴 때 부모가 이혼했고 아빠를 증오하다시피 하는 엄마 아래 자라면서 마음을 숨기는 법을 익히고 외부와 단절되는 세상으로 가는 방법으로 음주를 택했다. 마티스의 엄마 세실은 남편의 SNS 다중 인격을 접한 후 충격을 받는다. 그런 남편으로부터의 스스로 단절시키고 혼잣말이 늘어난다. 마티스는 테오 옆에서 안정감을 느꼈지만 음주는 그만두고 싶었다. 하지만 수렁으로 빠지는 테오를 모른 채 하지는 못한다. 그리고 어릴 적에 폭력 가정에서 자라 아이를 가질 수 없게 된 엘렌에게는 테오의 불안정감이 눈에 보인다. 하지만 그녀의 돌발적인 행동은 오히려 엉망으로 만들어 버렸다.

  사실 등장하는 인물은 하나 이상의 사회적 문제를 겪었거나 겪고 있다. 그리고 등장인물의 심리와 행동을 통해서 어떤 원인에 기인하고 어떤 결과에 이를 수 있는지 알려 준다. 가볍게 읽으면 등장인물 하나하나에 연민의 정을 느낄 수 있다. 테오나 마티스의 부모에 대해 격정적인 반응을 할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직장에서 잘리고 아내에게 버림받은 테오 아빠나 바람난 남편을 증오하는 테오 엄마도 모두 자신만의 사정이 있다. 마티스의 엄마 세실 또한 그렇다. 우리는 모두 자신만의 사정이 있다. 충실하게 살아보려 하지만 잘 되지 않고 결국 폭발해 버리는 감정이 있다.

  다른 한편으로 본다면 엘렌은 어릴 때 폭력을 겪었다. 결손 된 아이의 마음을 그녀는 본능적으로 알아차릴 수 있다. 간호 선생이 보지 못하는 마음의 상처를 그녀는 느꼈다. 아이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던 엘렌의 마음은 주위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생각대로 계속 관심을 가졌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 테오가 위기에 빠졌을 때 하나의 희망이 되었다. 

  테오를 구하러 가는 엘렌의 모습이 마지막 장면이라 열린 결말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자신의 감각이 맞았던 엘렌의 입장에서는 닫힌 결말이었다.

  우리 사회는 약자를 신경 쓰는 혹은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에 대해 눈총을 준다. '넌 얼마나 정의롭길래', '넌 얼마나 잘났기에', '오지랖도.. ', '네 것이나 잘하지' 등의 피곤하고 아니꼬운 눈길로 바라보기 일쑤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속담이 그렇듯 문제가 있어도 문제가 없는 것처럼 흘러가는 것이 상식이 되어버린 사회다. 다른 사람이 폭력을 당하고 있으면 숨기 바쁘다. 인간은 나약한 존재다. 

  자신이 알고 있고 배웠던 위치에 대해 적응해 내려는 마음. 자신의 마음의 모양과 다른 틀에 아프지만 들어가 있어야 하는 마음. 이런 마음에 관심을 기울여 달라는 메시지가 담긴 그런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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