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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알아두면 쓸데있는 유쾌한 상식사전 : 우리말 우리글 편 (조홍석) - 트로이 목마

야곰야곰+책벌레 2022. 8. 1.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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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을 지식 큐레이터라고 얘기하는 작가는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오리지널을 '가리지날'로 정의하고 여러 가지 재밌는 얘기를 해준다. 이 책은 시리즈의 6번째 책으로 우리말 우리 글이라는 카테고리로 나누고 있지만 우리의 것에서 시작해서 종횡무진 전 세계로 펼쳐져 간다. 현재와도 연결되어 있는 재밌는 사실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현재에 이슈에 올라 있는 말들의 기원을 찾아서 고대부터 현대까지 그리고 한국에서 일본, 중국 심지어 서양까지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흥미로운 이야기는 트로이목마 출판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살다 보면 의미가 변해서 최초의 의미와 다르게 사용하기도 하고 전혀 다르게 이해하기도 한다. 말은 그렇게 시대를 거치며 변해 간다. 동시에 일제 침탈을 겪은 우리에게는 우리말과 글을 빼앗길 뻔한 적도 있었다. 많은 분들의 노력으로 지켜지고 지금껏 사용하고 있다. 동시에 선진 문물을 먼저 받아 정립한 일본의 말을 차용해서 쓸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여 있기도 했다. 우리의 말에 숨겨진 이야기를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지금 한참 사용되는 '민중은 개돼지다'부터 시작한다. 개와 돼지는 원래 귀한 녀석들이었는데 지금은 무지함으로 여겨지고 있다. 고구마는 감자랑 구분하기 위해서 생겨난 단어이고 토끼와 거북이의 거북이는 자라다. 고약해는 조선 초기의 학자로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충신이었고, 이에 후대에 그와 같이 쓴소리를 하면 고약해 같다고 표현했는데 그대로 이어졌다. 샌드위치는 샌드위치 백작을 모함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야기이고 실제 샌드위치 백작은 바쁜 업무 중에 샌드위치를 먹었다. 조선의 마지막 왕인 고종은 얼리어답터였다.

  우리가 알고 있는 철수와 영희에서 영희는 잘못된 말이다. 원래는 영이었다. 후대에 사용되면서 당연히 계집 '희'가 맞겠거니 하면서 영희가 되었다. 88 올림픽에서 호돌이는 '범돌이'라는 국민적 투표를 무시한 명명법이었고 주제곡인 '아침의 나라에서'는 트로트 느낌이 난다고 '손에 손잡고'로 바뀌었다. 지금은 모두 익숙하고 좋은 기억만 남은 것들이지만 절차는 훌륭하지 못했다. 

  서문에 말하는 저자는 전문가가 아니며 많은 독서와 사색으로 용감하게 글을 쓸 수 있다는 얘기에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자칫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걱정이 조금 들긴 했다. 가장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은 이승만과 6.25 전쟁을 얘기하는 부분이었다. 이승만이 김일성이보다 낫지 않냐고 두리뭉실하게 넘어가는 부분과 맥아더의 잘못된 전술로 중공군에게 격파당하고 장진호에서 처절하게 미군이 맞서 싸운 것을 이승만의 감격으로 표현하는 걸 보니 조금은 불쾌한 느낌도 들었다. 승자도 없는 싸움이었다. 

  6.25를 국제전으로 이끌고 간 것은 결과적으로는 중공군이었지만 원인은 38선을 넘고부터는 중공군의 개입이 있을 수 있으니 속도 조절하라고 했던 미 정부의 말도 거부하며 말도 안 되는 북진을 한 맥아더도 원인일 수 있다. 이승만은 휴전을 반대하며 거제도 수용소에 있는 강제 송환 포로를 풀어줘 버리기도 했는데, 평화의 사자처럼 적혀 있는 것이 불편하긴 했다. 시간이 없어 여순사건에서 제주 4.3 사건으로 이어지는 책을 아직은 펴 보지는 못했다. '각하'와 '영부인' 그리고 '빨치산'을 설명하려고 했던 취지를 이해했기 때문에 불편한 마음을 가지고 계속 읽어 나갔다.

  이런 불편한 사실을 제외하면 굉장히 흥미롭게 구성되어 있으며 호기심을 자극한다. 문체도 가볍고 경쾌해서 잘 읽히는 편이다. 즐겁게 읽어보고 또 자신의 생각과 빗대어 보면 좋을 것 같다. 개인적인 사색이 많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흥미로우면 인터넷에 찾아서 더 깊숙이 알아보자. 

  이 책을 만나기 직전에 한국전쟁 책을 읽어서 일지도 모르고, 오늘 관심 있게 담은 책들이 여순 사건에 관련된 책들이라 감정적으로 격해졌는지도 모르겠다. 사실은 모두 사실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은 이 책 자체가 알려주는 교훈이면서도 이 책에도 사실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도 함께 하면 좋을 것 같다. 너무 흥미로웠던 책 조금은 삐딱하게 읽은 듯 하지만 이런 즐거움도 책을 읽는 즐거움에 하나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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