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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미스터리 철학 클럽 (로버트 그랜트) - 비룡소

야곰야곰+책벌레 2022. 7. 19.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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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이 빠르게 변화하면서부터 인간을 위한 기술인지 기술을 위한 인간지 모호한 상황이 종종 연출되기 시작하였다. 학교에서 가르치던 보편적인 교육은 쓸데없는 것으로 치부되고 바로 쓸 수 있는 기능적인 것들에 집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이 많았다. 회사를 위해 일할 노동자를 위한 교육 말이다. 일의 가치는 소중할 수 있지만 창업자가 될 수도 있는 아이들에게 노동자를 권하는 사회가 되어 가고 있다. 마치 A학점 학생은 C학점 학생의 직원이 되고 B학점은 공무원이 된다라는 책이 생각나듯 말이다.

  아이들에게는 생각의 힘을 길러야 하고 스스로 판단하고 헤쳐나갈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 근원적인 질문은 철학으로 할 수 있다. 철학은 고리타분하고 어려운 것으로 생각될 수 있지만 삶 자체가 철학이기도 하다고 아이들에게 반드시 필요하다고 얘기하는 이 책은 비룡소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그야말로 재미와 철학을 모두 잡은 좋은 책이었다. 누구나 바라는 평생 직업 보장 학교라는 타이틀은 소위 명문이라고 일컬어지는 학교와 닮아 있었다. 질문하지 말고 닥치는 대로 하다 보면 좋은 직장이나 직업을 가질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 닮았다. 학부모들은 이런 명문에 열광하고 학교가 하는 일에는 전적인 믿음을 보낸다. 학교에서 체벌이 생기면 학교를 뒤집는 학보모 들도 소위 일타강사들의 체벌은 당연하다고 받아들이기도 하는 것처럼..

  아이들을 세뇌시켜 일류 기업의 노예로 팔겠다는 교장이 있는 학교. 그들은 일등만을 노린다. 일등이라는 타이틀은 더 많은 사람들을 속이기 좋은 타이틀이었다. 부모들은 보장받는 듯한 미래에 전적인 신뢰를 보내고 아이들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다. 아이들은 그 속에서 점점 영혼을 잃어가고 로봇처럼 되어 간다. 어느 종교의 광신도 같은 느낌도 있었다.

  그 속에서 저항하는 아이들은 철학을 하는 선생님과 생각의 크기를 키워 나갔다. 열린 마음, 질문하는 자세는 있는 것을 그대로 보지 않고 사유하는 능력을 키웠다. 그들에게 세뇌는 쉽지 않았다. 소크라테스는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라고 얘기하며 많은 사람 들고 지혜를 나누는 것을 좋아했다. 샤르트르는 '인생은 B(출생)와 D(죽음) 사이의 C(선택)이다'라고 말했다. 살아가며 해야 하는 수많은 선택을 올바르게 할 수 있으려면 사유하는 능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젊은이를 망치는 확실한 길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보다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을
더 존경하라고 가르치는 것이다
- 프리드리히 니체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우리의 옛말은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다. 일본의 '분위기를 읽어라'라는 것도 같은 맥락을 것이다. 돋보인다는 것은 목표가 될 수 있다는 위험한 행동으로 각인되어 있기도 했다. 튀는 인간을 공격하는 것은 나약한 자들의 질투이나 시샘일지도 모른다. '모든 잔인함은 나약함에서 나온다'라고 얘기한 세네카의 얘기와 이어지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다양한 방식으로 볼 수 있는 것은 결국 다양한 방법으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게 해 준다. 하나의 길로 간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경쟁해야 할까. 얼마나 많은 낙오자가 발생할까. 삶의 종착점은 모두가 다를 것인데 모두 같은 방향을 향해 달리고 있다. 지도가 없던 시절에는 길을 헤매다 파라다이스를 찾을 수도 있었지만 지금은 모두 네이비게이션을 보고 달리니 속도 경쟁밖에 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인간의 합리성은 꽤나 우수하면서도 잔인하다. 합리적 인간은 세상을 더 나아지게 만들 수는 있어도 세상을 바꾸지는 못한다. 세상은 언제나 괴짜들이 바꿔 간다. 괴짜가 세상을 바꾼 뒤에는 사람들은 그 괴짜가 천재였다고 칭송한다. 괴짜가 많은 세상은 시끄럽다. 다른 생각이 많으면 논쟁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많은 생각이 모여 부딪치고 최선을 찾아가는 것이 민주주의인 것이다.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면 아무도 생각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라는 아인슈타인의 말이 떠오른다.

  재밌는 이야기의 설정으로 단계마다 철학적 질문을 하는 이 책은 마치 <미움받을 용기>의 구성을 보는 것 같기도 했다. 아이들이 지루해야 하지 않을 이야기에 흥미로운 철학적 질문을 더했다. 그리고 너무 심오하지 않고 아이들의 상상의 범위로 갈무리해주는 점이 너무 좋았다. 철학이 너무 어려운 성인이 읽어도 즐겁게 읽을만했다. 아이에게 책을 선물하면서 부모도 읽어보면 너무 좋을 것 같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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