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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최재천의 공부 (최재천, 안희경) - 김영사

야곰야곰+책벌레 2022. 6. 13.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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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재천 교수를 처음 알게 된 것은 '통섭'이라는 책에서부터다. 그 책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마음에 쏙 들었다. 사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읽고 있지는 않았다. 사실 그 뒤로도 최재천 교수의 책을 알게 모르게 사고 있었다. (저자를 확인 안 하고 구입하는 경우가 많아서.) 여전히 쌓여 있을 뿐 아직 제대로 읽은 책이 없었다. 그에 반해 강의는 자주 찾아들었다. 세바퀴나, 체인지 그라운드 그리고 여러 방송을 통해서 그의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통섭 때부터 여러 지식을 통합하는 자세. 공진화 그리고 다양성의 중요성을 한결 같이 얘기하던 최재천 교수의 말을 한 권의 책 속에 잘 담은 이 책은 김영사의 지원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최재천의 공부는 통섭이라고 얘기하면 된다. 통섭은 미국의 학자 에드워드 윌슨 박사의 <Consilience>를 최재천 박사가 번역한 책이기도 하다. 한 우물만 파면된다는 우리 사회에 파장을 일으킨 책이기도 하다. 통섭은 "지식의 통합"으로 자연과학과 인문학을 연결하는 통합 학문이다. 시간이 지나 단일 학문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많아졌고, 학문과 학문의 콜라보는 중요해졌다. 하나를 깊게 나머지를 두루 알아야 하는 T형 인재상이 중요해졌다. 시간이 흐르며 π형 인재상을 요구하기까지 했다. 시중에는 <얕고 넓은 지식>이 유행하였다.

  하나부터 열까지 가르치는 우리나라와 다르게 미국의 교육은 꽤나 듬성듬성 가르친다는 점이 좋았다. 많은 것을 겪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분야를 채워가며 자신이 하고자 하는 학문을 찾을 수 있었다. 자연스레 넓은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환경이기도 했다. 시도에 대해서 비난하는 사람이 없지만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엄격했다. 정해진 길을 걷지 않으면 걱정과 비아냥이 난무하는 우리나라와 사뭇 다른 환경이 부럽기도 했다.

  컴퓨터와 AI가 발전할수록 우리나라의 공부는 쓸데없이 많이 가르친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게 된다. 미국이 무엇을 가르칠까라고 고민한다면 우리나라는 다 가르치려고 노력한다는 느낌이다. 노력에 비해서 효율이 없다. 암기하는 시간에 상상하고 사유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일전에 서양의 어느 교수가 한국 학생들은 걸어 다니는 사전 같다고 했다. 찾아서 사용할 수 있는 지식을 외우는데 시간을 너무 들이는 게 문제다. 인간의 최고 장점인 이전 세대가 이룩해놓은 지식의 토대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는 장점을 살려야 한다. 

  미국의 학생들은 인문계라도 수학을 배우고 이공계라도 글쓰기를 배운다. 그들에게 2-3주의 시간을 내어주면 제출하지 못할 리포트는 없다. 어떻게 접근하고 어떻게 풀어내야 하는지 알기 때문이다. 사유하고 토론하고 글로 적어내는 작업을 그들은 꾸준히 하고 있다. 최재천 교수가 비교한 우리나라와 외국 대학의 학구열을 보면 나라의 앞날이 그리 밝지 않은 것 같다. 

  독서는 원래 힘들게 하는 것이다. 책이라는 것이 원래 지식을 전달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그 기능에 충실해야 한다. 인간의 눈은 입체적인 것을 인식하기 위해 만들어졌는데, 2차원적인 글자를 읽느라 그렇게 혹사당하는데 그렇다면 힘들게 읽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독서가 아니라면 그냥 읽지 않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최재천 교수의 방법이 부러워만 해야 하는 선진국의 방법일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바뀌지 않으면 늘 그대로일 뿐이다. 20년 후를 살아가야 할 아이들에게 20년 전의 학습법으로 대한다. 앞으로는 시험만 잘 봐서 잘 살 수 있는 세상이 아닐 수도 있다. 최근에 그 공식은 점점 부서지고 있다.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며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많아지고 있기도 하고 국영수를 하지 않고도 잘 사는 법을 찾아내고 있다.

  그럼에도 공부는 중요하다. 이제 인생은 너무 길어져서 하나의 기술로 살아가기 힘들다. 피터 드러커의 말처럼 익히고 써먹고 익히고 써먹고 해야 하는 날의 연속이다. "쓸데없는 배움은 없다"라는 말처럼 세상을 호기심 가득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조금은 두서없이 익히더라도 그 노력을 그만두지 않는다면 어느샌가 그들 사이에 네트워킹이 형성되어서 큰 도움이 된다. 

  스티븐 잡스는 모든 창의성은 커넥팅이라고 했다. 내가 아는 것 네가 아는 것을 절묘하게 연결시킬 때 새로운 것이 탄생한다는 것이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만드는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은 아주 극소수의 사람들이 인생을 바쳐야 만들 수 있을까 말까 한 것이다. 그들이 만들어낸 것들을 가치를 최대로 활용하는 것이 창의성이 아닐까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두루 살피고 배워야 한다.

  A 건물의 2층에서 3층이 보이지 않지만 B 건물의 4층에서 A건물의 3층을 쳐다볼 수 있듯이, 학문의 발전은 서로를 상호 보완할 수 있다. 어쩌면 학문의 정점은 한 곳을 향해 가는 것일지도 모를 일이다. 사실 최재천 교수의 강의로 두서없이 잡식하는 나의 학습 취향에 대한 불안함을 덜어낼 수 있었다. 이 책은 그간의 최재천 교수의 강의를 잘 담아 놓았다. 오히려 요약 없이 담겨 있어서 좋았다. 최재천 교수의 에피소드는 다시 읽어도 감동이었다.

  호기심 많고 여기저기 잡식으로 공부하는 사람들들에게 위안을 주는 이 책이 나는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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